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은 식품을 소비하는 과정에서 크게 두 가지의 착각에 빠진다. 하나는 ‘소비자가 왕’이라는 것과 다른 하나는 자신이 먹는 식품이 ‘건강에 좋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왕이라는 심리는 간혹 ‘갑질’이 형태로 나타나는 데, 이는 자신이 소비하는 식품에 대한 고찰이 없기 때문이다. 팔아주는 입장이니 당연히 자신들이 ‘위’라고 생각한다. 소비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제품을 생산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을 것이라는 그릇된 사고에서 비롯된다.

 

두가지 착각에 빠져

 

일반 소비재와 마찬가지로 식품을 대하는 자세, 즉 내가 생명을 유지하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식품을 생산하는 농민들의 땀과 고충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없는 마음가짐은 바로 ‘황금만능주의’에 물든 그릇된 행태다.

생산자에게 소비자가 중요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입에 들어가 건강을 유지하고, 원만한 생활의 근본을 제공하는 농민들의 땀이 ‘별 것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는 사실은, 그만큼 소비자들의 의식수준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돈이면 된다는 천민의식의 팽배는, 소비자 스스로 격을 낮추는 짓이다. 생산자에게 위생적이고 안전한 고품질의 식품원료를 생산하라고 압박하려면, 그들의 노동의 대가를 충분히 인정해주었을 때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

“이것은 잘못된 것이니 돈을 지불하지 않겠다”는 단호함과 “이렇게 생산된 식품에는 언제든 제시하는 가격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는 약속이야말로, 소비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제품이 유통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생산·소비자의 ‘상생’이다.

자신이 먹는 식품이 ‘건강에 좋다’는 착각은, 소비자들이 식품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다. 식품전문 기자출신 작가 겸 캘리포니아 버클리캠퍼스의 마이클 폴란(Micheal Pollan) 교수는 그의 저서 「행복한 밥상」에서 “제대로 된 음식을 먹어라”고 권고했다.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음식 같지 않은 음식을 온전한 음식으로 알고 있다. 이들은 식사에서 가공식품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이들은 식품산업이 소비자들의 건강을 고려해 가공식품을 만들고 가공식품이 건강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기업은 이윤에 초점

 

하지만 식품기업들은 이윤을 위해 싼 식재료를 사용한다. 맛을 내기 위해, 또 소비자들을 유혹하기 위해 인체에 해로울 수도 있는 식품첨가물을 아무 스스럼없이 가공식품에 사용한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식품산업의 본질을 잘 알지 못하는 가운데 이들의 제품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다.

또 소비자들은 과학자와 영양학자들이 양심과 과학적 연구결과에 기초해 특정식품을 평가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들의 경우 식품산업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가능성이 크다. 이들 중 상당수가 식품산업이 제공한 장학금을 받아 공부를 했고, 전문가가 된 후에도 기업들로부터 연구비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모른 채 전문가들의 권위를 믿으면서 이들이 권고하는 바를 받아들인다.”

존스 홉킨스 대학의 시드니 민츠(Sydni Mintz) 교수 역시 그의 저서 「설탕과 권력」을 통해 “현대 식품 소비자들은 대형마트에 있는 수많은 식품을 접하면서, 여러 제품 중에서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제품의 대부분이 비슷하기 때문에 실제로 선택권은 의미가 없고, 따라서 이러한 소비자는 ‘선택의 자유’라는 허위의식에 빠져 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선택의 자유는 자유라기보다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나쁜 음식을 선택하고 먹게 한다. 식품회사 등은 광고, 전문가 등을 이용해 자기 회사의 제품이 완전하다고 선전하면서 구매하도록 설득하고,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이 설득에 넘어가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과거 농업사회에서 먹거리의 생산은 단순하고, 관련 지식도 많지 않았다. 생산자들은 전통적인 생산방식에 의존했고, 소비자들은 그러한 생산물을 식재료로 사용해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반면 산업화된 사회에서는 지역에서만 생산되지 않고, 수입된 먹거리의 비중도 높다. 점점 더 먹거리 수송거리가 늘어나고, 소비자들이 먹는 음식의 종류도 많아졌다. 음식에 대한 지식의 양도 늘어나고 있다.

 

비용은 농민들의 몫

 

소비자들은 쉽게 돈을 손에 쥐기만 하면 원하는 먹거리를 살 수 있다고 떵떵거리지만, 식품에 대한 윤리적 소비를 하지 못하면 자신들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자신의 뜻과는 전혀 다른 ‘나쁜’ 음식이다.

소비자들은 무작정 불량식품을 없애야 한다고 정부를 압박하면서도 불량식품이 판 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원인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 소비자들이 굳이 그렇게까지 파고 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 것들은 정부가 알아서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론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그런 태도의 최종적 부담은 기업이나 유통업체가 아니라 농민이 지게 되어 있다. 정부의 법적 행정적 규제 강화는 물론 기업들의 모든 비용 부담은 고스란히 농민들 몫이다. 소비자들의 의식이 깨어야 하는 것도 바로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식품에 대한 성찰이 있으면, 그런 이유로 정부나 기업에 맡기지 않는다. 생산자의 권익과 함께 소비자 스스로의 권익도 함께 보장할 수 있기에 그렇다. 소비자는 ‘왕’이 아니라 삶의 동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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