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브라질의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은 자국 주재 미·중, 유럽 각국 대사들을 관저인 플라나우투궁으로 초대해 소고기 스테이크를 대접했다.

연방경찰이 최근 육가공품 제조공장을 급습해서 시중에 썩은 고기를 판매해온 업체들을 적발하면서, 이를 구매하는 큰손들인 미국과 중국 그리고 유럽이 브라질산 고기 수입을 중지시킬까봐서였다. 이 나라들은 연간 약 13조4000억원어치의 고기를 사들인다.

‘썩은 고기’라고 이름 붙여진 대규모 급습작전은 2년여 간의 수사 끝에 이뤄진 것으로 이번 썩은 고기 유통파문에는 국내에도 닭고기를 수출하는 브라질 대형 유통업체인 BRF가 포함돼 있어, 전체 수입물량의 40%를 차지하는 브라질산 닭고기의 국내 유통이 잠정 중단됐다.

 

중요한 건 위생·안전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세계 최대 소고기 수출회사 JBS, 닭고기 수출회사 BRF를 비롯한 30여개 대형 육가공업체가 썩은 고기의 냄새를 없애기 위해 금지된 화학물질을 사용하고, 유통기한을 위조하는 등의 수법으로 위생규정을 어겼다는 것이다. 위생검사관을 매수하고, 해당 공무원에게 뇌물을 줬다.

이 썩은 고기들은 브라질 공립학교에 공급되거나, 살모넬라균에 감염된 고기 일부는 유럽에 수출됐다. 또 유통된 썩은 고기 상당량은 외국으로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닭고기 수입량은 4560건 10만7399톤이며, 이중 브라질산은 3817건 8만8995톤으로 전체 수입량의 40%를 차지했다. 농축산부는 국내에 수입한 닭고기 중 썩은 닭고기가 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현물 검사 비율을 현재 1%에서 15%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각종 언론과 TV매체들은 잇따라 수입 중단과 관련 국내 닭고기 값 상승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가격 상승이 아니다. 국민의 위생과 안전을 위협하는 외국산 축산물의 국내 유입이다.

김현권 국회의원은 22일 수입 이유식과 조제분유에서 발암물질이 반복 검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수입된 외국산 조제분유와 이유식 부적합 판정자료에 따르면 이유식은 2095건 중 0.86%에 해당하는 18건이, 조제분유는 678건 중 2건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저질 외국산 주의보

 

식약처의 2011~2015년 수입 식품, 축산물, 수산물 전체의 부적합률은 0.23%다. 이를 고려할 때 수입 이유식과 분유의 부적합률은 1.3~3.7배의 높은 비율이다. 부적합 사유는 발암물질인 아플라톡신, 오클라톡신, 대장균 검출 등이다.

오클라톡신은 곰팡이로부터 분비된 독소로, 신경·순환·호흡기질환 유발과 암 발병의 원인이 되는 물질이고, 아플라톡신은 매우 강한 독성을 지닌 발암물질로 간암을 일으킨다. 여기에 최근 정식 통관이 아니어서 정부가 실시하는 안전성 검사를 거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한 해외직구 형태의 수입이 증가하면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실정이다.

FMD·AI 등 각종 악성 질병이 잇따라 발생하고 악취문제로 축산업을 오염산업으로 폄훼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지면서 양질의 단백질을 공급하는 축산업은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홀대를 받고 있다. 심지어 국내 축산업을 포기하고 ‘외국산 축산물을 수입해 먹자’는 주장도 강해지고 있다. 그에 따라 「푸드 마일(food mile)」도 점점 길어진다.

푸드 마일이란 농산물 식재료가 생산지에서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이동거리를 말한다. 이 푸드 마일이 길어지면 식품의 안전성은 그와 반비례해 감소된다. 장거리 이동 시 식품이 변질되지 않도록 살균제·살충제·보존제·첨가제 양을 증가시켜 방부처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방부제는 몸속으로 들어가면 소화분해를 방해해 영양공급을 막을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몸에 쌓여 세포를 공격해 항산화 능력을 떨어뜨린다. 때문에 소비자의 건강 위협도가 증가하는 반면 소비자가 얻을 수 있는 식재료에 관한 정보는 줄어든다.

 

자본주의 속성 포함

 

국립환경과학원이 2012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 1인당 푸드마일리지(식품의 이동거리에 수송량을 곱한 것)는 2001년 5172t·km에서 2010년 7085t·km로 37%가량 증가했다. 이는 프랑스(739t·km)보다 10배 수준이며, 같은 기간 감소한 일본과도 대조적인 수치이다.

현대 식품시스템은 우리가 자라면서 들어 왔던 식품 이야기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단순히 먹고 마시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갈수록 풍요롭고 안전하고 영양가가 높아지고 또 개선되는 듯 하지만 거기에는 이윤을 최고의 미덕으로 삼는 식품회사의 부도덕성과 자본주의의 속성이 포함되어 있다.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브라질의 썩은 고기 파동이 그렇다.

오늘날의 식품은 어디든 비용이 제일 낮은 곳에서 생산하고, 어디든 수요가 가장 많은 곳으로 선적된다. 따라서 전 세계적으로 연결된 식품 시스템은 변종된 AI와 대장균과 살모넬라균 같은 식중독균이 침투할 완벽한 기회도 제공했다.

외국산 농축산물에 둘러쌓인 현실에서 아직도 외국산 농축산물의 찬가를 부르겠는가? 아니면 우리 것을 보존하겠는가? 답은 확실해 보인다.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