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화합 동력 찾으면 조합 발전은 순조”

 

“지금은 뭐라 말하기 힘들어요. 하지만 경제지주 출범 원년인 올해 축산경제가 완전히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체계를 구축하는 데 온힘을 다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 아닐까요?”

지난달 29일 농협중앙회 임시대의원회에서 이사로 선출된 충북낙협의 신관우 조합장의 소감은 단촐했다. “발언도 무게가 실리지 않으면 안하니만 못하다”는 그는 이사 선출 이후부터 열공(?) 중이다. 그의 책상에 관련 서류와 서적들이 쌓여 있다.

낙농관련조합장협의회장이었을 때는 낙농과 연관된 것들에만 관심을 가지면 됐지만, 이제는 축산경제를 위해 일해야 하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이사의 자리가 무겁긴 무거운 모양이다.

 

 

충북낙협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신관우 조합장의 고민이 이해가 간다. 4선의 조합장이 되는 동안 한 번도 경합하지 않았던 것은, 그가 얼마만큼 조합장의 역할에 충실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조합원의 역량을 조합으로 끌어 모아 성장하는 조합 그리고 행복한 조합원을 만드는 것이 조합장의 역할”이라는 것이 신 조합장의 지론이다. 그래서 항상 자신을 ‘일꾼’으로 표현한다.

충북낙협은 2003년 청주우유의 파산으로 실의에 빠졌던 충북낙농가들이 다시 한 번 일어서자는 일념으로 뭉쳐 2004년 설립됐다. ‘하꼬방’에서 시작한 충북낙협이 2017년 6월말 현재 자산 1590여억 원, 자본금 97억여 원, 지난해 종합경영평가 2등급, 경영실태 평가 1등급의 성적을 거두며 우수조합으로 성장하기까지는 조합원들의 열과 성이 있었고, 이를 이끌어 낸 신관우 조합장의 경영이 주효했다.

충북낙협의 주력사업은 헬퍼·치즈가공사업과 체험장 운영이다. 헬퍼사업은 조합 출범과 동시에 시작했다. ‘낙농업이 지속가능한 사업으로 발전하려면 무엇보다 헬퍼사업이 안정돼야 한다’는 현장 경험이 동기였다. 조합원들의 뜻이 모여지자 충북도와 지속적인 협의가 진행됐고, 결국 도 지원사업으로 선정돼 충북 전지역의 낙농가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창구 역할을 맡게 됐다.

충북낙협의 헬퍼사업은 단순히 낙농가만을 위한 사업이 아니다. 도와 시군비의 지원으로 농가는 30%만 부담하면 되지만, 헬퍼요원에게도 세심한 배려가 스며있다. 비수기에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헬퍼요원들을 위해 생계안정자금을 선지급하고, 성수기에 이를 반환토록 함으로써 상생을 기본으로 한다.

또 항생물질 사고가 발생하면 상호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의 부담을 덜기 위해 ‘항생물질적립기금’도 마련했다. 헬퍼사업이 안정화되면서 낙농가도 복지와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치즈가공사업과 체험관 운영은 2014년 체험관을 포함한 치즈가공공장을 준공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충북 청원군 북이면 금암리 251-2번지가 바로 본소 겸 치즈 가공 기지다. 무리한 투자를 지양하기 위해 기존 집유장의 집유 설비와 집기류, 유틸리티 등도 일부 활용해 중복 투자를 막았다. 월 원유 150톤 규모의 이 공장은 원유는 낙농진흥회와 가공원료유 수급방침에 따라 조달하고 초기 생산 품목은 스트링 치즈로 정했지만, 최근 시설을 보완해 신제품 스카모르짜 치즈도 생산하고 있다.

현재 농협 하나로마트 등 290개점에 입점돼 있으며, 농협목우촌과 충북 관내 16개 학교,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연간 41만여 개를 판매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함께 운영하고 있는 하루 200명 동시 수용이 가능한 치즈 체험관에서는, 2015년 충북 교육청과 MOU를 체결, 학생 단체체험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치즈피자·치즈 만들기, 국내산 유제품 바로 알기 및 치즈, 피자구이 시식 등 우유와 유제품에 대한 올바른 지식 전달에 공헌하고 있다.

체험 부대행사로는 주변 문화재와 함께 문화 해설사가 문화탐방의 일환으로 방문하고, 송아지 먹이주기 등 보조체험까지 함께 병행하고 있다.

가공사업과 관련 신관우 조합장은 “충북 관내 치즈의 고유 브랜드로 성장이 가능하고, 관내 낙농가 생산원유의 안정적 수급, 치즈사업용 원유생산을 통한 충북지역 낙농업의 항구적 발전, 국산 치즈의 식품분야 정착으로 자급도 향상, 시유 위주로 편중된 원유의 소비구조 개편, 장래 학교 급식 등 어린이 단체급식의 폭발적 수요가 예상되기 때문에 시작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낙농 체험관을 운영해 보니 어린이들이 현장 체험을 통해 우유가 몸에 좋다는 사실을 깨닫고, 어린 송아지에게 우유를 먹이며 자연스럽게 젖소와 소통하면서 애축심이 생기고 그 결과 정서적 안정까지 얻더라고 덧붙였다.

낙농관련조합장협의회장의 역할에 충실하다 보니 신관우 조합장은, 한 조합의 조합장이라기보다는 낙농산업의 발전을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낙농 리더’라는 표현이 더 적절한 듯하다. 충북낙협은 현재 후계자 양성을 위해 2세 농가 등을 대상으로 충북마이스터대학 낙농반을 통해 2년 간 다각적인 교육 훈련 중이다.

 

 

“중앙회 이사를 하라고 말 없이 밀어준 조합장들은, ‘거수기’ 노릇하지 말고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가 전국 일선축협은 물론 축산업을 위해 그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조언하라는 임무를 부여한 것입니다.”

이사 조합장에 선출된 신관우 조합장은 처음엔 얼떨떨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무게감이 장난이 아니라고 한다. 관련 자료를 보고 낙농만이 아닌 전체 축산경제를 생각할수록 현재 축산업의 위치가 어둡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쿨 하다. “한 번 해 보지 뭐”다. 화합을 이끌어 낼 동기만 찾아내면 풀릴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화제가 ‘이사’에서 낙농산업 발전으로 돌아오자 바로 열기가 뜨겁다. “낙농 강국들과의 잇따른 FTA 체결로 수입 유제품이 시장 장악력을 키워가고 있는 데,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가공유 지원사업 확대로 유업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바로 대답이 나왔다.

충북낙협이 치즈가공사업에 뛰어든 이유도 그렇다.

신 조합장은 “국내 낙농산업이 백색 시유에 집중되어 있다 보니, 인구 절벽 등 상황이 악화되자 바로 어려워졌다”면서 “유제품 제조 등으로 시장의 위험을 줄이고 틈새시장을 개척할 필요가 높아졌기 때문에 이에 대응키 위해 치즈가공공장 설립을 서둘렀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신관우 조합장은 “가공사업을 해 보니 생산 라인을 갖춰 제품을 생산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지만 대량 생산체계가 시장을 주도해 가공치즈 등을 공급하는 형태로는 신규 시장 진입이 어려워 판로 확보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더라”면서 “이러한 문제점들을 농협중앙회나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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