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문화 확산·저지방육 소비 갈수록 높아

 
김병도 R&BD본부장(축산물품질평가원).

정부는 올해 연말까지 소고기등급제 개선방안을 확정하고 2018년부터 등급기준 보완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년도에는 본격적으로 현장 적용을 위한 공청회 등을 통해 소 도체등급판정기준 최종안을 확정짓고 시행을 위한 관련 규칙 및 고시 개정작업에 착수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소고기 등급제 개선 안의 핵심은 육량등급 개선, 육질등급 근내지방도 기준 하향 조정 및 근내지방 섬세도 평가 도입 등이다. 그러나 개선안에 대해 생산자와 소비자 양측 다 만족시킬 만한 결과물을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생산자 단체인 한우협회는 소고기 등급제를 개선하는 것은 한우 농가소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먼저 사양관리나 실증실험을 통한 결과물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소비자단체는 한우등급제 개선을 통해 절약된 생산비가 소비자가격까지 연동돼 가격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1. 추진 배경

소 도체 등급제는 1980년대 말 우루과이라운드(UR)에 따른 무역자유화에 대비하여 국내산 쇠고기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도입되어 한우의 개량 촉진, 품질향상, 유통 투명성 확보 등을 통해 농가 수익성 향상에도 기여하였다.

등급제 도입 초기에는 육질 1등급을 미국산 쇠고기의 Prime 등급보다 약간 높게 하고, 2등급은 Choice, 3등급은 Select·Standard 등급과 맞대응할 수 있도록 설정하였다. 그리고 꾸준한 농가의 개량 노력과 사양관리 개선을 통하여 점차 고급화가 이루어져 1997년도에 1+등급, 2004년 1++등급까지 신설하여 수입육과 차별화에 진력한 결과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였다.

이에 따라 우리 축산업은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농림업 생산액 중 40%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약적인 발전을 했지만, 최근의 국내산 축산물에 대한 국민의 요구와 시장개방 여건은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생산 측면에서 보면 개량 및 사양기술 향상 등으로 한우 도체중은 커지고 있으나, 정육률이 낮은 C등급 출현율도 지속 상승하고 있고, 육질중심의 비육으로 사육기간이 늘어나면서 못 먹는 지방량도 함께 증가함에 따라 생산성이 저하되고 있는 현실이다.

소비측면에서는 건강을 챙기는 웰빙문화 확산에 따라 저지방육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가품비(가격 대비 품질)를 꼼꼼히 따지는 소비 형태와 청탁 금지법 등으로 높은 가격의 쇠고기에 대한 소비가 위축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국내산 쇠고기의 가격 경쟁력 감소와 쇠고기 수입량 증가 추세에서는 쇠고기 자급율의 지속 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를 극복하고자 정부와 축산물품질평가원에서는 이러한 사회적 변화를 반영하고, 국내 소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킴으로써 생산자,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등급기준으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2. 소 도체 등급기준 보완(안) 주요내용

소 도체 등급기준 보완(안)은 육량등급을 개선하여 도체중이 크면서 정육률도 높은 소도체가 좋은 등급을 받도록 함으로써 한 마리당 쇠고기 생산량을 증대시키고, 육질등급 보완을 통해 국내산 쇠고기에 대한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가. 육량등급 개선 : 성별, 품종별 육량지수산식 개발.

먼저 육량등급 개선 방안을 살펴보면 현재는 소 품종과 성별 구분 없이 통합된 육량지수산식을 통해 소 도체의 육량등급을 판정하고 있으나, 보완(안)에는 성별, 품종별로 각각의 육량지수 산식을 개발하여 산식의 정확성과 활용성을 높이는 동시에 도체중이 크면서 정육률도 높은 소의 판별력을 강화하고자 한다.

현재 한우(거세우)의 육량 C등급은 2013년도에 출현율이 26.4%이었으나 2014년 28.2%, 2015년에는 30.8%를 나타내었고 2016년에는 33.5%까지 증가하였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소 값 상승에 따른 장기비육으로 도체중 증가를 못 먹는 지방량이 주도함으로써 정육률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육량등급 개선을 통해 한우의 고기 생산량 증대 등 마리당 생산성 증대에 도움이 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나. 육질등급 보완 : 1++, 1+등급의 근내지방도 기준 하향 조정, 근내지방도 외 평가항목 강화.

첫째, 1++, 1+등급의 근내지방도(마블링) 기준을 하향하되, 수입육(미국산)의 근내지방 수준이 현행 1등급 수준 이하인 점을 감안하여 대외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1등급 이하에 대하여는 현행대로 유지하려고 한다.

최근 많은 연구보고에서 농가의 수익성 향상을 위한 한우의 적정 사육기간을 28~29개월로 발표하고 있고 육질등급 측면에서도 29개월 이상 사육기간 연장에 따른 근내지방도 증가는 생산성을 고려할 때 크게 유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경제적 사육월령에 속하는 29개월령 출하 한우거세 집단을 타겟으로 약 1년6개월치의 자료를 분석하였고 이 통계자료에 따라 현재의 한우 유전자원과 사양기술을 가지고 평균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근내지방도를 1+, 1등급으로 설정하였다.(근내지방도 4.0이상~5.5미만 : 1등급, 5.5이상~7.4미만 : 1+등급)

 

이는 현재의 한우농가의 수준으로 29개월 소 출하시 근내지방도 4.0~7.4 정도의 쇠고기를 가장 잘 생산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보다 높은 근내지방도 7.4 이상은 1++등급으로 설정하고, 근내지방도 4.0미만은 2, 3등급으로 설정하였다.

또한 소비자 구매력을 높이는 방안으로 생산비용을 절감코자 사육기간을 단축하도록 유도하였다. 반면에 선도농가는 기존의 1++등급의 생산체계를 유지함으로써 저비용 생산을 충족하면서 소 산업의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였다.

두 번째로 근내지방도 외의 평가항목인 육색, 지방색, 탄력도(조직감) 등의 가중치를 높였다. 근내지방도 항목의 등급이 높을지라도 다른 평가항목의 판정결과가 우수하지 않은 경우에는 가장 낮은 항목의 등급을 최종 등급으로 부여함으로써 종합적인 품질 향상을 꾀하는 동시에 소비자의 다양한 품질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에 따라 소비단계에서 국내산 쇠고기의 품질향상을 유도하여 수입육과의 차별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 식육정보 제공 강화

최근 식육의 생산·영양정보 등을 등급기준에 반영해달라는 소비자의 요구가 증가하고 있으나, 등급은 소 도체의 기본적인 품질(육질, 육량)을 평가하는 것으로 친환경, 동물복지, 유통단계에서의 품질향상 노력 등과는 범주가 다르다.

그러므로, 등급 체계에서 다루지 못하는 소비자 관심 정보(친환경 등 인증 및 영양관련 정보 등)는 관련 제공 기관과 협력을 통해 등급정보와 연계하여 별도의 정보제공 방안을 마련함으로써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함과 동시에 합리적인 소비를 유도할 계획이다.

3. 향후계획

현재 소 도체 등급기준 보완(안)에 대하여 축산물품질평가원에서는 현장 적용 시험 및 검증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문제점을 개선하고 의견수렴 등의 과정을 거쳐 등급기준을 확정하고, 2018년도에 관련법률 개정 및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소고기 등급제 개선 이렇게…

 

“‘지방 해롭다’는 근거 없다”

 

일부 미디어·편향적 지식인

문제점 부각 소비자에 혼란

한우 다량함유된 ‘올레인산’

나쁜 콜레스테롤 감소 효과

 

‘마블링’ 시장서 선호 여전

비중 낮춘다면 ‘특성’ 제거

개량 통한 차별화도 수포로

농가 일방적 피해는 없어야

 

<황 엽 전국한우협회 전무>

 

마블링 위주의 쇠고기 등급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보완을 요구하는 일부 언론 및 소비자단체의 목소리에 정부와 축산물품질평가원은 올바로 대처하지 못하고 무조건 보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쇠고기 등급제도 보완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주장을 살펴보면 마블링을 높이기 위해 장기간 비육하며 사료낭비로 생산비가 높아져 결국 소비자가격도 상승할뿐 아니라 고지방 쇠고기 섭취는 뇌졸중이나 심장병 등 성인병을 유발해 건강에도 좋지 않기 때문에 마블링 중심으로 등급을 매기는 현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들이 주장하는 근거는 사실과 크게 다르다.

우선 지방 문제부터 짚고 넘어가보자. 일부 미디어와 관심 받고 싶은 몇몇 지식인들이 지방의 문제점만 부각 시키고 과학적이고 구체적인 근거보다는 일방적인 주장으로 소비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맛과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단가불포화지방산은 한우가 54%인데 비해 수입육은 45%로 평가되고 혈중 LDL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고 혈관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올레인산은 한우가 수입쇠고기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의 역설’의 저자 니나 타이숄스도 ‘지방은 몸에 해롭다’는 상식을 뒤집고 ‘저탄수화물·고지방 다이어트’가 오히려 체중감량에 도움 된다고 얘기 하고 있다. 또한 작년 한우협회와 한국축산식품학회가 개최한 ‘쇠고기와 건강에 관한 과학적 고찰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한 아일랜드 식품연구소장인 트로이박사, 호주 맬버른대학교의 워너교수, 미국 텍사스 A&M대학교의 스미스교수, 일본 큐슈대학교의 고토교수도 올레인산은 소비자의 기호성을 증진시키고 심혈관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런 과학적 근거를 굳이 말하지 않아도 여전히 시장에서는 마블링이 있는 부드러운 고기를 선호하고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쇠고기 등급제 보완을 주장하는 이들의 의견대로 평가기준에서 근내지방도의 비중을 낮춘다면 전체 한우고기의 지방함량도 줄어들고 그럴 경우 고소한 맛이 일품인 한우의 특성은 사라지게 된다. 또한 수십 년간 수입 쇠고기와의 차별화를 위해 애썼던 정부의 정책이나 개량을 해온 노력들이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한우는 우리민족과 역사를 함께한 소중한 자산이며, 농촌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산업이다. 극히 일부의 편협한 목소리만 듣고 시작된 쇠고기 등급제 보완 작업에 생산주체인 농가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시행된다면 자칫 김영란법 같이 잘못 결정된 제도와 정책으로 피해는 고스란히 농가에게만 전가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쇠고기 등급제 보완은 여론에 등 떠밀려서 성급하게 추진 되서는 안 된다. 등급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개량과 사양관리에 대한 연구가 선행 되어야 하며 등급제가 보완되더라도 농가의 등급출현율에는 큰 변화가 없어야 한다.

또한 건강에 유익한 올레인산과 불포화지방산 등의 비율이 적정한 한우를 생산할 수 있도록 개량지표를 개발·보급해야 할 것이다.

소비 측면에서도 소비자가 한우를 구매할 때 목적에 맞는 부위와 등급·요리방법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하여 다양한 부위가 균형적으로 판매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수성 ‘인정’…적정가 필요”

 

고비용 체계 값 높을 수밖에

먹고 싶어도 선 듯 손 안 가

저비용 고효율 구조로 혁신

소비자들 접근성 쉽게 해야

 

영양적 가치의 기대치 함께

건강·생명에 대한 관심 고조

외산 구매 보편화되는 시점

소비자와 공감하는 자세를

 

 

<김 연 화 소비자공익네트워크회장>

 

한우를 우리 민족의 자존심이라 일컬을 정도의 자부심과 우수성에 대한 평가는 여러 과학적 증명으로 입증 되었다고 한다. 즉, 고기의 맛을 내는 요소는 단백질과 지방, 적절한 수분의 양과 조직의 질긴 정도, 숙성정도에 따라 달라진다고 볼 수 있다. 한우 고기가 미국, 호주산에 비해 올레인산 함량이 높은 원인이 바로 맛을 증가시키는 이 불포화지방산 때문이라고 한다.

최근 소비자들의 소비트렌드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민의 요구에 맞는 우수 쇠고기의 등급별 판정을 통해 소비자 선택을 돕고, 이런 판정을 통해 산업 발전과 아울러 축산물에 매우 큰 변화를 가져왔다.

그러나 불필요한 지방생산을 줄인 새로운 등급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도는 점차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기존 31개월 에서 29개월로 생산 기간을 줄여 출하월령을 단축함으로써, 지방 생성을 낮추고, 사료 등 생산비를 낮춤으로써 1+와 1등급 축산물 소비자 가격도 인하 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을 정부기관(축산물품질평가원)에서도 강화하고 있다. 이는 국내 축산물이 수입 축산물과의 경쟁력을 높임과 동시에 생산농가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경영혁신을 통해 결국 소비자에게도 적정 가격이 우리 한우를 구매할 수 있는 여건조성으로 합리적인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는데도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우선 육량등급에서도 불필요한 지방을 줄이고, 단백질 함량이 높은 쇠고기 생산을 유도하게 되면 2개월의 생산기간 단축의 비용편익은 무려 1300억 원의 사육비 절감이 된다고 하니, 이런 경영관리의 효율성이 소비자 가격의 인하 요인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무조건 지방이 우리 몸에 해로운 위협적인 요인은 아니라는 논리에, 최근 지방의 역설이라는 관련 의사들의 논리와 다른 제도변화와 과학적 이해력에 상충되는 부분이 있어 소비자들도 당황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최윤재교수(서울대)의 축산물의 바른 이해를 돕기 위한 포럼을 통해 수차례 각 연구 과학자들의 발표가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 영양 권장량에 비해 탄수화물섭취는 과다하고 지방섭취는 적다는 것이다. 마치 모든 성인병의 주범이라는 동물성 지방의 가이드라인과 육류섭취와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실증적인 접근은 미미하다.

일부 소비자들의 식습관의 유형에 따른 지방 섭취량에 대한 좀 더 세분화된 연구 과제도 필요한 것 같다.

우리 축산물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영양과 합리적 가격을 통해 우리 소비자들의 끊임없는 사랑과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서는 생산·도축·가공·유통소비에 까지 경영의 효율적 관리와 안전 위생 등의 신뢰성이 확보되는 것이 글로벌 축산 식품으로 거듭 승화되는 계기가 아닐까?

그동안 부르짖었던 소비자 가격의 눈높이가 너무 높아, 늘 우리 민족의 자부심을 지키고자 한 한우는 생산자가 갖는 자부심만큼 소비자는 체감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수입고기 40%를 넘어선 시점에서, 국내 소비자에게 아낌없는 우리 한우의 자존심과 자부심을 가지려면 현 상황을 깊이 인지하여 변화가 시도 되어야 한다.

시장의 경쟁력은 소비자 중심의 제도개선, 생산에서 유통까지의 과정이 소비자와 얼마만큼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지에 있다. 진정한 한우의 민족 자긍심을 지키지 못하는 것은 진정한 한우의 가치를 공유하지 못하는데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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