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동안 농축산업을 6차 산업이라더니 이젠 4차 산업이라는지 모르겠네요.” “뭔 소리예요?” “아니 요즘 신문·방송 뿐만 아니라 장관들까지 나서서 4차 산업 어쩌구 하니 말이지요.”

전남에서 한우를 키우는 50대 초반의 한 농가가 보자마자 대뜸 질문을 던졌는데, 뭔 이야긴가 싶다가 몇 마디 나누고 나니 웃음이 났다. 농업이 미래산업이라는 둥 하면서 4차 산업혁명의 최적 산업이라고 하는 주변의 말들을 그냥 4차 산업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뭐가 뭔지 모르겠네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인지 정확히 말하면,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으로 이뤄지는 차세대 산업혁명이다. 인공지능, 로봇기술,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것이다. 1784년 영국에서 시작된 증기기관과 기계화가 1차 산업혁명이고, 1870년 전기를 이용한 대량생산이 본격화된 것이 2차 산업혁명, 1969년 인테넷이 이끈 컴퓨터 정보화와 자동화 생산시스템이 주도한 것이 3차 산업혁명이다.

여기에 로봇이나 인공지능(AI)을 통해 실재와 가상이 통합돼 사물을 자동적·지능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가상 물리 시스템의 구축이 기대되는 산업상의 변화를 4차 산업혁명이라고 지식백과사전에서 풀이하고 있다.

그는 또 묻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ICT융복합이다, 스마트 팜이다, 떠들더니 갑자기 4차 산업혁명이라니 참 뭐가 뭔지 모르겠네요” 한다.

축산에 국한해 「ICT융복합」을 말하자면 정보통신기술들을 결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말하고, ICT융복합 확산사업은 축사 환경의 센싱·모니터링·사료급이·음수관리 등 사양관리에 융복합기술을 접목한 지능형 축사관리 시스템을 보급하는 사업이다.

「스마트 팜(Smart Farm)」이란 바로 이런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해 만들어진 지능화된 농장을 말한다.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기술을 이용해 농작물 재배 시설의 온도·습도·햇볕량·이산화탄소·토양 등을 측정 분석하고, 분석 결과에 따라서 제어 장치를 구동해 적절한 상태로 변화시킨다. 그리고 스마트 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를 통해 원격 관리도 가능하다. 이를 통하면 농업의 생산·유통·소비 과정에 걸쳐 생산성과 효율성 그리고 품질 향상 등과 같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생산성 향상은 당연

 

용어가 하도 어려워 담당 공무원도 제대로 설명하기 힘들다. 지식백과사전을 뒤져봐도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하기가 난해하니 설명하려고 머릴 굴려 봐도 머릿속에서 빙글빙글이다. 그나마 스마트폰을 달고 사는 젊은층은 이해가 빠른 편이지만, 기계치이거나 나이가 지긋한 사람에게는 ‘소귀에 경 읽기’다.

그러나 스마트 팜을 운영하면 자동 착유·급이가 가능하고, 무인방역시스템을 설치하면 허가한 사람 외에는 아무도 농장을 출입할 수 없으니 질병으로부터도 자유롭다. 일별·주별·월별, 온도·습도·급이·급수 등의 데이터를 웹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쉽게 볼 수 있어 원격제어가 가능하다. 이러니 노동력이 절감되고 생산성이 향상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앞장서서 4차 산업혁명을 농업분야에서 이끌려 하는 것도, 농업이 고령화되고, 농경지도 줄어들며, 생산 비중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스마트 팜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대부분의 제품 가격이 비싸 초기 투자비용이 막대하다는 점이다. 게다가 40%가 넘는 축산농가들이 고령화되어 있고, 이들 중 절반은 후계축산인도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꿈 같은 생활을 현실화하고도-큰 비용을 들여 시스템을 구축했음에도 불구하고-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게 되면 가뜩이나 어려운 농가는 재기할 수 없는 타격을 입게 된다.

때문에 장관을 비롯한 정부가 농업을 미래산업으로 규정하고 4차 산업혁명이 농업에서 일어나길 바라지만 현재의 상황에서는 요원할 뿐이다. 지금까지 노동집약적인 산업에서 기술과 자본집약적인 산업으로 전환되기에는 그 갭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영세농가에겐 ‘독’

 

그래서 현재 기술과 자본집약적인 스마트팜은 주로 대기업이 추진하고 있어, 영세농민들에겐 오히려 탈농의 압박으로 다가온다. 정부가 농업 부문에서의 4차 산업혁명을 앞장서 부르짖는 것은 바로 이러한 현실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는 반증이다.

드론을 띄워 농약을 뿌리고, 아침에 일어나 베란다의 파라솔에서 신선한 우유나 커피를 마시며, 신선한 농촌의 공기를 들이 마시며 느긋하게 스마트폰에 깔린 앱 등을 열어서 축사의 가축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자신이 없는 동안 별일들은 없었는지, 체크하는 것은 모든 농축산인들의 로망이다. 단지 소수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기업 자본들이 영세농가들을 삶의 터전에서 다 몰아내고 나서야 누릴 수 있는 호사다. 4차 산업혁명을 농업에서 이끌어내려면 호들갑이 아니라 차분하게 단계별로 농촌의 현실에 맞게 접근해야 한다. 정부가 농업에서의 4차 산업혁명을 이끌려고 하는 것이, 농축산인의 ‘행복’을 위해선지, 단지 산업을 위해선지 확실히 구분해야 한다. 누구의 지식자랑이 아니다.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