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민 수 애그스카우터 대표 <농경연 해외곡물시장 동향 편집자문위원>

 

달러 강세 불구 유가 상승에

곡물 가격 하락세 제한 받아

 

국제 곡물 시장은 변동성을 부여할 만한 특별한 이슈가 없는 가운데 기술적인 지표에 따라 하락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옥수수, 대두 수확과 겨울밀의 파종(발아) 상황에 따른 가격 변동 요인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옥수수의 수확이 예년 대비 상당히 뒤처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오르지 않고 있다. 대두의 경우 예년 수준으로 수확 상황은 양호함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크게 내리지 않았다. 겨울밀의 경우 생육 상태는 좋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옥수수는 바닥을 다짐은 물론 최저점 경신을 코앞에 두고 있으며 겨울밀은 이미 최저점을 갈아치웠다. 그에 반해 대두는 변동성을 줄여 10월 초반의 저점 수준으로 하락한 이후 오르고 내림을 반복하고 있다.

남미 특히 브라질에서는 양호한 날씨 덕택으로 대두를 비롯한 옥수수의 파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파종 시작 단계에서 겪었던 극심한 건조 기후에 따른 작황 피해 우려는 상당히 해소되어 곡물 가격의 하락을 견인하고 있다.

곡물 가격의 하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 10월 26일 국제곡물이사회(IGC)는 세계 곡물 수급 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17/18 시즌 옥수수 및 대두의 생산량은 전월 전망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나, 교역량 및 소비량 증가로 기말 재고량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특히 중국의 대두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대두 가격의 하락을 제어하고 있다.

반면 소맥의 경우 전월 대비 생산량 및 교역량은 변동 없으나 소비량이 줄어 기말 재고량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급 대비 수요 부족으로 인한 과잉 생산이 소맥 가격의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러시아의 소맥 생산량이 대폭 증가해 수출량을 크게 늘려놓아 미국 농가는 소맥 가격 하락과 수출 부진에 따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들어 선물 시장에서 거래되는 곡물 가격은 수급 측면보다 외부 시장과의 관계에 더 치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달러의 움직임에 따라 곡물 가격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최근 달러화 가치가 크게 오르자 곡물 가격은 우하향하는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달러는 곡물 가격과 역의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방향성은 반대로 형성된다.

투기 세력들이 달러 시장과 곡물을 비롯한 원자재 시장을 옮겨가며 변동성을 유발한다. 미국의 12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확대되면서 달러 시장으로 투기 세력이 쏠리고 있다. 한편 미연준(Fed)의 차기 의장 지명을 놓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어떠한 성향의 인사가 지명되느냐가 중요한 관건이 될 전망이다.

현물 시장에서도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 경우 국제 시장에서 미국산 곡물의 가격 경쟁력은 저하되고 수출 부진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현재의 추세대로 달러화 가치가 계속해서 강세를 이어가고 수급 측면에서의 큰 변화가 없다면 곡물 가격은 여전히 하락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다만 달러화 가치 상승에도 불구하고 유가가 크게 오르고 있어 곡물 가격의 하락세가 제한을 받고 있다. 유가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 상승은 바이오연료용 곡물 소비를 늘리게 하는 동시에 곡물 생산비용과 운송비용 등이 증가해 곡물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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