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기간 6개월…특별법 말고는 해답이 없다

 

지난 14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무허가축사 적법화 가능한가?’란 주제로 정책토론회가 개최됐다. 홍문표 국회의원, 축산관련단체협의회, 농협 축산경제 공동주최로 열린 토론회에는 적법화를 위한 실마리를 찾기 위해 축산농가들이 전국에서 모였다.

이날 농가들은 적법화 유예기간이 불과 6개월 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아직도 시군마다 다른 법리해석으로 인해 적법화가 지연되고 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소방시설 중 비상경보시설의 경우 고령군은 설치하지 않아도 적법화가 가능하지만, 하동군은 미 설치 시 적법화가 불가능한 상태다.

생산자단체와 농가들은 보다 많은 농장의 적법화를 위해 적법화 유예기간 연장과 특별법 제정을 주장했지만, 정부는 이는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내년 3월 24일까지 적법화 완료를 주문했다.

 

# 인허가 기간 단축 하라

적법화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무허가축사 인허가는 최소 10개의 법에서 최대 수 십 개의 법리적 검토를 거쳐야 가능하다. 이에 적법화를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기간이 촉박한 상황이다.

전남 영광 A축산은 구거용도 폐기에 1년 5개월이 소요됐다. 또 인허가 검토과정이 1년 소요됐다. 총 2년 5개월 만에 적법화를 완료했다. 충북 괴산 B농장은 특별한 문제 사항이 없는데도 7개월째 적법화를 마치지 못했다.

홍문표 국회의원은 “무허가축사 적법화가 이대로 가면 내년 3월에는 농가들이 1억원 이상 벌금을 물고 축사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며 “지금 법을 고치지 않으면 내년에 엄청난 사회적 문제가 발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특별법 밖에 없다

정부는 2013년 2월 ‘선 대책 후 규제’를 기본 원칙으로 무허가 축사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가축분뇨법이 개정된 이후인 2015년 11월에야 세부 실시요령을 발표했다. 대책마련이 2년 9개월 지연됐지만 무허가 축사에 대한 사용중지 및 폐쇄명령은 예정대로 내년 3월 24일 시행에 들어간다. 농가들은 허송세월을 보낸 기간만큼이라도 적법화 유예기간을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본격적인 토론회에 앞서 생산자 단체장들이 마이크를 잡고 특별법 제정을 강하게 주장했다.

정병학 육계협회장은 “육계사육농가 1800호 중 무허가 적법화 대상 농가는 600호다. 그중 10%인 60호가 적법화를 완료했다. 육계농가는 계열농가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적법화를 하지 못할 경우 내년 3월 24일 이후에는 계열사로부터 사료와 병아리를 받지 못한다. 유예기간을 늘려 주거나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홍재 대한양계협회장은 “적법화를 3년 동안 추진했지만 적법화율은 10%도 안된다. 왜일까?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방법은 특별법 밖에 없다. 정부는 안 되는 일을 갖고 거짓말로 더 이상 농가를 호도해서는 안 된다. 특별법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문정진 한국토종닭협회장은 “현행법으로 적법화를 손도 못 데는 곳이 많다. 특별법을 제정해야 적법화가 가능하다. 무허가축사 적법화는 축산농가의 생존권과도 같다. 내년 3월 이후 적법화를 못한 농가는 범법자가 된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특별법 밖에 없다”고 전했다.

 

# 입지제한지역 농가도 국민이다

토론회에 앞서 그린벨트 지역의 축산농가들이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나섰다. 이들은 축사가 그린벨트 지역에 위치해 적법화 대상에서 애초부터 제외됐다. 적법화 시도도 못하는 상황이다. 내년 3월 24일 이후에는 강제로 농장을 폐쇄시켜야 한다. 이들은 “그린벨트 축산농가도 국민이다. 특별법으로 묶어 놓은 그린벨트, 특별법으로 양성화해야 한다”고 외치며 답답한 마음을 알렸다.

이들과 같이 가축분뇨법상 입지제한지역 내의 무허가축사는 전국에 4100호 가량이다. 전체 무허가축사 적법화 대상 농가 중 9.2%에 해당한다.

서상교 경기도 축산산림국장에 따르면 경기도에 1만 4000여 농가 중 무허가 축사가 절반인 7000호 가량이다. 그중 1000호는 그린벨트 등에 위치해 적법화를 추진조차 못한다. 3000호는 적법화를 추진해야 하는데 시간이 촉박하다. 아직 손도 못 대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도에는 그린벨트에 대한 규제를 받는 농가가 700호 가량이 된다. 시흥시는 103호 중 100%가 적법화를 하지 못한다. 남양주는 247호가 대상인데 209농가가 아예 추진 대상에서 제외 됐다. 이들 모두 그린벨트 지역에 위치해 있다.

서 국장은 “6월 8일 중앙T/F회의에서 그린벨트 지역은 축사 500㎡까지는 철거하지 않고 나머지 부분은 철거할 경우 적법화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논의했다. 이 내용을 시군에서 시행하기 위해서는 국토부 공문이 필요하다. 회의 서류로는 시행을 할 수 없다는 것이 해당 시군 공무원들의 반응이다”라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덕우 남양주축협 조합장도 그린벨트 지역 농가에 대한 구제를 강조했다. 이 조합장은 “개발제한 지역이나 입지제한지역에 사는 사람은 국민이 아니냐. 법과 규제 기준이 완화되지 않는 한 폐업이라는 벼랑 끝에 몰리는 처지에 놓여 있다. 그린벨트 지역 농가는 생업을 포기하거나, 불법으로 가축을 키워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범법자가 되길 강요받는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또 “내년 3월 24일부터 일제 단속이 실시되면 그린벨트와 입지제한지역 내 농가들 대부분이 불법건축물로 지정되어 강제 폐업을 하게 된다. 투자한 축산시설 비용 모두 축산농가의 부채로 남게 된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 유예연장, 특별법 ‘없다’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자신이 취임한 이후 적법화 추진률이 60%로 올랐다고 밝혔다. 내년 3월까지 노력을 다하면 적법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적법화를 열심히 하려는 농가에게는 정부가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하겠다. 내년 3월 24일까지 적법화 접수라도 하는 등 정부 조치에 협조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최선을 다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절대 정부가 불이익을 주지 않도록 하겠다. 적법화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 대해 차별화를 할 수 밖에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민연태 농축산부 축산정책국장은 “서류만 접수해도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고 밝혀 관심을 모았다. 민 국장에 따르면 8월말 기준 적법화 완료 농가는 전체 4만 77호 중 5427호로 13.5%이다. 현재 서류 접수를 마친 1만 285호(25.7%)로 이를 합하면 38.2%이다. 올해 3월말까지 4%가 안됐지만 지금은 40% 가까이 올랐다.

내년 3월까지 적법화를 완료해야 하는 1단계 대상농가는 1만 1905호로, 적법화 완료가 약 26%, 적법화를 추진 중인 농가가 34%로 해서 60%를 넘겼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연말에 80%까지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민 국장은 “일단 서류만 시군에 접수하면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적법화 유예기간이 연장된다고 생각하지 말고 시군에 관련 서류를 제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정책토론회를 지켜본 한 축산농가는 “전국 시군별 무허가 축사 적법화 여건을 동일하게 하고, 입지제한 지역 내 무허가 축사농가를 구제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축산농가는 “정부가 환경보호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절차를 간소화해서 농가들이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지금의 조치가 환경보호를 위한 것이냐, 축산을 죽이기 위한 것이냐”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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