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농협중앙회는 농협안심축산사업부 감사를 통해 ‘농협안심한우’ ‘농협안심한돈’ 등 농협안심브랜드에서 ‘농협’자를 뺄 것을 지시했다. 이유는 최근 2~3년 동안 악의적이든 그렇지 않든 좋지 않은 일들로 방송을 탔기 때문인데, 안심브랜드 시리즈에서 ‘농협’을 빼고 나면 안심브랜드는 ‘앙꼬 없는 찐빵’ 신세다.

농협 감사의 결과는 지금 농협의 마인드가 어느 수준인가를 잘 보여주는 한 사례다. 사업이라는 성격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사업을 하다보면 잘못된 일도 발생한다. 그것이 농협 전체의 이미지에 타격을 준다고 ‘농협’자를 쓰지 말라고 하는 것은, 시장에서 농협의 브랜드 파워가 소비자들에게 주는 신뢰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농협’ 의미를 모르나

 

먹거리 시장에서 농협이란 안전성을 보장하는 브랜드다. 여타 설명이 필요 없다. 그러한 까닭에 가끔 외국산을 취급한다거나, 안전에 문제가 제기될 때는 더 혹독한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에게 농협은 안전과 위생을 보장하는 고품격으로 인식된다.

대형 곡물업체에 정해진 가격대로 작물을 파는 농민들과 달리 식품 제조업체는 소비재라는 특성 때문에 ‘다양한 유통’과 ‘마케팅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농축산물은 업체마다 각기 다른 경쟁 상품으로 보여도 실상은 동일한 제품이다. 때문에 소비자는 경쟁업체 제품을 구입해도 경제적 불이익은 거의 없다. 이러한 이유로 식품 회사들은 자사 제품을 집중 홍보해 차별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소비자에게 할인 판매 등 노골적인 비용 혜택으로 미끼를 던지거나, 안전하고 위생적으로 처리된 ‘좋은 품질’이라고 설득하고, 그런 이미지를 떠올리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렇게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작업이 브랜드화다.

이러한 일들은 이름만 지었다고 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다. 성공한 브랜드는 쉽게 탄생하지 않는다. 방송 등 언론매체 그리고 온·오프 라인 상에 끊임없이 브랜드를 노출시킴으로써 소비자들이 계속 제품을 찾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업체들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소형 경쟁업체의 시장 진입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면서 자사 제품의 시장 점유율을 확고히 한다. 이러한 비용을 업체들이 기꺼이 지불하는 이유는 고액의 마케팅 비용이 잠재적으로 엄청난 이윤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슬로건 하나로 우뚝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선호하는 선도 브랜드가 더 가치 있는 것처럼 여기고, 기꺼이 지갑을 열어 그 가치를 소유하려고 한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동일한 3가지 제품이 있을 때 소비자들은 1위 브랜드를 2위보다 4%, 3위보다 7%의 돈을 더 지불하고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가격 결정력’을 얻기 위해 식품회사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는다. 그러면 판매량이 늘고, 판매량이 늘수록 생산 단가가 낮아져 개당 이윤 폭이 커지고, 결과적으로 매출이 늘며, 다시 광고 투자가 많아진다. 이를 ‘전형적인 선순환 구조’라고 말한다.

1위 브랜드는 끊임없이 매출이 상승하므로 이러한 브랜드를 가진 기업은 더 높은 마케팅 비용을 감당할 능력이 있어서 자사 브랜드를 더 확고히 할 수 있는 데다 이것이 매출을 더욱 높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1961년 8월 15일 설립된 농업협동조합은 ‘신토불이(身土不二)’의 슬로건을 내세웠다. ‘우리 몸에는 우리 땅에서 나는 것이 가장 좋다’는 한자성어다. 56년이 지났지만 농협은 이 슬로건 하나로 도시와 농촌의 교류는 물론 국내산 농축산물의 우수성을 지켜왔다. 그 세월동안 국민이나 소비자 모두에게 ‘농협’ 자체가 브랜드로 각인됐다.

그러한 과정에 대한 ‘애정’으로, 또는 좋은 의미로 “문제를 일으키려면 ‘함부로’ 쓰지 말라”는 경고로 해석하려고 해도 감사의 결과가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아직 듣지 못했다. 오랜 세월, ‘고향의 맛’ 등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농협’브랜드가 빠지면 안심축산사업에 무슨 경쟁력이 있을지 한 번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뭘 가지고 싸우라고

 

지난해 말 농협중앙회의 용역발주로 소비자공익네트워크가 발표한 「축산물 소비행동 및 브랜드 인지도 조사연구」에 따르면 ‘농협안심한우’는, 여타 유명브랜드를 제치고 1위와 근소한 차이로 2위를 차지했다. 2009년 처음 시리즈 축산물이 출시된 이후 줄곧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농협’의 브랜드를 달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농협안심한우에서 농협이 빠지면 롯데마트의 진심한우와 차별이 있을까? 오히려 롯데브랜드 파워가 더해진 진심한우가 더 우위를 점유하지 않을까?

농협의 브랜드 파워는 금융에서는 몰라도 농축산물 시장에서는 상상 이상이다. 농협에서 출시하는 모든 농축산물은, 굳이 후발주자가 자기 제품에 대한 설명을 구구절절이 해야 하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신토불이=농협’이라는 공식이 이미 소비자들의 뇌리에 박혀 있는 까닭이다.

이렇게 시장에서 절대적으로 차별화할 수 있는 장점을 빼앗고 ‘안심’시리즈로 독자 생존하라는 것 자체가, 어리석음의 극치다.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고 있는 경쟁상대야 대환영할만한 일이지만, “농협이 하는 일이 다 그렇지”라는 비웃음은 온전히 직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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