김 민 수 애그스카우터 대표 <농경연 해외곡물시장 동향 편집자문위원>

 

12월로 넘어오면서 곡물 시장의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게 바뀌기 시작했다. 사료용 원료로 쓰이는 대두박 가격이 폭등해 올해 7월 중반의 고점까지 치솟았다. 대두 가격 역시 대두박 가격의 상승에 힘입어 지난 10월 중반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시장의 잠재적 상승 요인이었던 라니냐(La Nina) 현상이 시장을 강타하면서 대두박 가격의 폭등을 유발했고 대두 역시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라니냐 현상은 동태평양 적도 부근의 해수면 온도가 예년보다 낮은 경우를 말한다. 11월 초 미국 국립해양대기처(NOAA)에 이어 12월 들어 호주 기상청 또한 라니냐 현상의 발생을 경보하고 나섰다. 라니냐 현상이 발생하면 기상 이변으로 인해 남미 특히 아르헨티나에 비가 내리지 않는 등 가뭄의 영향을 받게 된다. 11월 후반부터 그러한 조짐이 나타났으며 12월 들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2월 5일 현재 아르헨티나 북부와 브라질 남부 지역은 상당히 건조한 날씨를 보일뿐만 아니라 토양 수분 부족현상을 겪고 있다.

브라질과 함께 아르헨티나는 주요 대두 생산국이자 수출국이다. 특히 아르헨티나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양의 대두박을 수출하고 있다. 이미 세계 주요 기관이나 곡물시장 분석 기업들은 너나할 것 없이 이들 두 국가의 17/18 시즌 대두 및 대두박 생산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

라니냐 이슈에도 불구하고 옥수수 가격의 상승 움직임은 상당히 축소되어 있다. 미국에서는 신재생에너지의무화(RFS) 제도를 2007년부터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의무사용량을 확대키로 했으며 그와 관련한 주무부처인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매년 11월 말에 다음 해의 신재생에너지 의무사용량을 발표해왔다.

올해에도 11월 30일에 발표가 있었는데 올해보다 약간 늘어날 것으로 발표하면서도 바이오에탄올이나 바이오디젤 같은 전통적인 바이오연료에 대한 의무사용량은 올해와 같은 150억 갤런으로 동결했다. 미국에서는 옥수수가, 브라질에서는 사탕수수가 바이오에탄올용 원료로 사용된다.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바이오연료의 의무사용량이 늘어나지 않게 됨에 따라 옥수수 가격은 라니냐 이슈에도 불구하고 오르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으로 중국의 옥수수 수입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옥수수 가격의 하락을 제어하고 있다. 중국 내 옥수수 재고 수준은 상당하나 생산을 줄이고 내수 소비를 촉진시켜 재고를 크게 줄여나가고 있다. 또한 바이오에탄올 산업 활성화로 인해 옥수수를 대거 수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올해 유럽연합의 옥수수 수입량이 작년보다 크게 늘어나고 있는 점이 옥수수 가격 하락을 저지하고 있는 요소로 작용한다.

라니냐 이슈가 곡물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으나 소맥 시장은 큰 동요 없이 최저점에서 횡보하고 있다. 세계 공급과잉이라는 가격 하락 요인이 계속해서 소맥 가격을 통제하고 있다. 올해 대풍작을 기록한 러시아가 소맥 수출량을 계속해서 늘리고 있다. 최근 러시아의 곡물 컨설팅 기업인 IKAR는 17/18 시즌 러시아의 소맥 수출량이 353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해 지난 11월 9일 미국 농무부가 발표했던 전망치보다 230만 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산 소맥은 러시아산 소맥에 눌려 가격 경쟁에서 계속해서 밀리고 있는데 달러화 강세에 따른 수출 부진 또한 한 몫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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