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 이게. 유통비용을 줄이자는 차원에서 로컬푸드니 직거래니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가격이 서울 대형유통 매장보다 더 비싸?”

지역 로컬푸드 매장에 가면 가끔씩 들리는 푸념이다. 그중 대부분 푸념의 주인공은 도시민들이다. 그런 불만의 목소리를 듣다 보면, 정부나 농협이나 로컬 푸드에 대한 개념을 ‘농축산물 유통구조개선을 통한 가격 인하’에 두고 있는 ‘역효과’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정작 가격이 싸도, 그들은 그곳까지 오는 데 걸리는 시간과 비용을 모두 합산하는 계산법을 적용한다. 중간 유통업자들의 ‘폭리’가 없기 때문에 저가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 하지만 로컬 푸드는 가격보다는 농축산물의 품질과 특색이다.

 

농업에 대한 몰이해

 

수십 년간 산업화를 체험한 소비자들은 편의성과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신상품, 가격 하락이라는 식품 시스템의 능력을 잣대로 식품산업의 성공과 효율성을 평가해 왔다. 실제로 현대 식량 시스템은 먹을거리의 가격을 크게 낮췄다.

세계식량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1974~2005년 사이 세계시장에서 식량 가격이 3/4 가량 떨어졌다. 가구소득 중 식료품 지출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15% 선이지만, 30년 전에는 2배 이상 더 지불했다. 특히 1980년대 이후는 곡물가격이 꾸준히 하락했다. 2007~2008년 곡물가격이 폭등했을 때도 그 가격은 1973~1974년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때문에 현대 소비자 대부분은 농업과 농민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농업이 식량안보 등과 관련해 갖는 중요성, 농업이 문화의 뿌리라는 점, 농업의 비교역적 기능에 대해 잘 모르고 관심도 없다. 농업이 우리의 생명을 좌우하며 그것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것도 나의 일이 아니다.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당연히 싼 먹을거리를 구입하기 위해 외국에서 수입해다 먹어야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그로 인해 농민의 생활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것도 관심 밖이다. 농업과 농민에 대한 이러한 가치부여와 태도 때문에 농민들이 농업을 살리고자 하는 움직임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들은 먹을거리를 선택할 때 자신의 지식이나 기준이 아니라 식품회사의 광고에 의존한다. 농산물을 구매하는 데 드는 돈을 아깝게 생각하고, 가급적 싼 것을 사고자 애쓴다. 비싸고 품질 좋은 먹을거리보다 싸고 질 낮은 먹을거리를 찾는다.

 

정책은 가격에 몰입

 

가까운 곳에서 생산된 먹을거리가 더 신선하고 영양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싼 식품이 야기하는 문제에 대해 잘 모르고, 우선 싸다는 것에 매력을 느낀다. 이들은 또 자세히 모르면서 친환경 농산물을 신뢰하지 않는다.

또 이들은 먹을거리는 풍부하며, 생산과 공급 등에 문제가 생길 리가 없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식품을 많이 사서, 남는 것은 버리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음식을 많이 남기며, 그 결과 음식물 쓰레기를 많이 배출한다. 음식물 쓰레기의 경제적 비용과 음식 낭비 등에 대해 모른다.

현대 먹을거리의 문제점과 대안 식량체계를 연구하고 있으며 슬로푸드 전도사인 김종덕 교수는 이와 관련 ‘좋은 음식’에 대한 정의를 내렸다.

“좋은 음식은 지속가능한 생산과정으로 이뤄지며, 자연과 지역에 기초하고, 농민들의 자율적인 영농에 의해 생산된다. 생산지에서 소비지까지 거리가 가까워 먹을거리가 신선하며, 유통단계를 적게 거쳐 생산자인 농민에 보다 많은 푸드 달러가 돌아간다.”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최근 AI·FMD 등을 포함한 악성가축질병과 살충제, 화학비료 문제가 빈발하면서 안전하고 위생적인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로컬 푸드와 직거래 등이 각광받고 있는 것도 안전과 깊은 관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정책은 ‘가격’에 몰입돼 있어, 정작 중요한 좋은 먹을거리를 생산·유통하는 식품 시스템은 도외시 되고 왜곡되고 있는 현실이다.

 

대부분이 적자 허덕

 

지구 반대편에서 건너오는 식품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연료 낭비와 값싼 노동력 착취를 부추기는 원거리 식품 운송을 배척하고, 지역에 기반한 식품 경제로 돌아가는 일이야말로 외부 비용을 줄이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공정하게 만나는 수단, 그것이 바로 로컬 푸드의 진정한 의미다.

지난 19일 김태흠 의원이 aT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연중 운영된 48개 로컬 푸드 직매장 중 23개가 적자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2015년 개장한 매장 16개 중 13개가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8개 매장의 평균 매출액은 연간 25억3000만원 수준이지만 운영경비를 제외한 평균 이익은 2000만원에 불과했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직거래 농산물 이외에 수입농산물을 취급하거나 타지역 농산물을 절반 이상 판매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로컬 푸드의 개념을 ‘유통마진을 줄여 싼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공급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보다 포괄적이고 효율적이려면 생산자가 ‘진심’으로 참여하는 로컬 푸드와 윤리적 소비를 함께 연결시키는 개념 정립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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