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세계청년리더총연맹(World Federation of Power Leaders, WFPL 이하 세계연맹)은 식품안전과 관련해 심각성을 지적하면서 ‘먹거리 안전 위기, 지금이 재도약의 기회’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살충제 계란’에 이어 ‘닭’에서도 농약성분이 검출된 것이 배경이다.

“독성이 강해 38년 전에 사용이 금지됐던 농약마저 닭과 토양에서 검출된 이상, 계란이나 닭고기를 더 이상 믿고 먹기에 쉽지 않다”며 “보다 안전하고 위생적인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향후에도 이러한 문제는 다시 불거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장식 축산 문제화

 

이와 관련 세계연맹은 “농가에 가장 구조적인 해법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제대로 된 안전라인을 가동하는 것이 시급하다”면서 “자연방사가 아닌 공장식 사육시스템의 폐해는 결국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므로, 적어도 넓은 공간이 보장된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계연맹은 또 가축의 방사 등 사육형태에 따라 생산업자에게 세제상 혜택이 돌아가도록 보상시스템을 마련하고, 사육방식을 제품에 적시해 국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선택권을 넓힌다면 안전한 먹거리가 확보될 수 있다고도 했다.

살충제 계란 파동은, 그 어느 때보다 축산업의 밀집사육방식을 크게 문제화시켰다. 하지만 이번 파동 역시 축산업을 보는 소비자들의 일상적 관점이나 정부의 부실한 대책보다 축산농가의 ‘부도덕’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

‘공장식’으로 낙인찍힌 밀집사육을 할 수밖에 없는 축산업의 현실에는 누구도 관심 갖지 않는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축산농가로서는 너무 아프다. 잊을 만 하면 터지는 가축질병, 환경 오염 문제들은 축산농가에게 아프면서도 뭐라 말하지 못하는 ‘냉가슴’을 안겨준다.

일부 부도덕한 농가들이 빚어낸 사회문제들은, 선량한 대다수의 축산농가가 일반 국민들 비난의 대상이 되곤 하기 때문에도 그렇다. 식품의 안전성 확보를 논하고, 무엇이 잘못됐으며,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차분하게 고민해야 할 전문가들에게도 이성보다 감성을 자극하기에 더욱 그렇다.

 

나쁜 사람으로 등장

 

최근 제주도 4곳의 양돈농가들이 가축분뇨를 무단방류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 중 한 농가는 숨골에 무단 배출한 사실이 밝혀져 도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숨골은 용암동굴이 붕괴하거나 지표면 화산암류가 갈라져 지표수가 지하로 잘 흘러드는 곳으로, 지하수 함양의 원천인 동시에 오염에 취약한 곳이다. 여기에 수 년 동안 가축분뇨를 무단방류했다는 사실은 충격을 넘어 거의 ‘경악’이다.

농협과 대한한돈협회에서 제명하는 절차를 밟고 있지만, 축산농가 스스로가 축산업을 오염산업으로 낙인찍는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나면 백약이 무효다. 축산농가의 입장에서는 일부 농가의 부도덕으로 이해해 줬으면 좋겠지만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축산업이 사회적 문제로 비화될 때마다 언급되는 것이 ‘공장식’ 사육환경이다. 많은 가축을 좁은 우리에 가둠으로써, 축산농가는 질병과 환경오염을 야기하고 동물을 학대하는 ‘아주 나쁜’ 사람으로 등장한다.

이런 가운데 축산업이 농업생산액 비중의 43%를 차지한다며 이에 합당한 산업적 대우를 해달라고 주장해 본들 가당치도 않은 말이다. 하지만 국민들이 육고기를 이전보다 값 싸고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이들 축산농가들의 덕분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값싼’ 것을 찾는 소비자들의 욕구가 축산농가를 끊임없이 압박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욕구에 부응하기 위해서 축산농가들은 규모를 키울 수밖에 도리가 없다.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로 외국산 축산물을 찾게 되면 경쟁력 확보를 위해 축산농가들은 규모를 키워 ‘박리다매’ 형태를 갖출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축산농가는 2000년 24만여 호에서 2016년 12만여 호(염소, 양 등을 모두 합쳐)로 절반 이하로 줄었지만 규모는 오히려 커졌다. 이는 2017년 현재 축산농가들의 사육규모가 전·기업화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격은 이유가 있다

 

이는 또 급속하게 도시화 되고 있는 농촌지역에서 환경오염을 야기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음을, 축산 냄새로 인한 민원 발생이 유발될 수 있음을, 결국 지역에서 쫓겨나도 어느 지역에서도 이전을 허락하지 않는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음을 뜻한다.

축사의 신·개축이 어려우면 환경친화적이 될 수 없다. 당연히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진다. AI가 발생하면서 무려 3400여만 마리의 닭과 오리가 땅에 묻혔다. 그 결과로 계란 가격이 급등해 이전보다 거의 3배 가량이 올랐다.

정부는 깜짝 놀란 소비자들의 장바구니를 가볍게 한다고 미국산과 태국산을 수입했다. 가금업계와 가금전문가들은, “자칫하면 빗장을 풀게 될 것”·“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번 계란 가격의 폭등은 그동안 계란 가격이 얼마나 싼 것이었는지를, 그렇게 만들어진 계란이 과연 안전과 위생을 보장하고 있는지를 소비자들에게 일깨워준 교훈이다. 상품에 붙은 가격에는 다 사연이 있다. 세상에 값 싸고 좋은 것이 없기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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