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AI가 발생하기 쉬운 계절이 왔다. 저병원성이지만 야생조류 분변에서 AI 바이러스가 연일 검출된다. 바이러스가 전국에서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도 광범위한 지역에서 이렇게 많은 바이러스가 검출될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다. 관련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가슴이 철렁철렁 한다는 이도 있다.

내년 2월 9일부터 25일에는 평창동계올림픽이, 3월 9일부터 18일에는 평창동계패럴림픽이 열린다. 올림픽에서는 15개 종목에 102개 경기가 치러진다. 이를 위해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강원도 평창을 찾게 된다.

고병원성 AI는 전 세계가 경계 하는 인수공통 전염병이다. 중국 등에는 AI로 인해 죽은 사람들도 있다. 발생만으로도 문제가 된다. 정부는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예년보다 강화한 AI 예찰에 신경을 쓰는 이유다. AI가 올림픽에 악영향을 끼쳐서는 안 된다는 게 철칙이다.

정부가 총력으로 방역체계를 가동했는데도 불구하고 지난 19일 전북 고창의 육용오리에서 고병원성 AI(H5N6형) 확진이 나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의사환축이 발견된 이틀 전인 17일 해당 농장의 육용오리 1만 2300여수를 신속하게 살처분 했다. 해당 농장을 중심으로 방역대(10km)를 설정해 예찰을 강화했다. 이동통제 등 긴급 조치가 어느 해 보다 빨랐다는 평가다.

고창 육용오리에서 의사환축이 발견된 날(17일) 전남 순천 도사동의 순천만 야생조류에서도 고병원성AI가 1건 나왔다.

정부는 AI 위기경보를 ‘주의’에서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고병원성 AI 확진 다음날인 20일 국무총리 주재로 ‘AI 상황 점검 및 대책회의’를 개최했다. 농축산부, 행안부, 국방부, 환경부, 경찰청, 질병관리본부, 지방자치단체 등 전 행정기관이 이날 회의에 집중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방역은 초동과 현장이 중요하다”며 ‘초동’과 ‘현장’ 두개의 키워드를 제시했다. 이 총리는 “초동 방역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과감하고 신속하게 하자. AI가 완전히 종식될 때까지 철저한 방역 체계를 유지할 것”을 지시했다.

이번 고창 고병원성 AI 확진에서 알 수 있듯이, AI는 국가 전 행정력을 동원해 예방활동을 했는데도 발생한다. 예년과 다른 점은 빠른 대처로 추가 확산을 막았다는 사항이다. 정부에서 관심을 가지면 고병원성 AI가 국내에 유입됐어도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사례를 남겼다. 지금과 같은 대대적인 예찰 활동이 없었다면 순천만 야생조류 고병원성 AI는 찾아내지 못했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번 예찰 활동을 계기로 고병원성 AI가 발생하면 무조건 농가부터 죄인 취급하는 세태가 없어지길 기대한다. 농가가 차단방역을 잘 했다면 전북 고창 육용오리 농장에서 고병원성AI가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고병원성 AI 예방은 농가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번에 확인됐다. 또 정부는 AI바이러스가 국내에 유입됐어도 정부의 전사적인 노력으로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위해 많은 이들이 고병원성 AI 예방에 힘을 쏟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헛되지 않길 바란다. 철저한 AI 예방 활동이 올해를 계기로 매년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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