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목우촌이 날개를 꺾이기 시작한 것은, 층층시하의 농협중앙회 임원들의 ‘농협목우촌=축산종합식품회사’라는 착오에서 비롯됐다. 겉은 번드르르한 식품회사이지만 시장에서의 위상은 브랜드가 갖고 있는 파워와는 사뭇 다르다.

하지만 농협목우촌의 인사와 투자를 결정하는 이사나 임원들은, 저절로 굴러가는 완전 독립체인 줄 착각한다. 자신들의 사업에 대한 몰이해한 작은 간섭들이 정작 사업 부서에서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알지 못한다.

세계 최고의 비즈니스맨을 길러낸다는 하버드 대학교 경영대학원의 신시아 몽고메리 교수는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목적’이 필요하다고 했다. 목적은 기업이 스스로를 설명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식이기 때문이다.

 

20세기 말 이미 도입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 기업이 세상에 제공하는 독특한 가치, 자기 기업이 남과 다른 점, 그것이 왜, 누구에게 중요한지를 의미한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목우촌의 목적은 분명했다. 계열농가에서 생산하는 고품질의 축산물을 원료로, 고품격의 축산식품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공급한다는 점에서 20세기 말에 이미 ‘생산·소비자 윈윈’의 개념을 도입했다.

이러한 목적 때문에 ‘비용우위 전략-원가우위 전략’을 버리고 부가가치를 높이는 ‘차별화 전략’을 선택했다. 경쟁업체들이 수입육이나 잡육을 원료육으로 쓰는 반면 목우촌이 농가에게 제값을 지불하면서 축산물을 구입하자 농가의 생산방식도, 품질도 크게 향상됐다.

주로 주부층인 소비자들도 고급화된 햄·소시지·프로포크 맛에 길들여지자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농협이 ‘고향의 맛’으로 대변되었듯이, 축협도 ‘친근한’ 맛으로 각인됐다. 당시의 목우촌이 후발주자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차별적이면서도 ‘독특함’을 유지시키기 위한 전폭적인 지원 때문이었다.

하지만 통합 이후 ‘순환보직’ 또는 ‘회전문’식으로 매년 이뤄지는 인사방식은, 사업의 전문성이나 지속성과 맥을 끊어놓는 부작용만 낳았다. 그렇게 쌓여온 시간이 10여년이다. 게다가 자체직원과 파견 직원이 혼재하면서 느끼는 책임감도 각기 다르다.

시도 때도 없이 중앙회에서는 “경쟁업체는 이렇게 하고 있는 데 너희는 무얼하고 있느냐?”느니 질책이다. “이런 사업도 한 번 해보는 것이 어떤가?”는 그나마 관심 있게 생각해준 말이다.

 

훌륭한 전략은 ‘간단’

 

무엇이 잘못되고 있는지 알고 있어 여러 해결책을 제시하고 싶은 데, 선 듯 윗사람에게 말하지 못하는 분위기는 사업을 하는 곳이 아니다. 왁자지껄 떠들고, 수시로 가벼운 모임을 가지며 웃는 그 속에서 변화도 찾아온다. ‘복무규정’을 강화한다고 사업이 잘된다면 열 번 백 번이라도 할 일이다.

다시 신시아 몽고메리 교수로 돌아가 보자. 2013년 한국에서도 출간된 「당신은 전략가입니까?(The Strategist, Be the leader your business needs)」에서 전략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렸다.

그는 전략이란 기업이 경쟁하는 영역과 경쟁방식, 달성하려는 목표를 총체적으로 의미한다고 했다. 대부분 기업은 자신들의 전략을, 자신이 어떤 업종에 속해 있고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지를 설명하는 선에서 정의하는데 그친다고 지적했다.

실제 전략은 기업이 어떤 니즈를 시장에서 충족시키고 있고, 경쟁사와 어떤 부분에서 구분되며, 10년 후 어떤 모습이 되었으면 하고, 또 그렇게 되기 위해 어떤 일들을 해야 하는 지를 총체적으로 담고 있는 개념이라는 것이다.

훌륭한 전략은 전혀 모호하지 않고 간단하다고 정리한다. 자기 사업에 대한 명확한 실체 파악과 명확한 선택이 바로 전략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없으면 당연히 기업은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다.

명확한 이해와 선택이 없으면 당연히 제대로 된 투자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고, 일관성도 있을 수 없다. 이런 기업들은 시장에 들쭉날쭉한 신호를 보내게 된다. 그리고 결과는 분명하다. 성과를 내기 위해 필요한 여러 가지 선택을 해야 하는데 그 선택을 할 기회나 환경조차 갖추지 못하고 몰락하게 되기 때문이다.

 

리더는 책임지는 사람

 

전략에서의 핵심은 리더십이고, 전략은 리더십의 핵심이다. 그는 기업들이 소위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산업을 분석하고 전략을 짜면서부터 리더십과 전략의 연결고리가 느슨해졌다고 한다. 전문가가 제시하는 전략은 결국 목적이나 해결책에 그치기 때문이다.

전략은 하나의 ‘여정’이기 때문에 훌륭한 전략을 위해선 지속적인 리더십이 필요하고, 이런 전략을 세우는 사람은 리더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더는 최종 결정자이고, 기업의 진로를 만드는 사람이며, 이런 모든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신시아 교수의 말만 빌려도 지금 농협목우촌에 필요한 것이 뭔지 금방 답이 나온다. 경쟁업체들과 달리 농가에게 제값을 쥐어주면 원료육 조달·제조 비용이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 농협목우촌의 사업구조다.

양돈 자돈농장·원종계와 종계장을 확보해 수직계열 조달물량을 확대하는 수익구조를 개편하지 못함으로써, 하는 수 없이 또 약발이 떨어진 ‘내핍 경영’을 들고 나온다. 여기다 기획실에서는 경영평가 ‘E’등급을 때리고 경고다. 일하라는 분위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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