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민 수 애그스카우터 대표<농경연 해외곡물시장 동향 편집자문위원>

 

일반적으로 선물 시장에서 가격이 오를 때는 bullish, 내릴 때는 bearish 하다는 영어 표현을 쓴다. 황소는 공격할 때 뿔로 들이받아 올리는 반면 곰은 발을 사용해 짓누르는데 이와 같은 특성을 살려 상승 장은 황소 같고, 하락 장은 곰과 같다는 비유적인 표현을 쓴다.

곡물을 취급하는 선물 시장에서는 상당히 많은 bullish한 요소와 bearish한 요소들이 상충되어 힘겨루기를 한다. 거시경제 지표의 변화가 간간히 곡물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곡물의 수급 현황과 전망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서 작용할 뿐만 아니라 가격 변동성을 확대시킨다.

미국 농무부는 주요 국가의 수급 관계를 파악해 월간으로 ‘세계 곡물 수급 전망’ 보고서를 발표한다. 이 발표 결과에 따라 곡물 가격은 조정을 받게 되고 수급과의 균형을 맞추어간다. 지난 9일자로 6월 보고서가 발표됐다. 16/17 시즌에 이은 17/18 시즌의 수급 전망이 어떠한 변화를 보였는지가 관심의 대상이 됐다.

17/18 시즌에는 16/17 시즌 대비 세계 곡물 생산량이 감소함에도 불구하고 이월 재고량이 많아 수급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16/17 시즌 주요 곡물이 대풍작을 이뤄 공급량이 크게 늘어난 만큼 상당량이 재고로 남게 된다. 특히 16/17 시즌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곡물 생산량이 크게 증가함에 따라 공급량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17/18 시즌 주요 국가의 곡물 수입량은 꾸준히 증가함에 반해 소비량과 수출량의 비중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 우위의 시장 형성은 계속해서 곡물 가격을 끌어내리는 요소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올해 주요 곡물의 가격 방향성을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약세 우위의 시장이 형성되어 있으나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분위기다. 최근 들어 봄밀 가격이 심상찮은 가격 상승세를 나타내어 연중 최고점을 경신함에 따라 겨울밀과 옥수수 가격 역시 들썩거리면서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특히 미국의 기상 상황에 따른 곡물의 생육 상태 변화가 곡물 가격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생육 초기 단계에 있는 봄밀이 기상 악화로 큰 피해를 입고 있으며 옥수수 역시 기후 변화에 따라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수확기에 접어든 겨울밀은 품질 악화로 인해 가격이 올라가고 있다. 반면 대두의 경우 날씨로 인한 피해 우려가 옥수수보다 덜한 만큼 생산량 확대 가능성으로 인해 다른 곡물 가격 대비 가격 상승세는 상당히 제한적이다.

한편 외부 요소로서 국제 유가와 달러화 가치의 변동이 곡물 시장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시장 상황에 따라 bearish한 면과 bullish한 면을 부각해 곡물 가격에 영향을 준다. 국제 유가는 원유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 이행 기간 연장과 여름철 드라이빙 시즌 특수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원유 생산량 확대로 인해 곰에게 계속해서 짓눌림을 당하는 꼴을 보여줘 곡물 가격의 하락 요소로 작용한다.

반면 달러화 가치의 하락세는 성이 난 황소가 뿔로 곡물 가격을 찍어 올리는 역할을 한다. 거시경제 지표의 변화에 따라 달러화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역의 관계에 놓인 곡물 가격 역시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 하는 시기에는 달러화 가치가 크게 오르게 되는 반면 주요 상품 시장은 주저앉는 모습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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