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굴지의 축산전문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도축장 앞에 한우 농가들이 모여들었다.

충북 오창 소재의 도축장에 전남 영암의 한우 생산농가들이 모인 까닭은 도축 전 계류 중에 폐사한 소의 배상 문제 때문이다. 지난해 도축 전 계류 중 폐사한 소 한 마리를 두고 1년여의 긴 싸움이 지속되고 있다.

죽은 소 값을 변상하라는 한우 농가들과 물어낼 수 없다는 도축장이 아스팔트 위에서 맞붙은 것이다.

이날 집회의 시작 전부터 양측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이 투쟁을 위해 영암에서부터 상경한 시위대는 절대 빈손으로는 물러날 수 없다는 비장한 각오를 다졌다.

도축장측은 이들의 집회가 자신들의 업무영역을 침해 하지 않도록 신경을 곤두세우면서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오전부터 시작된 집회가 오후를 넘어서자 도축장측은 대표자들의 면담을 요청했고 결국엔 공장장이 나서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내부에서 검토해 보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시위대는 해산했다.

죽은 소 값 일부를 배상하라는 판결에도 버티던 도축장이 축산농가의 거센 항의 시위에 한발 물러섰다. 자신들의 배상분인 40%를 보상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집회를 주도한 농가들은 씁쓸한 표정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한 농가는 처음부터 이렇게 했더라면 서로 얼굴 붉히는 일까지는 겪지 않았어도 될 텐데…라며 푸념 섞인 말을 내뱉기도 했다.

다시 영암으로 내려가도 족히 네다섯 시간은 걸리기 때문에 오늘 하루는 공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신들이 집회를 위해 들인 시간과 비용이 결코 배상금 못지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회를 열게 된 이유를 집행부는 자신들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뜻이 더 크다고 말했다.

한우농가와 도축장. 이들은 이 싸움으로 인해 서로 얻은 것 보다는 잃은 게 더 많다. 축산기업과 축산농가는 한배를 탄 사람들이다. 서로 상생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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