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민 수 애그스카우터 대표 <농경연 해외곡물시장 동향 편집자문위원>

 

7월 12일 미국 농무부가 곡물 수급 전망 보고서를 발표한 이후 곡물 가격의 방향성이 바뀌어 연중 최고점을 경신하며 상승 가도를 달리던 주요 곡물 가격이 일제히 급락했다. 시장에서 우려했던 바와 달리 수급 관계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미국 중서부 지역 옥수수 산지는 고온 건조한 날씨 영향으로 인해 생육 상태가 악화되어 단위당 수확량이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으나, 미국 농무부는 수급 보고서를 통해 시장에서 우려할 만큼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전월 대비 미국 내 옥수수 생산량 증가 전망으로 인해 기말 재고율은 상향 조정됐으며 이를 계기로 1년 만에 최고치로 올랐던 옥수수 가격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대두 역시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며 연중 최고치를 계속해서 갈아치웠으나 미국 농무부 수급 보고서 발표 이후 주요 곡물 가격 급락 여파로 인해 대두 가격 역시 하락세로 전환됐다. 다만 이번 미국 농무부 수급 보고서에서 전월 대비 미국 내 대두 생산량은 큰 변동이 없는 가운데 기초 재고량 감소에 따른 기말 재고율의 하향 조정은 낙폭을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봄밀은 미국 북부 대평원 일대 극심한 가뭄에 따른 생육 상태 악화로 인해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어 4년 만에 가장 높은 가격을 형성했으나 수급 보고서에서 전 품종 밀 재고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겨울밀과 함께 동반 하락했다.

예상 밖의 곡물 가격 급락으로 시장 분위기는 침체되고 농가의 곡물 판매량이 줄어드는 등 곡물 공급 시장은 활기를 잃었다. 다만 폭락했던 곡물 가격이 조정을 받아 낙폭을 줄이는 동시에 저가 매수 세력이 늘어 곡물 가격은 반등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내 주요 곡물 산지 기상 상황은 수시로 변해 곡물 가격의 변동성은 확대되고 있다. 특히 옥수수의 경우 수분(pollination)이 이루어지는 시기를 맞이해 날씨에 대한 민감도는 어느 다른 곡물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수분이 이루어지는 정도에 따라 한 해의 옥수수 농사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중서부를 중심으로 한 기상 상황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상당히 무덥고 건조한 날씨를 보이고 있으며 향후에도 이와 같은 날씨가 이어질 전망이다.

대두의 경우 역시 고온 건조한 날씨로 인한 생육 상태 악화 우려가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내 대두 생산 감소 우려와 미국산 대두의 판매 및 수출 실적 증가 또한 대두 가격의 상승 요인이다. 세계 최대 대두 수입국인 중국의 경제 성장률 호조로 대두 수입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 가운데 최근 중국의 대두 구매 사절단이 미국산 대두 1253만 톤에 대한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브라질에서는 현재 2기작 옥수수를 수확하고 있으며 양호한 날씨로 인해 생산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나 열악한 물류 인프라와 잦은 파업 사태로 인한 곡물 공급 차질은 또 하나의 복병으로 작용한다. 최근 브라질 곡물 주산지에서 북부 항만으로 연결되는 곡물 운송로가 시위대에 의해 봉쇄되어 옥수수 및 대두 수출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브라질의 정치적 경제적 불안에 따른 추가적인 시위나 파업 우려 또한 염두에 두어 향후의 곡물 가격 변동성에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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