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일 농협목우촌은 창립 11주년 기념식을 가졌다. 이날 김용훈 농협목우촌 대표는 2020년까지 ‘브랜드 가치 1위, 매출 1조, 순이익 150억 달성’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지난해부터 중앙회장, 부회장을 비롯 이사회에서까지 “당장 사업 활성화 대책 보고를 내라”·“ 개혁과 혁신이 미진하다”는 닦달(?) 끝에 나온 것으로, '당장'이라는 요구에는 못 미치지만 ‘판매역량과 R&D기능 강화, 계열화 확대, 생산 시설 확충, 경영관리 및 시너지 확대’ 등 5대 핵심과제를 발표하고 재도약을 결의했다.

 

육가공시장 새바람

 

김태환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대표는 “11주년은 자회사 설립을 기준으로 한 것이고, 농협목우촌의 역사는 구축협중앙회 시절인 1995년으로 내려간다”면서 “당시 모두가 어렵다는 반대를 무릅쓰고 육가공사업에 뛰어들어 육가공산업의 획기적 발전을 이뤘다”고 회상했다.

그리고 그는 또 “육가공산업의 후발주자였던 목우촌이 소비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모으며 대한민국 대표브랜드로 자리매김한 것은 일반 육가공업체들과의 차별화 전략이 성공했기 때문”이라면서 “목우촌의 직원들은 자부심을 가지고 선배들의 창립정신을 그대로 이어가자”고 강조했다.

1995년 목우촌은 ‘무전분·무방부제·100% 국내산 돼지고기’라는 3무(無)를 내세워, 당시 육가공업체들이 원료육으로 수입 오리고기와 칠면조 고기 등 잡육을 섞어 만들던 관행을 완전히 뒤바꿔놓았다.

김태환 대표의 말처럼 목우촌은 구축협중앙회가 1981년 창립한 이후 14년 만에 탄생된 브랜드로, 육가공업계의 후발주자로서 선발업체들과 완전한 차별화로 자리매김하면서 육가공산업사에 획기적 업적을 남겼다.

지난해 말 농협중앙회가 한국 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브랜드 조사에서 농협목우촌의 브랜드 파워지수(Brand Power Index, BPI)가 전년대비 상승, 시장 내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소비자들이 마음에 두고 있는 브랜드 즉 TOM(Top of Mind)’로 완전히 자리 잡았음을 뜻한다.

그런 농협목우촌이 왜 ‘사업 활성화 대책’의 지속적인 독촉을 받게 된 걸까? 소비자들 특히 주부들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온 목우촌의 존재가치가 이토록 하락한 것일까? 왜 목우촌 직원들은 ‘변화와 혁신’을 강요(?)받고 있는 걸까?

 

통합이 성장동력꺼

 

책임감 없는 리더는 사업이 부진하면 그 원인을 가장 먼저 직원들의 업무에 대한 태도에서 찾는다. 직원들의 집중도와 충성도가 떨어지면 성과가 부진한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왜 집중도와 충성도가 떨어졌느냐’다.

2000년 농축협 통합은 목우촌의 확실한 사업 목적, 다시 말해 ‘국내산 축산물의 고급화를 선도해 국민들에게 안전하고 위생적인 고품격의 단백질을 제공함으로써 축산농가와 소비자의 동반 성장을 이끌어낸다’는 성장 동력을 꺼버렸다.

목우촌은 이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기업전략으로 고급화를 통한 ‘차별화’를 선택했고,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그 전략을 고집스럽게 이어감으로써 출시되는 제품마다 어린이의 건강에 관심을 갖던 주부들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전략경영의 대표적인 학자 마이클 포터(Micheal Porter)는 경쟁업체와의 경쟁우위를 점할 수 있는 본원적 경쟁전략을 3가지로 들었다. 첫째, 경쟁자보다 부가가치를 높이는 ‘차별화 전략’, 둘째, 경쟁자보다 싸게 만드는 ‘비교우위 전략=원가 우위 전략’, 셋째, 경쟁자보다 시장을 좁히는 ‘집중화 전략’이다.

목우촌은 이 중 차별화 전략과 대대적인 마케팅을 통해 주소비층인 주부층을 공략하는 ‘집중화 전략’을 함께 구사했다. 이러한 절묘한 전략은 육가공시장의 판도를 뒤흔들면서 선발업체들의 생산방식까지 변화시켰다.

하지만 농협중앙회로 흡수·통합된 이후 20세기 생산현장 위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축산사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영은 목우촌이 ‘농협목우촌’으로 한 차원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는 기회를 막아버렸을 뿐만 아니라 기존의 조직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무얼 도와줄까” 먼저

 

경제사업보다 신용사업에 치중되어온 경영이 몸에 밴 ‘장(長)’이 배치돼, 다른 자리로 옮겨가는 단순한 ‘통로’로 인식하게 되면 그건 그 순간부터 사업이 아니다. 통합 후유증으로 능력과 별개의 조직 재배치가 이뤄지고, 1년 또는 2년마다 인사이동으로 자리를 뜨면 전문성 역시 유지될 수 없다.

농협과 축협의 통합은 경쟁업체들에게는 ‘공포’ 그 자체였다. 경제사업에 초점을 맞췄던 축협의 추진력에, 관리에 이골이 난 농협의 옷을 입으면 말 그대로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었기에 그랬다.

하지만 예상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다. 지금 농협목우촌이 힘겨워하는 것은 차별화 전략이 이제는 약발이 다했고, 사장조차 중앙회로부터 이중삼중의 간섭을 받는 구조 때문이다. 다시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시도한 ‘원칙을 지키는 햄’도 잠시 주부들의 이목을 끌긴 했지만 목우촌이 처음 시도했던 ‘신선한’ 충격과는 거리가 멀었다. 고품질 육가공품이 일반화된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차별성을 못 느꼈기 때문이다.

사업을 활성화시키려면 “왜 안되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도와줘야 하느냐?”로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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