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농업생산액 1위 품목 ‘돼지’

 
     

얼마 전 농촌경제연구원(KREI)은 2016년 농업총생산액 가운데 돼지고기가 쌀을 제치고 단일품목 중 1위로 부상했다고 발표했다. 실제 돼지 생산액은 6조 7,702억 원으로 추정되는 반면, 쌀은 지난해보다 16% 이상 크게 떨어지면서 6조 4,572억 원에 머물렀다.

농업총생산액이란 농민이 1년 동안 생산한 생산물의 합계액에서 그 생산물에 포함된 종자, 사료 등의 중간생산물의 금액을 뺀 것을 말한다. 주식인 쌀이 농업생산액 1위에서 밀려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더 주목할 점은 쌀 농가수가 양돈 농가수보다 174배 많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 국민의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육류소비가 증가한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돼지고기 소비량은 지난해 1인당 연간 23.3kg으로 5년 사이 22%나 늘어났다. 고령화와 1인가구의 증가로 인해 농업생산액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각각의 격차는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돌이켜보면 그간 양돈산업은 사료자원 부족과 열악한 환경, 악성 질병 발생 등 어려운 여건이 지속됐다. 그러나 생산 측면에서 보면 얘기가 다르다. 한 나라의 식량소비량 중 국내에서 생산·조달되는 비율을 의미하는 자급률로 보면, 돼지고기 자급률은 75%에 이르고 있다. 즉, 당당히 우리 국민의 단백질공급원로서 자리매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양돈이 농업생산액 1위에 기뻐해야 할 시점은 절대 아니다. 지난해 대한한돈협회의 생산성 분석 결과에 따르면 어미돼지 1마리당 연간 이유마릿수를 의미하는 ‘PSY’는 평균 20.7마리였다. 또한, 어미돼지 1마리당 연간 비육돈 출하마릿수를 의미하는 ‘MSY’는 18마리로 나타났다. 이는 세계 최고 돼지생산수준을 자랑하는 덴마크에 비해 10마리 정도 차이나는 수치이며, 미국의 MSY와 비교해도 5마리 정도 적은 수준이다.

여기에 FTA 발효에 따른 수입 돼지고기의 관세는 칠레의 경우 이미 ‘제로’상태이며, 유럽과 미국도 갈수록 관세가 낮아지고 있음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미국 또한, 올해 1월부터 자국 최우선주의를 부르짖으며 세계무역으로부터 보호무역을 강력히 추진하려는 트럼프 시대가 열렸다. 이러한 시기에 한국 양돈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조선왕조실록에 언급되었던 바와 같이 ‘제각기 살길을 도모한다’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을 고려해 봐야할 즈음에 이르렀다.

즉, 돼지고기 생산단계에서 유통·소비까지 각 분야에서 효율적인 경영과 위생에 부합토록 노력하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과 재정비가 필요하다. 아울러, 국내 양돈 여건에 맞춰 경영비를 낮추고 생산성을 높이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요즘 우리나라 돼지고기 생산 기반인 양돈장은 초보 단계이기는 하지만, 정보통신기술(ICT)이 접목된 원격자동관리 시스템 확산과 6차산업화로 특화하고 있다. 또한,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등 혁신적인 기술 중심의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인구 구조변화와 삶의 질에 대한 가치추구, 과학기술의 융·복합 등 시대의 변화는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 내고 기존의 산업을 탈바꿈시킬 것이다.

국내 농업총생산액 가운데 단일품목으로는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양돈산업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다. 수요 증가와 품목에 대한 중요성, 나아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볼 때 지금이야말로 무게감 있게 양돈산업을 재조명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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