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양돈이 위기 상황에 놓였다. 일부 몰지각한 이들의 가축분뇨 무단 배출사태 여파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제주도청은 지난 19일 ‘양돈장 적폐청산 및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주요 골자는 △축산업 육성 및 지원 조례 개정 건의 △가축분뇨 공공처리 비용 현실화 △가축분뇨 무단배출 농가 사육 돼지 도축장 반입 제한 △가축분뇨 불법 처리 신고 포상금제도 운영 △사육두수 종량제 도입 등 크게 6가지다.

현재 가축분뇨 배출 위반 시설은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가축분뇨법)’에 따라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후속 조치로 축산업 허가도 취소 가능하다. 그러나 제주도는 가축분뇨 무단 배출 농가에 대해 축산법만으로 허가를 바로 취소할 수 있도록 농림축산식품부에 축산법 개정을 건의 할 계획이다.

‘축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개정을 통해 가축분뇨 관련 행정처분을 받은 농가와 축산 악취 개선 명령 불이행 농가에 대해 1차 10년, 2차 영구로 예산 지원을 제외하는 방안을 조례에 반영한다. 가축분뇨 처리는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다. 악취를 잡는 것은 더욱 쉽지 않다. 강한 규제는 당초 취지와 다르게 선의의 피해 농가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사육두수 총량제’는 가축분뇨의 배출량에 맞춰 농가의 돼지 사육두수를 제한한다는 정책이다. 제주도에서 돼지를 사육하려면 축산법에 따라 두당 0.79㎡(0.24평)의 축사면적을 갖추고, 가축분뇨법에 따라 분뇨 처리 방안(두당 5kg)을 제시해야 한다. 이를 내년 상반기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현재 1톤당 1만 6000원인 공공처리시설 분뇨 처리비용을 3만원까지 인상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이는 양돈농가에 직격탄을 날리는 것과 같이 매우 큰 충격이 된다. 무단방류 근절을 위한 조치라면 공공처리시설 처리 비용을 오히려 크게 낮추는 방향이 옳다. 비용이 오를수록 위법을 저질렀을 때 얻는 것이 많아진다. 그만큼 위험을 감수할 마음이 생기게 된다.

당장 무허가축사 적법화에도 제동이 걸렸다. 사업 과정에서 관련법을 위반해 형사고발을 당한 농가가 포함되면서 제주시 부시장이 지난 20일 행정사무감사에서 “양돈산업이 청정 환경으로 자리매김할 때까지 양성화 사업을 당분간 보류한다”고 말했다.

제주도청에 따르면 10월 기준 제주도 내에는 296농가가 55만 8000여두의 돼지를 사육 중이다. 이중 제주시 관내에는 208농가가 있다. 이중 적법화 대상은 103농가로 50%를 차지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적법화 완료는 13개 농가에 불과하다.

일부 몰지각한 양돈농가들의 소탐대실이 오늘의 사태를 만들었다. 재발 방지를 위해 이들을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제주도 내의 모든 양돈농가들을 죄인 취급하는 것은 안 된다. 지금의 재발방지 대책이 양돈업을 천직으로 생각하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양돈농가들의 삶까지 흔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 범법자는 반드시 잡아서 죄의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 도심 한복판에서 마구잡이로 총을 쏜다면 선량한 시민이 다치게 된다. 엄격한 법 집행을 명목으로 선량한 제주도민의 피해를 묵인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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