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부정적 인식 고조…축산업 ‘고립무원’ 신세

 

지난 19일 경기도 안성 소재 농협미래농업지원센터에서 개최된 전국축협조합장회의에서는 대한민국 축산업의 현주소가 바로 ‘벼랑 끝’에 서 있는 형국이라는 점에 모두가 동의했다.

빈번한 악성 가축질병과 ‘살충제 계란’에서 비롯된 축산물의 안전과 위생 문제 등으로 축산업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인식 고조가, 축산업을 둘러싼 환경을 더욱 악화시킴으로써 숙원사업인 무허가 축사 적법화와 지자체의 무차별적인 가축 사육거리제한 강화에 빌미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오염산업’은 되도록 없애야지 그것들을 유지시켜서는 안된다”는 부정적 인식이 높아질수록 축산업은 아군 없는 외로운 신세로 전락할 수밖에 없기에 더욱 그렇다.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축사에서 “무조건 2년 또는 3년 유예는 없다”면서 “일단 적법화 신청을 하고 적법화를 위해 노력하는 농가에 대해서는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맞춤형’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은 “방역현장 그 어디에서든 축협이 제 역할을 다해왔다”고 조합장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부 물품과 성금만을 전달하고 소임을 다한 듯 생각하는 것에서 벗어나 효율적인 방역이 어떤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장관의 말에는 일반국민들의 시각이, 김 회장의 대회사에서는 그러한 시각을 갖게 만드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악성 가축질병’이라는 점이 강하게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준다.

또 김 장관이 ‘청탁금지법 추석 전 수정’ 약속을 이행하지 못한 것에 사과를 하고 연내 반드시 이행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일반 국민들의 청탁금지법에 대한 확실한 찬성이 또 우려를 낳는다.

이날 전국축협조합장회의는 당면 현안으로 6건을 내놨다. 그 중 첫째가 무허가 축사 적법화요, 두 번째가 청탁금지법 그리고 세 번째가 가축사육 제한구역 확대 방지다. 그만큼 축산인들이 이것들에 대해 얼마나 심각한 고민을 하는지 잘 보여준다.

 

# 무허가 축사 적법화

가축분뇨법에 따라 무허가 축산농가는 내년 3월 24일까지 적법화해야 한다. 만일 적법화 하지 못하면 무허가·미신고 축사는 규모에 따라 3단계로 구분해 사용 중지 또는 폐쇄 명령 등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현재 완료농가는 6월말 현재 3752호로, 대상 농가 4만4170호(법령 해석 명확화로 신고미만 규모 축사는 행정처분 대상에서 제외됨으로써, 당초 6만190호에서 4만4170호로 줄었다) 중 진도율은 8.5%에 불과한 상태다. 유예기간이 종료된 후에는 생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거나 범법자 양산이 우려되는 실정이다.

정문영 협의회장은 “적법화가 각 지역마다 축사 상황마다 100인 100색이고, 지자체 공무원이 재량권을 발휘하고 싶어도 조례를 위반할 수 없기 때문에 특별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그동안 중앙회와 일선축협의 다각적인 활동에 힘입어 긍정적인 결과가 예상된다”면서도 “축산특례를 지켜낸 것처럼 역량을 집중하면 못할 것이 없으니, 마지막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하자”고 당부했다.

 

# 청탁금지법 개정

지난해 9월 28일 시행된 이후 한우가격 하락과 판매량 감소에 따른 농가 수취가격은 676만원에서 올 7월 593만원으로 12.3%가 하락했다. 설 농축산물 선물세트 판매도 무려 25.8%나 급전직하했다.

문제는 국내 한우가격의 하락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외국산 축산물의 물량이 확대되고 이에 따른 자급률도 크게 낮아졌다. 시행 전 우려했던 ‘외국산 축산물과 경쟁할 수 있는 모든 무장이 해제된 꼴’이 됐다.

일반 국민들의 개정에 대한 거부감이 높아 ‘요지부동’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대정부·국회 농정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한 결과,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청탁금지법의 취지에는 적극 동의하지만 예기치 못한 농축산업의 피해를 이해하는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 역시 재검토 의견을 제시하고 있어 희망이 생겼다. 때문에 농축산물 적용 제외 등 농업인의 피해 최소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이 마련되도록 힘을 모으자고 의견을 모았다.

 

# 가축사육 제한구역 확대 방지

가축분뇨 등으로 인한 환경오염, 축산 냄새 및 축사에 대한 혐오시설 인식 등으로 집단 민원이 잇따라 발생하자, 지자체는 조례를 제정해 가축사육 제한 구역을 설정했다. 그러나 현재 일부 지자체에서는 환경부의 권고안보다 과도하게 강화함으로써 축산인들을 삶의 터전 밖으로 몰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축협조합장들은 현행 제도 하에서는 지자체가 설정한 과도한 거리제한 구역이 용인돼 축산인들의 권익을 상당히 침해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지자체의 재량으로 규정한 가축사육 제한구역의 설정 거리 범위를 환경부 권고안 이상 초과할 수 없도록 가축분뇨법 및 동법 시행령 개정을 요청했다.

1785만1239㎡(540만평)미군기지가 들어서는 평택시의 경우, 제한구역을 무려 2km로 설정해 축산업 자체를 아예 없애려고 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시와 몇 차례의 간담회를 통해서도 크게 변화된 것이 없다. 때문에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키 위해서는 축산농가들의 단합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 축산식품 안전관리체계 일원화

살충제 계란 파동에서 보듯 현행 축산물 위생관리체계가 농축산부와 식약처로 이원화되면서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안전·위생관리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에 식품안전 업무 일원화를 통한 ‘농장에서 식탁까지’의 위생·안전시스템 구축이 절실한 상황이다. 생산부터 판매까지 축산물 식품안전 기능을 농림축산식품부로 일원화하는 것이 맞다.

 

# 농협법 시행령 개정

농협 경제사업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약정 조합원 육성계획 의무수립 조합의 기준을 조합의 판매사업을 이용하는 조합원이, 전체 조합원의 100분의 10 이상인 조합으로 정해야 한다. 다만 대상 조합의 범위는 단계적으로 도입한다.

조합원 자격 확인방법 개선과 불가피한 사유로 영농(양축)을 휴직하는 경우에는 조합원 자격 유지에 대한 법적 근거 신설이 필요하다.

가축 살처분, 농지 또는 가축의 일시적인 매매, 천재지변 등으로 영농(양축)을 휴직할 수밖에 없는 조합원 보호를 위해서는 조합원의 자격유지에 관한 법적근거가 신설돼야 한다는 이유다. 이를 위해 농·축협, 중앙회, 경제·금융지주 등 계통기관의 의견을 수렴해 농축산부에 제출키로 했다.

여기에 조합 설립인가기준을 현행 지역조합 1000명(특·광역시, 도서지역 300명), 품목조합 200명을, 지역조합 300명(특·광역시, 도서지역 200), 품목조합 100명으로 현실화해 줄 것과 비회원조합의 중앙회 회원가입기준도 강화해 줄 것을 건의키로 했다.

 

# 사료용 벼 시범재배사업 추진

사료용 벼 재배는 국내산 쌀 재고과잉 문제 해결과 수입 조사료 대체를 통한 축산농가 생산비 절감을 도모할 수 있는 사업이다. 따라서 경종·축산농가 실익 증진을 위해 사료용 벼를 재배하는 농가에 대한 쌀 재배 수준의 소득 보전과 사료용 벼 사일리지 제조비 및 유통비 지원 확대를 건의키로 했다.

한편 이날 기타토의 시간에서는 전국한우협회의 ‘농협적폐청산 릴레이 집회’가 거론되면서 일부 조합장들의 강한 발언들이 이어졌다.

경북의 한 조합장은 “청산할 적폐가 있다면 중앙회가 아니라 청와대 앞에서라도 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다른 농축산단체들은 관심도 없는 데 유독 한우협회만 나서는 이유가 뭔가”라면서 집회의 목적에 의문을 제기했다.

심지어 강원도의 한 조합장은 “자조금에 대한 강도 높은 감사를 요청해야 한다”면서 “지금 축산업계가 당면한 현실은, 축산업계 모두가 힘을 모아도 시원찮은 상황인 데 이게 무슨 짓이냐”고 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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