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괜찮다”더니 바로 검출…믿을 곳이 없네

 

최근 유럽 전역을 뒤흔든 살충제 계란 파문이 국내에서도 재현돼 양계업계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문제가 된 살충제 ‘피프로닐’ 성분이 국내 산란계농가에서도 검출됐기 때문이다.

농축산부에 따르면 지난 14일 국내 친환경 산란계농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일제 잔류농약 검사중 경기도 광주와 남양주 등 두 곳 농장에서 비펜스린과 피프로닐 성분이 각각 검출됐다. 이어 15일에는 경기 양주와 강원도 철원 산란계농장에서 각각 기준치 이상의 농약이 검출됐다.

17일 오전 5시 현재 농약성분이 검출된 농장은 총 31개소로 확인됐으며, 지역도 울산 울주, 대전 유성, 충남 논산·아산·홍성·천안, 경북 칠곡, 경남 창녕·합천, 경기 화성·이천·연천·파주·여주·평택, 광주 광산, 전남 나주까지 확대됐다.

 

# 대형마트 3사 계란판매 중단

이같은 검사결과에 관계부처에서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도 살충제 계란이 유통된게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자 정부는 지난 9일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된 네덜란드·벨기에·독일 등의 국가에서 계란이 수입된 적이 없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외국계 유통업체인 ‘코스트코’와 편의점 등에서 판매 중인 와플과 쿠키류에서 벨기에산 계란성분이 함유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산란계농장을 대상으로 상반기 2회에 걸쳐 실시했다는 2390건의 살충제 잔류검사 결과도 마찬가지다.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힌지 5일 만에 기준치 이상의 농약이 검출된 농장들이 줄줄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에 농축산부는 지난 15일 00시부터 모든 산란계농장의 계란 출하를 중지시키는 한편, 모든 산란계농장에 대해 전수검사를 실시했다.

또한 검사결과 부적합 농가의 계란은 전량 회수해 폐기 조치하고, 합격한 농가의 계란만 시중에 유통되도록 조치했다.

식약처도 전국 6개 지방청과 17개 지자체 가용인력을 총 동원해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 납품하는 국내 계란수입업체에서 보관·판매 중인 계란에 대한 검사에 돌입했다.

아울러 빵 등 계란을 주원료로 하는 대형 프랜차이즈와 학교 급식소 등에서 사용·보관 중인 계란에 대해서도 빠른 시일 내에 안전여부를 점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형마트 3사 역시 같은 날 계란 판매를 전격 중단했다.

 

# 소비자 신뢰 무너져…소비 감소할 것

하지만 이같은 조치에도 불구, 살충제 계란 파문의 여파로 국내 계란 소비량이 급감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이번 잔류농약 검사는 일반 산란계농장이 아닌 친환경 산란계농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란 점에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실제 15일 현재 농약성분이 검출된 4개 농장 중 75%인 3개소가 친환경 농장인 것으로 드러났다.

친환경 농장이 이 정도인데 일반 농장의 상황은 오죽하겠냐는 것. 또한 친환경 농장이 아니라 일반농장을 대상으로 실시했다면 더 충격적인 결과가 나타났을 거라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정부기관이 인증한 친환경제품이기에 안전할 것이라고 굳게 믿었던 소비자들의 신뢰가 한 순간에 무너진 것이다.

특히 계란은 어린이가 즐겨먹는 과자나 빵뿐만 아니라 영유아가 먹는 일부 분유와 가공식품에도 많이 함유되는 재료기 때문에 주부들의 배신감이 더 클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 ‘피프로닐’과 ‘비펜트린’이란

문제가 된 ‘피프로닐’과 ‘비펜트린’은 어떤 물질일까.

‘피프로닐’은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의 벼룩이나 진드기 구제를 위해 사용하는 살충제 성분 중 하나다.

닭에서의 사용은 금지돼있으며, 국내의 경우 미국·유럽과 동일한 0.02mg/kg이 허용기준이다.

또한 ‘비펜트린’은 닭 진드기(와구모) 구제에 사용되는 성분으로 기준치는 0.01ppm이다.

세계보건기구인 WHO에 따르면 ‘피프로닐’은 맹독성 물질로써 인체에 장기간 많은 양이 흡수될 경우 간이나 신장 등이 망가질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지난 7월 벨기에와 네덜란드에서 이들 성분이 함유된 살충제 계란이 처음 발견된 후 유럽 전역이 홍역을 앓았다.

현재 유럽의 살충제계란 파문은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에서 스웨덴, 영국, 프랑스, 아일랜드,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폴란드, 루마니아,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 덴마크, 스위스, 오스트리아, 헝가리까지 17개국으로 확산됐다.

대형매장에서는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된 계란 수백만 개가 폐기 처리됐고, 100만 마리 이상의 산란계가 살처분됐다.

 

# 육계는 와구모 피해 없어 ‘안전’

그렇다면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닭고기는 어떨까.

전문가들은 육계의 경우 와구모로 인한 피해가 없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입을 모았다.

산란계와 육계 모두 닭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사육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사육환경과 사육기간 등이 판이하게 다르다는게 이들 주장의 근간이다.

한 양계전문가는 “산란계는 1년 이상 장기간 사육되는데 반해 육계는 30일 내외로 사육기간이 짧다”며 “또한 육계는 출하한 뒤 약 3~4주의 휴지기간을 거친 후 재입식되기 때문에 숙주인 닭이 없어 와구모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산란계는 케이지에서 사육하고 육계는 평사에서 사육된다”며 “좁은 틈새에서 생활하는 와구모의 생활습성상 평사에서는 기생이 불가능한데다, 육계는 해충이 붙을 경우 바닥에 몸을 비벼 모래목욕을 하기 때문에 와구모가 붙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같은 특성으로 인해 육계에서는 와구모가 발생하지 않는다”면서 “구제를 위한 살충제 사용도 불필요해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고 덧붙였다.

 

# 와구모 뚜렷한 해답 없어 파문 지속될 듯

문제는 산란계에 기생하는 닭진드기, 일명 와구모 구제를 위해 많은 농가들이 살충제를 사용한다는데 있다.

와구모 감염시 산란율이 10%까지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보여주듯 와구모로 인한 피해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양계협회가 전국 양계농가를 대상으로 질병실태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와구모에 의한 가금티푸스에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와구모 발병률 역시 94%에 이를 것이란게 국내 양계 컨설턴트들의 추정이다.

게다가 와구모는 생존력이 강하고 폭발적인 증식으로 구제가 어려운 기생충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때문에 많은 산란계농가들이 와구모 구제를 위해 이들 성분이 함유된 제품을 암암리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국내 가금산물에 대한 살충제 불법 사용여부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생산자를 대상으로 살충제 사용금지 교육 등을 집중 추진할 것”이라며 “향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와구모 방제에 대한 뚜렷한 해답이 없는 상황인 만큼 살충제계란 파문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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