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정부예산안 429조에 대한 국회심의가 시작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지난 7일 예산안 관련 전체회의를 진행,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했다.

여야 의원 모두 농업분야 예산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먹거리 안전 및 축산업 기반 강화를 위해, 가축전염병 예방과 대응 체계 구축을 위해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요구가 예산 증액으로 연결될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 월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1.8~2.6%인 점을 감안한다면 사실상 내년 농업예산은 줄었다. 내년도 정부 예산은 429조원으로 전년 대비 7.1% 증가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보건·복지·노동 분야 예산은 146조 2000억원으로 올해 129조 5000억원보다 12.9%나 증가했다. 교육분야도 64조 1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1.7% 향상됐다. 그러나 농림축산식품부 예산은 14조 5000억원으로 겨우 0.04%(53억원) 늘었다.

문재인 정부의 내년 ‘국가 예산 증가율’과 ‘농축산분야 예산(이하 농업 예산) 증가율’의 상대 비율이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비해 적다. ‘국가 예산 증가율’과 ‘농업 예산 증가율’의 상대 비율을 역대 정권별로 살펴보면, 김대중 정부 75.6%, 노무현 정부 77.4%, 이명박 정부 52.5%, 박근혜 정부 38.1%, 문재인 정부 1.4%로 나타났다.

내년 농업예산에 대해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얼마 전에 끝난 농해수위 국감에서는 농업분야 예산확보 미흡 문제를 지적하는 의원들의 질의가 쏟아졌다. 이만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내년도 농축산부 예산 비중 3.3%는 유럽연합(EU) 공동예산의 38%는 물론 미국의 4.1%에 견줘 턱없이 낮은 점을 밝혔다.

홍문표 자유한국당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은 농어업 문제를 직접 다룬다고 했던 분인데, 내년 농업 예산안에서 불과 0.04% 정도만 증액했다”며 “최소한 5.5%는 증액해야 각종 농업현안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인화 국민의당 의원은 “농업의 공익적 중요성과 문재인 정부가 직접 챙긴다는 공언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농업예산은 축소됐다”며 “농민 홀대현상이 빚어졌다”고 꼬집었다.

황주홍 국민의당 의원은 “내년 농업예산을 0.04% 증액한 것은 매년 1.3% 가량 증액해온 박근혜 정부에도 없었던 일로, 한국농업에 일대 암흑기가 왔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의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현재 예산에서 연평균 0.5%씩 감소하는 것으로 돼 있다”며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던 문 대통령이나, 인사청문회에서 김 장관이 강조했던 예산 대폭 인상과도 상반된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농축산식품의 안전관리, 농업인의 소득 안전망 확충, 예방 위주의 가축방역 체계 확립 등 농림·축산·식품 분야에 해결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농업·농촌을 살리겠다는 구호가 요란 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나아진 것이 없다. 농업 홀대에 대한 지적은 여전하다. 문재인 정부는 각계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식량안보를 지키기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마련하고 이를 뒷받침할 농업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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