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농업부문 공약사항 이행과 축산 분야 주요 현안문제 해결을 위해 축산관련단체협의회가 대정부·국회 활동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무허가 축사 대책, 청탁금지법 내 농축산물 제외, AI 방역을 위한 특별법 제정 등 청정 축산 구현을 위한 정책 지원 강화, 축산식품의 농축산부 환원 등이다.

모두 축산업계에선 미래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해결돼야 할 중차대한 것들이다. 하지만 그게 농축산업계의 기대대로 될지는 암담하다. 보수에서 진보로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없어 보인다.

 

‘비용’으로 보는 시각

 

농업을 ‘비용’과 경제 ‘규모’의 측면에서 보는 시각이 달라지지 않는 한, 농촌은 갈수록 각박해지고 피폐해질 따름이다. 아무리 4차 산업혁명을 농업에서 이뤄야 한다고 떠들어도 그것은 대기업이나 기업농가의 일일 뿐이다.

경제가 급격한 성장을 이루며 농업의 비중이 점차 줄어들었어도 1970년대 말까지만 해도 농민이나 농업의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컸다. 때문에 국가 정책에서 농업은 중요한 부문으로 차지했다. 하지만 지금 농업의 현실은 어떤가.

2015년기준 대한민국 농축산인구는 256만 9000명으로 전체 인구 5152만9000명의 5.1%에 불과하며, 국민총소득 대비 축산업과 농림어업을 모두 합치면 약 36조로, 전체 소득 수준에서 따지면 ‘세발의 피’ 수준조차도 되지 않는다. 그러니 누가 농축산업을 관심 있게 보겠는가.

정권이 바뀌고 각 행정부처의 장관들이 물망에 오르면서 가끔 “누가 농림축산식품부의 장관이 되겠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하지만 장관이 바뀐다고 농축산업에 대한 정책이 바뀐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어리석다.

손실과 이익을 앞세우는 경제논리 앞에선 농업은, ‘농’자도 꺼내기 힘든 상황이다. 경제성장의 길에서는 ‘이익 배분’의 테이블에서 배척되고, 이제는 산업의 규모가 크지 않다는 이유로 무시되고 있음을 우리는 보고 있다.

특히 농업에 대한 전문가랍시고 장관으로 모셔(?)온 분들은 대한민국 농업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기보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행동대장’의 견장을 차고 앞뒤를 가리지 않고 “돌격 앞으로”만 외쳤다.

 

무조건 앞으로 돌격

 

대통령이 중동 순방을 다녀오면서 ‘할랄식품 수출’을 강조하자 느닷없이 농축산업에서 ‘할랄 붐’이 일었다. 수출을 하려면 현지인들의 식습관을 비롯 현지 시장의 동향 파악과 국내 인프라 조성은 물론이요, 어떤 부분을 어떻게 보완하고 신설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이뤄지려면 얼마만큼의 시간이 소요되는지에 대한 준비과정 없이 농축산업의 초점이 바뀌었다.

결과는 그것을 주도한 장관도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안된다” 말할 수 없었을 뿐이다. 권력의 최상위에서 독점하는 그 분(?)의 뜻을 따라야 지금 자신이 쥐고 있는 조그마한 권력이나마 유지될 터니 말이다.

또 뒤이은 장관 역시 마찬가지다. ‘수출’을 입에 달고 산다. ‘수출’ 좋은 말이다. 수출 드라이브로 한국 경제가 성장했고 지금의 자리에 올라섰다. 미국을 비롯한 호주, 뉴질랜드, 유럽 등지에서 농축산물을 수출하고 있는데 우리라고 못하란 법도 없다. 하지만 공산품의 수출과 농축산물의 수출은 결코 같지 않다.

국내 농축산물을 생산하는 농축산인들의 경우, 풍년일 땐 공급 과잉으로 가격 하락을, 흉년일 땐 소비자물가 안정이라는 차원에서 무차별 수입으로 시장을 내주며 또 다시 가격 하락을 겪으며 ‘빈익빈 부익빈’을 되풀이 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 없이 무얼 어떻게 얼마만큼 수출하겠다는 로드맵도 없다.

더구나 농축산물에 대한 자급률을 어느 수준까지 맞춰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도 없다. 그저 모자라면 외국으로부터 사다 먹고, 남으면 버린다는 아주 단순한 사고방식이다. 이 모든 것이 농업을 비용 측면에서 바라보기 때문이다.

누군가 말한다. “장관은 전문가가 돼야 한다”고. 전문가는 가지를 보는 경향이 있다. 숲 전체를 볼 수 없다는 의미다. 본인이 전공으로 하는 분야에 대해서만 전문가일 뿐이다. 때문에 전체의 농업을 바라보고 정책을 집행하는 데 있어서 빈번하게 자신의 전문분야가 가미돼 주(主)가 되어 버린다.

 

철학과 뚝심이 필요

 

게다가 전문가의 고집은 가끔 주변과 마찰을 빚게 되고 자신이 누리고 있는 권위로 주변의 의견을 묵살하게 되는 경우가 심심찮게 벌어진다. 일개 조직 내에서 의견의 독점으로 인한 타격은 별로 크지 않다. 그러나 한 행정부처에서의 이러한 경우는 한 산업 심지어는 국가 전체의 경제 타격으로 돌아오는 수가 많다.

농업은 비용으로 따지면 적다. 사람 수도 이제는 많지 않다. 그러나 농업의 공익적인 차원을 따지면 농업은 그렇게 쉽게 다뤄져야 할 분야가 아니다. 국가 식량 안보는 물론이고 홍수 조절 등 천재지변을 방어할 수 있는 기능과 대기 정화라는 환경적인 면에서도 반드시 지켜야할 가치가 있다.

이러한 철학을 가져야만 비로소 장관은 떳떳하게 농업을 지켜야 한다고 최상의 권력자에게 주장할 수 있다. 보이는 농산물의 생산액은 36조이지만, 보이지 않는 공익적 가치는 그보다 높은 40조원 내외라는 사실을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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