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는 목소리만 크지 늘 약자다. 지금껏 생산자는 정부를 이겨본 역사가 없다. 갑과 을의 관계다.

지난 11일 낙농진흥회 회의실에서 생산자측 이사는 분통이 터진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7월 25일 열린 낙농진흥회 이사회. 이날 이사회는 전차와 마찬가지로 연동제 산출시 변동원가에 물가상승률 반영 삭제 안건을 두고 생산자와 생산자를 제외한 나머지 이사진들의 의견 대립이 이어졌다.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안건을 표결 처리 하게 된 것이다.

이날 생산자측 이사진들이 강력하게 항의했음에도 불구하고 표결에 의해 안건이 처리 되자 생산 현장의 농가들은 회의방식과 절차를 문제 삼아 기어코 소까지 제기하면서 갈등은 고조됐다.

이에 낙농진흥회는 생산자와 낙농진흥회가 갈등을 해소하고 앞으로의 나아갈 방향 등을 논의하자는 취지의 자리를 만든 것이다.

이 자리에서 이창범 낙농진흥회장은 회의진행이 미흡했던 점을 사과했고 이승호 낙농육우협회장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로써 낙농진흥회와 생산자간 갈등이 표면적으로는 봉합되는 모양새가 됐다.

앞으로 손을 맞잡고 현안을 해결하자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찝찝함은 지울 수 없다.

생산자들을 뿔나게 한 것이 과연 회의 방식 때문이었을까.

이사회부터 간담회까지 지켜본 바, 실제로 생산자가 분개하는 것은 회의방식도 낙농진흥회도 아니다.

그 안건의 처리를 가장 바라고 원했던 것은 낙농진흥회를 앞세워 칼을 휘두르고 있는 정부. 그들이 대상이기 때문에 사과하는 이와 사과를 받는 이, 그리고 지켜보는 사람까지 모두가 애매모호할 수밖에 없다.

예산을 볼모로 정부가 뒤에서 흔들어 댄다면 앞으로도 낙농진흥회와 생산자간의 수많은 난관과 갈등은 불 보듯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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