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소 유전자원 ‘종속국’서 ‘주권국’ 격상 디딤돌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6일 말레이시아와 한국산 젖소의 유전자원 수출을 위한 검역 협의를 마쳤다고 12일 발표했다.「본지 11월20일자 1면 참조」

1962년 처음 미국으로부터 ‘키퍼(H-001)’라는 씨수소를 도입하면서 젖소개량을 시작해 50여년 간 줄곧 젖소 유전자원을 수입해오던 대한민국 젖소개량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어떻게 젖소 ‘종속국’에서 ‘종자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것일까?

 

그 짧은 기간 동안 세계 어디서도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면서 현재 마리당 산유량이 세계 3위에 이르는 낙농 강국이 된 것일까? 이러한 발전을 설명하기 위해선 ‘농협 젖소개량사업소’를 빼놓을 수 없다. 문명호 소장을 만나 최근의 상황과 그 동안의 과정을 들어봤다.

 

- 먼저 말레이시아에 한국산 젖소유전자원을 수출하게 된 데 축하를 드린다. 설명 좀 해달라.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보도된 바와 같이 지난달 16일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말레이시아를 방문, 최대 협동조합인 앙카사와 젖소 종자 수출확대 및 낙농산업 기술지원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이달 안에 말레이시아로 1500마리를 수정할 수 있는 물량의 젖소 정액을 수출한다.

특히 평균 3년이 소요되는 검역위생조건이 말레이시아와는 7개월 만에 매우 신속히 타결됐다. 이는 우수한 한국 젖소유전자원을 조속히 수입하기 위해 말레이시아 정부가 매우 적극성을 보였기 때문이지만, 그에 맞는 우리 농림축산식품부를 비롯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말레이시아의 낙농산업은 어떤가?

말레이시아는 석유자원·전자·플랜테이션 농업 등의 산업을 통해 동남아에서 싱가포르 다음으로 큰 경제규모를 가지고 있지만 낙농산업은 매우 낙후되어 100만톤에 달하는 우유 수요 중 9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 향후 과정과 기대효과는?

말레이시아가 낙농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낙농시범단지를 조성하는 데, 농협과 현지 협동조합간의 긴밀한 상호협력 차원에서 낙농기술을 적극적으로 이전할 것이다. 시범단지가 성공적으로 운영되면, 중장기적으로 젖소 종자 뿐만 아니라 낙농기술, 사료, 유가공 등 한국 축산업이 확대 진출될 것으로 예상한다.

 

- 젖소개량사업소의 정액 수출이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1999년 베트남에 한국젖소종자 1만스트로를 수출하기 시작해, 2000년 중국, 2009년 몽골에 수출한 바 있지만 이후 FMD 발생 등으로 수출이 지속되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낙농산업의 높은 생산성과 위상이 세계에 알려지면서 2014년부터 작년까지 3년 연속 동아프리카 우간다에 총 1만1000스트로의 정액과 수정란 250개가 수출됐다. 올해도 이번 달 수출이 계획되어 있어 안정적인 수출기반이 구축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2016년부터는 수출된 정액으로 생산된 딸소가, 우간다 낙농가들의 높은 관심과 호응을 받아 추가 수출이 이뤄졌다. 앞으로 농협정액으로 부터 생산된 젖소들의 본격적인 착유시점이 되는 2018년부터는 수출물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렇듯 한국형 유전자원을 통한 우간다 개량효과가 검증되면 우간다 인근의 에티오피아, 케냐, 탄자니아 등 동아프리카의 다른 나라에도 새로운 수출시장을 개척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아시아 지역 추가 수출을 위한 노력이 카자흐스탄 정부와도 진행되고 있다. 지난 8월 현지 주정부와 낙농산업발전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현재는 국가 간 검역위생조건 타결을 위해 협의 중인데, 마무리가 되면 2018년에는 수출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외에도 파키스탄으로의 수출도 구체화되고 있다.

 

- 수출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데.

농협 젖소개량사업소는 젖소종자 수출과 더불어 수출대상국의 낙농산업 발전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수출대상국에 전문가를 직접 파견하여 현지 목장에서 인공수정을 직접 시행하는 등 번식 및 사양기술 교육 등을 통해 그 나라 낙농가들의 능력 향상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와는 우리가 개발한 젖소 개체별 산유능력검정관리 프로그램을 앙카사 낙농단지 운영을 위해 우선 무료 지원하되, 이후부터의 업그레이드 및 추가 기술지원 등은 유료화 하기로 합의했다.

 

- 이렇게 한국산 젖소 유전자원이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는 이유라면?

세계에 수출하고 있는 젖소정액은 우리나라의 고유한 환경에서 후대검정체계를 통해 선발한 한국형 씨수소로부터 생산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낙농환경은 미국이나 캐나다 등 낙농선진국에 비해 매우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북미와는 달리 조사료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해 농후사료 위주의 사양을 할 수밖에 없으며, 더 무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 등의 불리한 기후조건, 좁은 목장에서의 밀사 등 어려운 환경에서 우유를 생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당산유량이 세계 3위라는 사실 때문에 아시아나 아프리카 등에서 우리나라 젖소 유전자를 더 선호하기 시작한 것이며, 이를 통해 수출을 본격화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국형 젖소정액은 1995년 한강(HK-001)이라는 한국형씨수소 1호가 선발된 이래, 1999년 베트남에 수출된 물푸레, 2005년 한국홀스타인 품평회 그랜드 챔피언의 아비 정액 제주도(H-948)를 비롯해 국제기구 인터불(INTERBULL)의 국가 간 교차평가에서 최고 개량능력씨수소로 최상위급에 선정된 나이스(208HO10 228, 유량 상위 0.5%, 지방 상위 0.0%, 체형 상위 1.7%) 등 총 54두의 우수한 씨수소에서 생산되고 있다.

산유량은 유전능력과 사양관리등 환경여건의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므로, 우리나라가 세계 3위의 산유능력을 확보한 것 또한 이런 두 가지 요소의 개선 노력에 의해 결실된 것이다.

 

- 젖소개량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오고 있으며, 지금 어느 수준인가?

농협 젖소개량사업소는 우리나라 낙농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 왔다. 시기에 따라 우리나라 젖소정액의 50~70%를 공급하여 세계 최고 수준으로 유전능력 개량을 주도해왔으며, 한국형 보증씨수소 선발을 통해 유전자원 자립화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 유우군능력검정사업의 총괄기관으로서 낙농가가 최고의 생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검정성적을 손쉽고 빠르게 활용할 수 있게 제공하고 있다.

1979년부터 시작된 유우군능력검정사업은 목장별 젖소개체별 생산, 번식, 질병, 사양 등 다양한 자료를 조사하여 현재 4억만건 이상의 빅데이타를 보유하고 있어, 농협(젖소개량사업소)은 이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낙농가에게 유용한 결과를 우편은 물론, 인터넷 및 모바일을 통해 실시간으로도 제공하여 낙농가들이 목장 경영을 합리화하고 생산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아시아에서 종축선발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이스라엘,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이며, 더욱이 우리나라는 세계 3위 우유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세계가 주목하는 우리의 유전자원을 본격적으로 수출하기 시작했다.

 

- 향후 계획은?

젖소 개량의 비약적인 발전에도 아직 보완할 부분이 많다. 우선 유우군능력검정사업의 농가 참여율을 높여야 한다. 현재 64%의 농가만 참여 중인데 농가 인식개선을 통해 선진 낙농국 수준인 80% 이상까지 높여나갈 계획이다.

젖소개량사업소는 최근의 성과들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도 소비자와 낙농가가 요구하는 많은 종류의 유전형질을 추가로 개량하는 더욱 정교한 선발시스템을 갖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더 많은 나라에 우리 유전자원과 기술을 수출하는 최고의 낙농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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