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고령화 문제로 골머리를 앓기 시작한지 이미 몇 년이 흘렀다. 농업·농촌은 고령화를 지나 초고령화 단계에 진입하는 심각한 수준이다. 전체 농업인구의 절반 이상이 60대가 넘어선 가운데 농촌에서는 50세를 웃도는 연령층도 ‘청년층’으로 불리울 정도다.

축산업이 산업화와 기계화가 어느 정도 자리 잡았다 하더라도 일할 수 있는 젊은 층이 절실히 필요하다. 생산 농가뿐만 아니라 수의, 축산관련 직군에서도 젊은 피 수혈은 필수다.

최근 현장을 돌다보면 여기저기서 앓는 소리가 난다. 특히 산업동물 수의 인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40대 중반을 달리는 한 수의사는, 최근 5년 동안 수의대 출신으로 현장 실습을 한 후 소·돼지·닭 등 산업동물을 전공으로 하는 수의사는 손에 꼽을 정도라면서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자신의 모교에서 조차 1년에 배출되는 인원이 1~2명 남짓 될까 싶다는 그는 앞으로 10년 이내에 산업동물 수의사의 씨가 마를 것이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수의대학에 재직 중인 교수 중에 산업동물 전공의가 세손가락에 꼽기도 어려울 정도기 때문에 후학 양성은 어불성설이라는 것.

수의학과의 지망생들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동물 수의사는 증가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실제로 한 입시 전문 학원에서 2012~2016학년도 수의대 입시 결과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강원대, 건국대, 경북대, 경상대, 서울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 충북대 등 전국 10개교 수의대의 평균 경쟁률은 2012학년도 5.21대 1(정시 기준)에서 2016학년도에는 9.14대 1로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이는 반려동물 시장이 커지면서 이에 따른 관련 산업으로 수의 분야의 진학률이 높아지게 된 것이다.

때문에 매년 500여명의 수의사가 배출되고 있지만 산업동물 전공을 희망하는 사람은 1~2%에 불과하다.

이들 마저도 열악한 환경과 낮은 처우 등으로 현장을 벗어나기가 일쑤다. 현장에서는 늘 인력난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 계속해서 이 상황이 반복된다면 산업 전체를 잃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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