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잇따른 의견 수렴…접근 방식은 좋지만 ‘현장과 괴리감’ 좁히지 못해

 

농림축산식품부가 AI·FMD 방역 개선 대책(안)을 마련하고 있다. 방역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유례없는 공청회·대토론회·협의회·간담회 등을 연이어 실시하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 중이다. 농축산부는 그 일환으로 지난달 24일 서울 양재동 aT센터 회의실에서 축산관련단체 간담회를 개최했다. 그러나 축산농가들은 대책(안) 곳곳에 만연한 독소 조항들 때문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다음은 이날 간담회에서 불거진 핵심 쟁점을 정리했다.

 

# 산란계 케이지 면적 상향

산란계 케이지 면적기준을 기존 마리당 0.05㎡에서 0.075㎡로 상향한다. 케이지 높이는 3층×3단 7m, 통로는 1.2m 이상으로 규정한다. 기존 산란계농장은 법률 적용을 5년간 유예하지만, 종계·종오리·산란계·육계·오리 신규 축산업 허가 시에는 바로 적용한다.

산란계 농가들은 이에 대해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비난했다. 다수의 농가들은 간담회에서 “케이지는 고가의 시설물로 내구연한이 10년에서 20년 정도”라며 “시설현대화자금을 받아서 케이지를 최근에 교체한 농장의 경우 5년 후에는 또다시 막대한 비용을 들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질타했다.

그들은 또 “케이지를 0.075㎡로 넓힐 경우 사육마릿수의 40% 이상을 줄여야 한다”며 “케이지 면적을 넓혀 AI 발생을 막을 수 있고, AI가 발생하면 모든 책임을 정부에서 책임진다면 빚을 내서라도 바꿀 의사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세을 대한양계협회장은 “축산법을 개정해 케이지 면적을 0.05㎡로 넓힌지 2년도 안 된다. 정부는 케이지를 넓히고 좁히는 것을 너무 간단히 생각하고 있다”며 “관련 기준을 자주 변경 할 경우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 삼진아웃제 신설

AI·FMD 반복 발생농가에 대한 책임부여와 재발방지를 위해 축산업 허가 삼진아웃제를 신설한다. 최근 5년 간 1회 발생시 영업정지 3개월, 2회 발생시 영업정지 6개월, 3회 발생시 축산업 허가 취소 내용이 골자다.

축산농가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농축산부는 이번에는 정책에 꼭 반영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 축산농가는 “거론의 가치조차 없는 정책이다”라며 “이 정책은 농가의 신고기피 현상을 오히려 부추길 것이 분명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AI나 FMD 2회 발생 농장 중 축산업 허가 취소를 감수하고 질병 발생을 신고할 수 있는 농가가 몇이나 될지 궁금하다”라며 “빚 없이 농장 하는 사람이 전국에 많지 않을 것이다. 삼진아웃 된 농장은 받은 보상금으로는 빚을 다 청산치 못해 거리로 쫓겨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가축방역세 신설

농가에 방역세를 부과해 지자체 방역 재원 마련 및 지역사회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일정 사육규모 이상 농가를 대상으로 해 축산업 허가상 신고 된 사육마릿수를 기준으로 연간 생산액의 1%를 목적세로 징수한다. 대상은 소, 돼지, 닭, 오리 농장이다. 연간 세수 추정액은 1600억~1700억원이다.

전남 함평군에서 온 한 양계농가는 “1종 가축전염병 발생에 대한 1차 책임은 국가에 있다”며 “중앙정부 책임을 지자체에 부담시키면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천의 한 한돈농가는 “2011년 1월 도축세 폐지는 FTA 경쟁력 향상을 위한 것으로, 대한민국 축산업이 국제 경쟁력을 확보 했다고 생각해 세금을 부활시키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강조했다.

 

# 축사 정의 구체화

축산법 상 축사에 대한 정의가 없어 가축사육에 적합하지 않은 시설에서도 축산업이 가능한 상항이다. 이에 신규 오리 사육시설에 대한 재질 기준에서 비닐하우스를 제외한다. 가설건축물의 경우 존치기간(3년) 마다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존치기간이 경과한 비닐하우스는 사육을 금지시킨다는 내용이다.

마광하 한국오리협회 사육분과위원장은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세부 안이 없어서 지자체들 자체 유권해석에 따라 농가만 죽는다”며 “비닐하우스 개념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명확하지 않은 상태”고 꼬집었다.

 

# 살처분 보상금 감액 강화

농축산부는 현실성 있는 보상금 산정, 방역 미흡사항에 대한 살처분 보상금 감액 강화로 농가의 방역 책임의식을 제고한다고 밝혔다. 재발생 및 신고지연시 감액기준을 강화하고, 중대한 방역의무 위반사항에 대한 감액기준을 강화 및 신설한다. 과도한 규모화 문제점 해소를 위해 살처분 보상금 상한제 또는 보험 도입을 검토 중에 있다. 보상금 산정기준을 지급 당시 시세에서 발생 직전 시세로 변경하는 방안도 구상 중에 있다.

이와 관련해 다수의 축산농가들은 살처분 보상금 삭감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농가들은 “국내 가축질병이 한번 발생하면 전국으로 확산되는 원인 중 하나가 살처분 보상금 감액으로 인한 신고지연 때문”이라며 “규제를 강화할수록 부채가 많은 농가는 신고를 기피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을 모르는지 무시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이날 간담회에서는 FMD 백신을 매년 4월과 10월 2회 일제 접종실시, 살처분 보상금 평가 시 방역규정 준수 여부 ‘농장주 직접 입증’ 방식 도입 등도 농가들의 반발을 샀다.

김진갑 대한한돈협회 부회장은 “이번 방역 개선 대책 내용은 축산농가가 방역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AI·FMD가 발생했다는 것을 전제로 수립된 것”이라며 “지금과 같이 규제 일변도로 수립한 대책 방안으로는 AI·FMD 발생 차단에 성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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