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의 AI…책임질 이 없다”

 

쏟아지는 장대비도 가금농가들을 막지 못했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 여의도벌은 전국에서 모인 5000여 가금농가들로 빼곡히 들어찼다.

이들은 우비를 입고 한 손엔 ‘정부의 AI 대책 즉각 철회하라’‘정부는 무허가축사 대책 마련하라’라는 문구가 인쇄된 피켓을 들고 내리는 비를 맞으며 자리를 지켰다.

연세 지긋한 어르신부터 젊은이까지, 나이와 성별은 달랐지만 이들의 머리와 팔에는 하나같이 빨간 띠가 둘려 있었다.

지난 18일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개최된 ‘정부의 AI방역대책 규탄집회’의 모습이다.

가금단체협의회는 지난 18일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전국 가금사육농가와 관계자 등 5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AI 방역 개선대책 철회를 위한 규탄집회를 개최했다.

이번 집회는 양계협회와 육계협회, 토종닭협회, 오리협회 등 4개 가금 생산자단체들이 공동으로 실시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AI가 아직 종식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 많은 가금농가가 참여해 집회에 힘을 보탰다. 이들은 그만큼 절박했다.

이날 집회에서 만난 30대 중반의 남성은 “역대 최악의 AI로 산업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 어느 하나 책임지는 이가 없다”며 “양계산업에 종사하는 한사람으로써 미력하나마 힘을 보태기 위해 집회에 참가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삼진아웃제와 방역세 신설, 살처분보상금 감액 강화 등으로 농가 죽이기에 앞장서고 있다”면서 “양계산업의 미래가 보이지 않아 막막하다”며 고개를 떨궜다.

이날 집회는 가금단체장들의 대회사로 시작됐다. 4개 가금단체장들은 모두 상복을 입고 집회에 임했다.

 

오세을 양계협회장은 정부의 ‘산란계 케이지 면적기준’ 확대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세을 회장은 “산란계 케이지 면적을 상향하려는 정부의 조치는 산란계농가에 엄청난 금전적 피해와 손실을 안겨줄 것”이라며 “이는 국민 단백질인 계란의 가격상승으로 이어져 국민들도 피해를 입게 된다”고 역설했다.

정병학 육계협회장은 “정부가 초동대응 부재로 가금류 3800여만 마리를 살처분하고도 모자라 방역실패 책임을 축산농가와 계열화사업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AI 전파 주범인 철새에 의한 감염차단 대책과 함께 AI에 취약한 가금축종에 대해 근본적인 개선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김병은 오리협회장은 “농가들의 방역노력에도 불구 AI는 전 세계적으로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면서 “AI는 사회재난이기 때문에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주창했다.

문정진 토종닭협회장은 겨울철 휴지기 제도 재검토와 함께 산닭 유통제한 전면 해제 등을 요구했다.

이어 농가대표의 규탄발언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의원들의 정치발언, 이병규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과 이홍기 한국농축산연합회장의 연대사가 이어졌다.

노래패들의 흥겨운 공연 뒤에는 상복을 입은 가금단체장들이 AI로 살처분된 가금의 영정사진 앞에서 제사를 지내는 퍼포먼스와 함께 농림축산식품부 모형에 불을 붙이는 화형식이 진행됐다.

한편, 이날 가금단체협의회는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요구사항을 전달했으며, 집회는 국회를 향한 참가자들의 행진으로 마무리됐다.

 

“몇 십 년간 닭을 키우며 이렇게 힘든 적은 처음입니다. 당장 앞이 보이지 않아 암담한 심정입니다”

조명옥 토종닭협회 전북지회장은 “역대 최악의 AI로 가금농가 모두 사지에 몰렸다”며 AI 발생책임을 농가로 몰고 있는 정부의 행태에 강하게 반발했다.

조명옥 지회장은 “농가의 잘못으로 AI가 발생한 것이 아니지 않느냐”며 “농가 살리기에 앞장서야 할 농축산부가 농가를 죽이기 위한 정책 세우기에 앞장서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이어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재산을 보호해야할 국가가 의무를 망각하고 있다”며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해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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