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서란트’가 유통브랜드로 뜬다

 

혼밥·작은사치 소비트렌드로 즉석 조리식품과 고급 디저트 소비가 지속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이 같은 소비에 부흥하고자 원하는 식재료로 요리해주는 그로서란트가 유통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그로서란트(grocerant)는 식재료를 뜻하는 '그로서리'와 '레스토랑'을 합친 용어로, 식재료 구입과 요리를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는 복합공간을 뜻한다. 매장에서 식재료를 사 즉석에서 바로 조리해 먹을 수 있으며, 방금 먹은 음식의 재료를 구입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마트, 롯데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터전으로 매장 편의성을 높이고 온라인과 차별화된 쇼핑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그로서란트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가치소비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브랜드가 없더라도 가성비가 높으면 산다는 소비자들이 늘어가고 있다. 이 중심에는 「브랜드가 아니다. 소비자다.」 , 「당신이 스마트 컨슈머가 되는 길」을 컨셉으로 이마트에서 내놓은 노브랜드가 우뚝서있다.

노브랜드는 2015년 4월부터 이마트에서 전개하고 있는 자체 브랜드로 최적의 소재와 제조방법을 찾아 가장 최저의 가격대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이념과 철학으로 삼는다. 축산물도 예외는 아니다. 시중 유통가격 중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축산물과 축산 가공품이 공급되고 있어 소비자들이 연일 몰리고 있다.

‘나를 위한 작은 사치’를 누리기 적당한 프리미엄 디저트 카페의 열기가 연일 뜨겁다. 유업계는 프리미엄 디저트 시장을 겨냥한 브랜드들을 최근 2~3년 새에 앞 다투어 런칭하고 문을 두드리고 있다.

매일유업의 ‘폴바셋’을 시작으로 남양유업의 ‘백미당’에 이어 서울우유의 ‘밀크홀’이 지난 7월 오픈하면서 유제품 전문 디저트 카페의 전성시대가 열렸다. 유업계에서 이른바 빅3 라 불리는 이들과 함께 바나나우유로 가공유 시장을 휩쓴 빙그레 까지도 제품의 특성을 살린 ‘옐로우 카페’를 운영 중에 있다.

 

 

# 유통업계…그로서란트

축산물 소비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요즘 소위 핫 하다는 곳에 가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로서란트’. 바로 이생소한 단어가 새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그로서란트는 일부 백화점 식품관과 외식 매장에서 간헐적으로 운영해왔던 것이다.

2013년부터 갤러리아는 그로서란트를 표방한 외식 문화를 만들어왔다. 대표적인 게 갤러리아 백화점의 고메이494다. 당시 그로서란트 콘셉트의 신선함, 입점업체와 백화점의 시너지는 미국 CNNㆍ뉴욕타임즈, 중국 CCTV 등 세계적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최근 대형유통이 도입한 그로서란트는 이와는 조금 다른 형태다. 기존에는 외식산업의 유행을 이끌어온 그로서란트가 이제 가정내 소비로 영역을 확대한 것이다.

롯데마트는 올해 문을 연 양평점, 서초점에 조리비 1500원을 내면 매장에서 산 스테이크용 고기를 바로 구워 먹을 수 있는 ‘스테이크 스테이션’을 선보였다. 스테이크 스테이션은 소비자가 원하는 부위의 고기를 원하는 형태로 구입해 조리까지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소비자가 고기를 고르면 각종채소와 소스를 곁들인 스테이크로 요리해 소비자의 식탁에 오를 수 있다.

이보다 앞서 대형 유통 이마트를 거느린 신세계는 하남 스타필드 PK 마켓 내 부처스 테이블을 선보였다. 부처스 테이블 역시도 원하는 원산지의 고기와 부위를 골라 즉석에서 조리해 테이크 아웃하거나 홀에서 취식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이때 소비자는 굽는 온도나 방식을 선택할수도 있다. 신세계는 하남 스타필드점에서의 성공으로 최근 오픈한 스타필드 고양점에는 기존 점포의 두배 이상의 규모를 확대해 오픈하기도 했다.

소비자들은 직접 고른 재료라 그 어떤 식당보다 믿을 만한 데다 일반 식당보다 가격은 훨씬 저렴하다는 것과 편의성을 이유로 이에 열광하고 있다.

특히 대형유통에서 운영하다보니 일반 식당과의 가격에서는 월등히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한우 스테이크(1등급)의 경우에는 조리비용을 포함해 200g기준 2~3만원의 가격으로 먹을 수 있다. 때문에 혼밥족이거나 마트 쇼핑 중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대형유통들은 이 같은 소비자들의 호응에 맞춰 앞으로도 더 많은 매장에 그로서란트 매장을 도입할 계획이다. 생산자들도 이에 거는 기대가 크다. 민경천 한우자조금관리위원장은 “다양한 조리법으로 혼족, 노년층 등의 수요가 될 수 있길 기대한다”면서 “침체된 한우 소비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새로운 컨셉, 미국·중국 등 세계적으로 주목받아

 

 

 

# 유업계 프리미엄 디저트 열전

매일유업의 ‘폴바셋’은 주력상품인 라떼의 인기에 힘입어 상하목장 유기농 원유 아이스크림을 출시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남양유업의 ‘백미당’은 유기농 원유로 만든 소프트아이스크림을 내세우며 무서운 속도로 성장 중이다. 남양유업은 2014년 9월 ‘백미당’을 오픈하고 남양유업이 직접 관리하는 유기농 목장에서 생산한 유기농 원유로 만든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선보였다.

꾸준히 매장을 늘려 현재 68개 직영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까지 100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에는 커피와 아이스크림 외에도 빵과 디저트류 등을 강화하는 등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후발주자로 나선 서울우유가 오픈한 밀크홀 1937의 콘셉트는 1949년 9월 서울우유협동조합 정동 사옥 1층에 오픈한 ‘정동 밀크홀’에서 가져왔다. 당시 다방의 역할을 했던 ‘정동 밀크홀’은 조합원이 공급하는 고품질의 신선한 원유를 바탕으로 다양한 유제품을 판매했던 공간으로, 조합에서 만든 우유와 빵, 버터, 아이스크림 등을 판매했다.

밀크홀 1937의 주력 메뉴 역시 조합에서 생산한 나100% 우유를 기본으로 유제품 전문성과 신선함을 강조할 수 있는 병우유, 발효유, 소프트 아이스크림, 자연치즈, 커피로 구성했다. 또한 서울우유의 풍미를 높일 수 있는 메뉴와 레시피를 개발해 적용했으며, 오픈 키친을 마련해 직접 메뉴를 만드는 모습을 고객들이 볼 수 있도록 했다.

동대문 현대시티아울렛에 오픈한 옐로우카페는 빙그레 최초의 테마형 카페로 초기부터 끊임없는 입소문을 타며 현대시티아울렛 14개 카페 매장 가운데 매출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에 힘입어 빙그레는 옐로우 카페 2호점을 올해 4월 제주도에 문을 열었다.

동대문 매장보다 약 10배 크기로 확장하고 바나나맛우유를 활용한 다양한 체험, MD상품 등을 선보여 방문객들로부터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 노브랜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52주 발명프로젝트’에 의해 개발된 자체브랜드 노브랜드는 최적의 소재와 제조방법을 찾아 가장 최저의 가격대를 만들고, 품질은 일정수준 이상을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유통업체인 이마트가 국내외의 유명 제조사들에게 소싱하고 제품을 개발해 자체적인 브랜드 생태계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노브랜드’는 합리적인 가격과 스마트한 소비에 중점을 둔 고객을 겨냥했으며, 포장디자인도 기존NB(National Brand)처럼 겉표지에 디자인하고, 홍보하는 것보다는 디자인을 하지 않은듯 노란색 배경, 검은색 글씨, 간략한 소개만을 사용하면서 불필요한 부분들은 과감히 제거해 비용을 절감하고, 최저의 가격대를 형성했다.

이마트 ‘노브랜드’제품의 특징 중 하나인 간단한 포장디자인은 노란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체로 디자인돼 있으며, 겉 포장지에 인쇄를 해서 원가 절감을 이루었다. 또한, HOW THIS PRICE?라는 문구를 집어넣어 어떠한 성분과 특징을 감해 원가를 절감하였는지 표시되고, 간단한 특징들을 기록해놓았다. 이는 품질에 대한 미래의 고객의 불만에 대해 솔직하게 성분과 과정을 공개하며 오히려, 고객에게 품질에 대한 신뢰를 제공한다.

‘노브랜드’는 국내외 유명제조사들과의 소싱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면서 품질에 대한 신뢰성을 높인다. 유통업을 맡고있는 이마트가 제조사에게 소싱을 맡기면서, 중간유통단계의 비용을 줄이고, 이마트 브랜드이미지를 이용한 홍보를 통해 과다한 마케팅비용이 낭비되지 않았다는 것이 ‘노브랜드’의 특징이다.

이마트가 ‘노브랜드’를 통해 생산·판매·재고관리를 책임지면서 PB상품을 개발하는 이유는 유통업체가 유통에 주류로 자리잡아 기존 생산업체의 유통경로를 벗어나 유통비용을 줄이고 소비자들에게 저렴하고 질 높은 상품을 제공하면서 단골 고객을 확보해 매출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상품 개발 방식이 기존 생산업체에서 유통업체 중심으로 이전되면서 유통업체는 품질을 높이고, 홍보비용은 줄이고 가격을 내리면서 이익을 늘려 소비자에게도 이익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농수산물, 축산물의 포장 방식이나 유통거래 방식을 개선해 유통비용을 축소하는 방식도 이에 해당한다.

이마트는 생산비용 중 마케팅비, 물류비, 상품관리비가 약 45%를 차지하므로 자체상품개발을 통해 원가를 상당부분 줄이겠다는 생각이고, 또한 유통기업들은 자체유통망을 통해 유통 비용, 마케팅 비용과 브랜드 홍보비용도 절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시장 트렌드를 조사하고, 고객의 욕구에 일치하는 상품개발을 해 고객의 욕구 즉, 가격과 품질을 만족시킨다.

2016년 4월 국내에 런칭한 ‘노브랜드’의 상품 갯수는 9개였지만, 2016년 11월 기준으로 800개까지 늘어났다. ‘노브랜드’는 저렴하고, 품질은 좋은 상품들을 찾는 경기불황 속 소비자들의 구매 성향과 일치한다. 경기불황일수록 소비자들은 가격과 편리성, 디자인을 면밀히 살펴보고 제품을 구매하는데 ‘노브랜드’는 이러한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아떨어진다는 것이 유통업계의 분석이다. ‘노브랜드’도 같은 제품군들의 타 사들과 경쟁해야 하지만, 소비자들을 자체브랜드를 통해 이마트로 끌어들이는 것에서는 성과를 거두었다는 점에서 이마트의 매출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노브랜드 전문점은 매장 내 운영비를 최소화하고, 취급 품목의 수를 제한해 가격을 대폭 낮춘 초저가형 매장을 뜻하는 하드디스카운트 스토어 형태로 운영된다. 소비자들은 노브랜드 상품의 맛이나 기능 등이 브랜드제품과 견줘도 큰 차이가 없다는 평을 많이 내놓고 있다. 이 같은 소비자 호응에 힘입어 노브랜드 상품 매출은 고공행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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