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민 수 애그스카우터 대표 <농경연 해외곡물시장 동향 편집자문위원>

 

세계 곡물 수급 전망에 대한 지난 8월 10일자 미국 농무부 발표 자료가 계속해서 시장에 영향을 미쳐 곡물 가격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초여름까지만 해도 기상 악화로 인해 미국 내 곡물 생산 전망이 어두워 곡물 가격이 폭등했으나, 본격적인 여름 날씨는 생육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 줘 생산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특히 미국 중서부 옥수수 및 대두 산지는 무더위가 한 풀 꺾여 서늘한 날씨를 보이고 있으며 강수량 역시 많아 뒤처졌던 생장 속도가 빨라지고 생육 상태 또한 나아지고 있다.

날씨 악화 우려로 인해 연중 최고점까지 올랐던 곡물 가격은 일제히 하락해 옥수수는 연중 최저점을 기록하며 작년 9월 초반 수준까지 도달했다. 대두 가격 역시 하락세가 두드러져 폭등하기 전인 6월 말 가격으로 떨어졌으며 겨울밀은 거래 기간 최저가를 계속해서 갈아치우고 있다. 다만 봄밀의 경우 주산지인 미국 북부 대평원 일대와 캐나다 프레리 지역의 극심한 가뭄으로 큰 피해를 입어 겨울밀과는 달리 낙폭을 줄여 지난 6월 후반 수준까지 하락했다.

시장에서 곡물 가격을 끌어올릴 만한 요소는 많지 않다. 호주와 캐나다 등 일부 국가의 곡물 생산량이 저조함에도 불구하고 흑해 연안 동유럽 국가들의 곡물 생산량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곡물의 수급 변화에서 수요량 증가폭보다 공급량 증가폭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나 당분간 수급 측면에서 곡물 가격의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만 대두의 경우 최대 수요국인 중국의 수입량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으며 대두유 가격 상승에 따른 착유용 대두 소비량 증가 가능성 등이 대두 가격의 하락을 제어하고 있다. 남미 시장의 공급 불안 요소 또한 상존하고 있으며 특히 주요 곡물 공급국인 브라질의 정치적 불안과 잦은 시위로 인한 곡물 운송 지연 문제는 잠재적인 상승 요인이 된다.

곡물 시장과 관련되어 있는 외부 시장 역시 곡물 가격을 상승세로 이끌기엔 역부족이다. 국제유가의 경우 원유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 이행이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미국의 원유 및 셰일 오일 생산량 증가 등으로 인해 일정 구간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정책적 불확실성과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 스페인 바르셀로나 테러 등에 따른 국제 정세 불안은 투자 심리를 위축시켜 미국 증시를 비롯한 주요국 증시를 끌어내렸다. 한편 미국의 연내 기준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이 부각되면서 달러화가 약세를 나타내고 있으나 곡물 가격을 상승세로 이끌만한 동력이 부족하다.

곡물 시장 전반에 걸쳐 약세 요인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나 급격한 기상 변화로 생산 과정에 있는 곡물들이 피해를 입어 수확량이 줄어들 경우 곡물 가격은 상승세로 전환될 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매년 이 맘 때 Pro Farmer(뉴스 및 시장 분석 전문지)가 중서부 옥수수 및 대두 산지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올해 역시 8월 21일부터 4일 간에 걸쳐 주요 지역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본 조사를 통해 옥수수 및 대두의 주요 산지 생육 상태와 단위당 수확량 등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게 되고 그 조사 결과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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