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에 불어오는 제4차 산업혁명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있을 때 중국은 중화사상에 젖어 있었고 한국은 쇄국 정책을 폈다. 동양의 두 나라는 서구의 산업화 물결이 쓰나미처럼 밀려오고 있었음에도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좀 더 빨리 부강한 나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1784년 영국이 증기기관을 발명하고 방직기 등을 개발하면서 1차 산업혁명이 시작됐다. 1872년 전기를 이용한 대량생산은 2차 산업혁명을 이끌었다. 1950년대 컴퓨터가 개발되고 1969년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컴퓨터와 디지털 통신을 통한 정보화와 자동화 생산을 기반으로 제3차 산업혁명이 일어났다. 현재는 2016년 1월 클라우스 슈밥이 세계경제포럼에서 언급한 제4차 산업혁명이 세계 경제의 화두가 되고 있다. 웨어러블 인터넷과 3D프린팅,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로봇공학, 빅데이터 등은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이다. 초소형 컴퓨터는 초연결성을 통해 방대한 정보를 창출하고 축적한다. 빅데이터와 정보는 스스로 분석하고 생각하는 초지능성을 갖춰 업그레이드 되고 진화한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융합은 만물초지능 생태계를 갖춰 산업구조와 삶의 방식을 바꾸고 있다.

이러한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동력은 창의적 ‘소프트파워’다. 소프트파워는 사전적으로는 인간의 이성과 감성적 능력을 포함하는 문화적 힘이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아이디어를 기술, 지식, 제품과 연계하고 융합해 혁신적인 비즈니스를 구현하는 창의적 역량이 소프트파워가 된다. 변화를 얼마나 빨리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고 판단한 세계 각국은 신 성장 동력 확보와 미래 개척을 위해 온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과학기술계에서도 제4차 산업혁명 관련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역량을 결집하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변화에 대비하지 못하는 국가나 조직, 기업은 쇠퇴하게 돼 있다. 위기와 변화에 능한 우리나라는 제4의 물결이 밀물처럼 밀려오는 이때에 적극적이고 적절한 대응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

노동력 의존이 많은 농축산업의 경우, 인공지능이 가축 관리과정의 데이터를 읽고 판단해 로봇이 그에 맞는 작업을 수행하게 되면 사람에 의한 관리 작업이 대체될 것이다. 특히 반응이 느린 식물에 비해 시시각각 생체반응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는 가축 사육분야에서는 활용도가 더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어린가축과 어미가축은 적정 사육온도부터 차이가 나는데 온도, 습도, 가스 등 환경을 모니터링하면 사계절 정밀관리가 가능하다. 돼지는 체중이나 새끼 수에 따라 매일 사료 급여량을 달리해줘야 하는데 이 또한 IoT 기술과 인공지능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젖소의 착유는 로봇이 대신하고 소의 목에 달린 생체정보 수집 장치는 운동량이나 건강상태를 원격으로 모니터링해 그때그때 필요한 정보를 주인에게 알려준다.

스마트폰의 등장이 우리 삶을 휴대폰 중심으로 바꾸어 놓았듯이 제4차 산업혁명은 축산업을 스마트하게 바꿀 것이다. FMD와 AI 발생 등 축산분야에 여러 위협요인이 산재해 있지만 농촌진흥청은 제4차 산업혁명의 주요기술을 융합해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형 스마트 축산 모델을 개발하고 보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가축을 동물복지적으로 편안하게 사육하는 한편, 생산성 향상으로 국제경쟁력을 높이고, 나아가 발전된 축산 ICT 기자재를 세계 곳곳에 수출하게 될 날이 오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