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민 수 애그스카우터 대표<농경연 해외곡물시장 동향 편집자문위원>

 

미국을 중심으로 한 북반구 주요 국가들은 곡물 생산 시즌을 맞이해 기상 여건에 따른 곡물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4월 21일까지 약세 우위 시장이 형성됐다. 미국 중서부 옥수수와 대두 산지에 많은 양의 비가 내리면서 파종 지연 우려가 있었으나 곡물 가격을 끌어올리기는 역부족이었다.

미국 농무부 주간 곡물 생육 현황을 살펴보면 4월 23일 현재 미국의 옥수수 파종률은 17%로 작년 동기 28%와 최근 5년 평균 18%보다 뒤처졌다. 파종 초기인 관계로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으며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옥수수 공급량 확대로 옥수수 가격은 저점에서 횡보했다.

미국 내에서 대두 파종 시기는 옥수수보다 약간 늦었다. 4월 23일 현재 파종률은 6%로 작년 동기 3%, 최근 5년 평균 3%보다 앞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중서부 대두 산지에 많은 양의 비가 내리면서 파종 지연의 우려로 인해 대두 가격 하락세는 제한을 받았다.

소맥의 경우 품종에 따라 봄밀과 겨울밀로 구분된다. 봄밀의 경우 파종 시기로 4월 23일 현재 미국의 파종률은 22%에 이르렀으며 작년 동기 40%와 최근 5년 평균 34%보다 상당히 뒤처졌다.

미국 북부 대평원 일대에서 자라는 봄밀의 경우 겨울밀에 비해 생산량은 상당히 적은 편이나 고단백질을 함유하고 있어 국제 시장에서의 선호도가 상당히 높다. 최근 미국 북부 대평원 일대 차가운 기온과 건조한 날씨 탓에 파종이 상당히 늦어져 봄밀 가격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한편 미국 대평원 및 중서부 지역에서 자라는 겨울밀의 경우 출수기를 맞이했으며 4월 23일 현재 출수율은 32%로 작년 동기 24%, 최근 5년 평균 23%보다 상당히 앞선다. 겨울밀은 산지 양호한 날씨 덕택으로 출수율이 예년보다 상당히 빠른 편이며 작황 상태 또한 계속해서 개선될 것으로 본다. 다른 곡물 가격 대비 겨울밀 가격의 하락세가 두드러졌으며 연중 최저점을 경신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겨울밀은 봄밀을 비롯한 옥수수와 대두의 가격 변동에 동조하는 움직임을 보여 가격 하락세는 축소됐다. 최근 서유럽 및 북아프리카 소맥 산지가 상당히 건조한 날씨로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시장에 영향을 줘 소맥 가격 하락을 저지하고 있다.

한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곡물 수출 시즌임에 따라 이들 국가의 공급량 변화가 곡물 가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브라질의 경우 최근 곡물 가격 하락 탓에 농가들의 판매 실적 부진이 곡물 가격에 영향을 주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고인플레에 따른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를 위한 시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최근 곡물 주요 수출항인 로자리오항에서 항만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브라질의 경우도 언제 어떠한 형태로 파업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곡물 가격의 변동성에 대비해야 한다.

곡물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 시장과의 관계를 살펴보면 프랑스 대선과 영국 EU 탈퇴 등 유럽의 정세 불안과 중동 및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곡물 가격 상승세를 제한했다. 국제 유가가 미국의 원유 증산으로 인해 하락함에 따라 곡물 가격은 약세 우위의 시장이 형성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곡물 시장은 곡물 수급 변화에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곡물 가격의 방향성을 유심히 살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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