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종합일간지가 몇 년 전 기획시리즈로 연재한 ‘자본주의 4.0을 열자’에 따르면, 1998년 IMF가 국가 경제를 뒤흔들기 전까지 대한한국 경제는 급격한 성장을 이루면서도 분배가 그나마 모범적으로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은 ‘경제성장→일자리 창출→소득 창출→소득 분배의 개선→교육 투자→산업 인재 양성 및 산업 현장 투입→경제성장률 제고’라는 「선(善)순환구조」가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이러한 경향은 약화돼 경제는 다시 성장세를 보였지만 소득 분배는 악화되는 새로운 양상이 나타났다. 비정규직 채용이 급증하고, 좋은 일자리는 줄어들고, 빈곤의 대물림이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에 빠져들게 됐다.

 

2년 마다 직장 옮겨

 

근로자가 급속하게 계급화 됐다. 대기업의 정규직이 ‘갑’이요, 그 외주업체의 직원이 ‘을’이고, 을에게 인력을 공급하는 용역회사가 ‘병’이요, 공급되는 노동자가 ‘정’이다. 용역회사나 공급되는 노동자는, 하찮은(정규직 노동자에 비하면) 벌이에, 급여가 오르거나 복지에 대한 기대조차 못한 채, 일이 끊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외환위기 이후 이처럼 노동자의 계급화가 심화되자 국회는 2006년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비정규직 근로자 3법’-기간제 및 단기간 근로자 보호법, 파견 근로자 보호법, 노동위원회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을 통해 비정규직 근로자가 줄어들 것으로 판단했다.

비정규직으로 2년 간 일한 뒤 같은 직장에서 계속 일하게 되면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비정규직법은, 오히려 비정규직 근로자가 2년마다 다시 직장을 옮겨야 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기업의 ‘이기심’을 염두에 두지 못한 결과다.

통계로 보면 더 확실하다. 2006년 545만7000명이던 비정규직 근로자는 2011년 600만명에 육박했다. 오히려 사내 하도급 근로자 등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편법적인 사실상의 비정규직 고용은 훨씬 더 많이 늘었다.

2010년 ‘형식상 도급 관계라도 원청업체가 노무 지휘를 했다면 2년 후엔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자, 하청업체의 정규직이라는 허울을 쓰고 ‘그림자 노동’을 제공하는 편법이 등장했다.

 

‘불가촉천민’ 자조도

 

급여와 복지 혜택에서는 정규직 근로자에 비해 훨씬 뒤지면서도 불황이 닥치면 가장 먼저 잘릴 가능성이 크다. 원청회사에서 용역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하면 끝이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정규직이 ‘귀족’이라면, 중소기업의 정규직은 ‘평민’이고, 비정규직은 ‘불가촉천민’이라는 말이 그냥 생긴 것이 아니다.

2013년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대기업은 약 3000개로 고용인원이 192만여명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340만개에 약 1342만명이 근무하고 있다. 전체 노동자의 12.3%가 대기업에, 나머지가 그 1000배에 가까운 중소기업에서 근무한다. 계급의 확실한 선이 그어져 있다.

정부는 비정규직을 한시적, 시간제, 비전형 근로자로 구분한다. 한시적 근로자는 근로 계약기간을 정했거나 기간을 정하지 않아도 계약의 반복 갱신이 가능한 근로자로, 자신의 뜻과 관계없이 계속 근무를 기대할 수 없는 근로자 등이 포함된다.

시간제의 경우, 정규직과 같은 직장에서 같은 일을 하지만 정규직 근로자의 근무시간보다 1시간이라도 짧게 근무하는 근로자로, 평소 1주에 36시간 미만 일하기로 정해져 있다.

비전형 근로자는, 파견 사업자가 고용해 사용사업주의 사업장에 근무하도록 하는 파견 근로자, 청소·경비용역처럼 용역업체에 고용돼 용역계약을 맺은 다른 업체에 나가 일하는 용역근로자, 개인적으로 모집 판매 배달 운송 등의 일을 하는 특수형태의 근로종사자다.

기업들은 비정규직 근로자의 채용에 대해 “우리나라 노동시장이 유연하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비정규직을 고용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기업들이 비정규직 고용을 선호하는 이유는 노동의 유연성보다는 비정규직의 낮은 임금이 더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특별히 해고하는 데 따르는 잡음도 없다.

 

고용 안정 의욕갖길

 

농협중앙회는 지난달 25일 새 정부의 ‘지속 성장 가능한 농업’과 ‘살기 좋은 농촌 만들기’ 정책에 적극 동참하기 위해 「범농협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했다고 발표했다. 부회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지역별 조합 운영협의회 의장들과 각 계열사 대표 등 총 27명으로 구성됐다.

위원회는 농촌 정주여건 조성, 6차 산업 지원, 예비 농업인 맞춤 교육 등 농촌활력화를 통해 청년 농업인 육성과 농촌 일자리 창출 정책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한다는 것이 목적이다. 아울러 범농협 차원에서 청년 채용과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의 고용 안정을 위한 정규직 전환을 신속하게 검토, 별도의 절차를 거쳐 단계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2016년 농협의 비정규직 채용은 기간제 624명, 파트 타이머 121명 등 748명이다. 이들은 급여는 물론 복지 혜택에서도 차별을 받으며 2년이 되면 다른 직장을 찾아야 하거나 중앙회 내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긴다.

농협이 ‘일자리 창출’에 의욕을 갖는 만큼 근무 기간 내내 자긍심에 상처를 받으며, 계약 만료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는 비정규직 직원에 대한 입장에도 의욕을 갖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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