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민 수 애그스카우터 대표 <농경연 해외곡물시장 동향 편집자문위원>

 

지난 3월 9일 미국 농무부의 세계 곡물 수급 전망 발표를 전후하여 곡물 가격은 급격히 하락했으며, 시장의 대내외 여건이 곡물 가격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옥수수 및 대두는 올해 1월 초반의 저점 수준까지 하락했고 소맥은 3월 들어 가장 낮은 가격을 형성했다.

수급적인 면에서의 곡물 시장 변화가 곡물 가격 하락의 주된 원인이 됐다. 미국 농무부의 세계 곡물 수급 전망 자료를 살펴보면 옥수수의 경우 브라질을 비롯한 아르헨티나의 생산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에서는 에탄올용 옥수수 소비 증가에도 불구하고 사료용 소비 감소로 상쇄되어 기말 재고는 전월과 동일한 수준에 머물 것으로 평가했다.

대두의 경우 지난 시즌 대비 아르헨티나의 생산 부진에도 불구하고 브라질의 생산량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세계 대두 공급량은 큰 폭으로 늘었다. 미국에서는 착유용 대두의 소비 증가에도 불구하고 수출 감소로 상쇄되어 기말 재고는 전월과 동일한 수준에 머물 것으로 평가했다. 소맥의 경우 시장 예상대로 미국 내 기말 재고는 감소했으나, 아르헨티나 및 호주의 생산량 증가로 인해 세계 소맥 공급량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대외적으로도 여러 가지 요인들이 곡물 가격의 하락을 부추겼다. 원유 산유국들의 순조로운 감산 이행으로 오름세를 나타냈던 국제 유가가 미국의 원유 생산량 증가 소식으로 하락했다.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셰일 오일 생산 증가 전망 또한 국제 유가 하락에 영향을 줬다.

반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확대로 달러화 가치는 상승하는 등 대외 시장의 영향으로 인해 곡물 가격은 낙폭을 키웠다. 3월 15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 여부가 결정된다. 시장의 관심은 여기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번 회의 결과에 따라 곡물 가격 역시 상당한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반적으로 곡물 가격은 큰 폭으로 하락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으나 잠재적인 상승 요인으로 인해 상당 부분 제한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브라질을 중심으로 한 남미 국가들의 곡물 생산 증가에도 불구하고 잦은 파업과 열악한 운송 시스템 등으로 공급 지연이 우려된다. 북반구를 중심으로 한 겨울밀의 생산 시즌이 다가오면서 기후 변화에 따른 위험으로 작황 부진 역시 우려된다.

특히 미국의 경우 대평원 일대의 건조한 날씨 탓에 토양 수분 부족이 겨울밀의 생육에 지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최근 겨울밀 주산지인 캔자스 주를 비롯한 오클라호마, 텍사스 주에서는 고온 건조한 기후로 대형 화재가 발생해 농작물에 큰 피해를 입혔다. 곡물 가격의 급격한 하락에 따른 저가 매수 움직임으로 곡물에 대한 해외 수요가 크게 증가한 점 또한 곡물 가격의 하락을 제한하고 있다.

그밖에 미국에서는 곡물의 파종 시기가 임박함에 따라 곡종별 파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옥수수 및 소맥의 경우 지난 시즌 대비 파종면적이 줄어듦에 반해 대두의 파종면적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농가의 파종 의향을 고려하여 미국 농무부는 3월 31일 주요 곡물의 파종 예상 면적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에 앞서 시장 분석가들은 다양한 예측치를 내놓음에 따라 곡물 가격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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