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민 수 애그스카우터 대표 <농경연 해외곡물시장 동향 편집자문위원>

 

옥수수·대두 가격 급락세

가격상승 요소 잠재 주의

 

11월 9일자로 미국 농무부가 세계 곡물 수급 전망 보고서를 발표함에 따라 잠잠했던 곡물 시장은 예사롭지 않은 움직임을 보였다. 미국 내 곡물 수급 전망이 주목을 끌었으나 시장 예상과는 다른 발표 결과로 인해 옥수수 및 대두 가격은 급격히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에서는 옥수수 수확이 한창이며 11월 12일 현재 83%의 수확율을 기록했다. 대두의 경우 옥수수보다 수확이 빠르게 진행되어 11월 12일 현재 93%까지 도달했다. 최근 5년 평균 대비 수확율이 옥수수는 8%p, 대두는 2%p 뒤처져 있으나 시장에 큰 영향을 주고 있지는 못하다. 오히려 단위당 수확량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었는데 이번 11월 수급 전망에서는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 지난 10월 전망에서는 미국의 옥수수 단위당 평균 수확량이 에이커당 171.8부셸이었으나 이번 달에는 175.4부셸을 기록함에 따라 생산량은 크게 늘어나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에 따라 옥수수 가격의 하락세는 두드러졌으며 연중 최저점을 갈아치우는 등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대두의 경우 10월 전망에서는 미국의 단위당 평균 수확량이 에이커당 49.5부셀이었으나 이번 달에는 다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어서 가격 상승에 무게의 중심이 쏠려 있었다. 시장 예상과는 달리 미국 농무부는 종전과 같이 49.5부셸을 유지하자 대두 가격은 급격히 하락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옥수수 및 대두와는 달리 소맥 가격은 상승 기조를 유지했다. 이번 수급 전망 보고에서 미국 내 소맥의 단위당 평균 수확량은 지난 10월 전망 때와 같은 에이커당 46.3부셸을 기록함에 따라 생산량의 변화는 없었다. 다만 수출이 회복세를 보여 증가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수요 증가에 따른 기말 재고량 감소로 소맥 가격은 상승 압박을 받았다. 세계 소맥 수급 역시 공급량 감소와 소비량 증가로 인해 기말 재고는 줄어들 것으로 발표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맥 수급은 상당히 안정적이며 러시아의 생산량이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어 수출량 확대는 소맥 가격을 안정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극심한 건조 현상으로 문제가 됐던 브라질 곡물 산지에는 계속해서 비가 내려 생육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생산 전망을 밝게 함에 따라 곡물 가격의 하락세를 견인하고 있다. 국제 시장에서의 수출 경쟁 심화 역시 곡물 가격의 하락을 견인하고 있는데 환율 변동에 따른 곡물 수출국간의 가격 경쟁 역시 곡물 가격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최근 급격히 올랐던 국제 유가마저 세계 원유 수요 감소와 미국의 셰일 오일 생산 증가 전망 등으로 약세를 보였으며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 우려가 겹치면서 국제 증시가 하락하는 등 외부 요인들 역시 곡물 가격 하락세를 지지하고 있다.

약세 우위 속에서도 곡물 가격을 상승으로 이끌만한 요소들 역시 잠재되어 있음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곡물 가격 하락에 따른 선물 시장에서의 저가 매수 움직임 확대와 고가 판매를 위한 농가의 출하 제한 등이 맞물리면서 곡물 가격의 하락세는 계속해서 제한을 받게 될 것이다. 아르헨티나에서의 기상 악화에 따른 곡물 파종 지연 역시 중요한 이슈로 부각될 수 있다. 최근 들어 라니냐 현상의 발생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는 점 또한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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