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이 ‘만능 키’?…실패하고 왜 또” 반발

 

AI 여파에 따른 가금산물 가격안정을 위해 정부가 또다시 ‘항공운송비 지원’과 ‘할당관세’ 카드를 빼들었다.

정부는 미국 AI 발생에 따른 미국산 수입중단 조치가 국내 가금산물 가격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지난 10일 신선란에 대한 항공운송비 재지원 방침을 밝힌데 이어, 지난 13일에는 외국산 닭고기에 대해 4월초부터 할당관세를 적용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BBQ 등 일부 프랜차이즈업체가 AI 발생에 편승해 치킨가격을 인상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닭고기 가격안정에 강력 대응키로 했다는게 정부 측의 부연이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수입지원 방침에 업계의 부정적인 시각이 크다.

업계관계자들은 계란과 닭고기 무관세 수입조치가 국내 물가잡기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고 수입업자의 배만 불려줄 것이며, 외국산에 시장을 내주는 등 향후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 정부 지원방안은

정부는 지난 10일과 13일 각각 계란과 닭고기에 대한 가격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먼저 계란의 경우 가격상승에 대비해 신선란에 대한 항공운송비 재지원을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현재 신선란 수입가능국인 호주와 뉴질랜드, 캐나다로부터 계란수입을 추진하고, 오는 24일자로 수입금지가 해제되는 덴마크 등의 국가에 대한 계란수입 가능성을 사전에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안정적 계란 수급을 위한 수입국 다변화를 위해 태국과 필리핀산 계란에 대한 수입위험안정분석 절차를 조기에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정부는 제과·제빵업체에 수입계란 가공품 사용 확대를 유도키로 했다.

닭고기의 경우 외국산 닭고기에 적용되는 18~22.6%의 관세를 4월초부터 한시적으로 0%로 적용할 수 있도록 관련부처와 협의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오는 21일부터 정부의 닭고기 비축분 2000톤을 실수요자에게 시중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긴급방출하고, 민간비축 물량 1만500톤도 육계협회와 협의해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시장에 공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닭고기 가격이 계속 상승할 경우에 대비해, aT가 긴급 수입한 후 시장에 저가로 공급하는 방안도 사전에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 수입중단…국내 영향 미미

업계관계자들은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가금산물 수입지원 방침에 일단 부정적인 입장이다.

미국 AI 발생에 따른 미국산 신선란과 닭고기 수입중단이 국내 수급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것.

또한 소비자가격이 전년이나 평년보다 높지 않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 수입의 효용성에 대한 의문까지 제기되고 있다.

실제 미국산 계란은 지난 1~2월 국내 생산량 18억개의 0.9% 수준인 1700만개가 수입되는 등 국내 공급비중이 낮은 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미국 AI에 따른 계란 수입금지 조치 후 계란 값이 반등했다는 언론의 보도와 달리, 지난 8일 계란 산지가격은 오히려 0.1% 하락했고 소비자가격 역시 전일과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산 닭고기도 지난해 국내 생산량 60만톤의 1.6%에 불과한 9720톤이 수입되는 등 국내 수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실정이다.

닭고기 소매가격 역시 지난 1~9일 기준 kg당 5465원으로 전년대비 0.5%, 평년대비 6.4% 높은 수준에 불과하다.

때문에 관계부처인 기획재정부 역시 닭고기 소매가격이 예년보다 높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져 추이가 주목된다.

 

 

# 닭고기 수입…최대 수혜자는 납품업자

정부는 할당관세가 적용되면 브라질산 닭고기의 수입가격이 낮아져 민간수입업체를 통한 닭고기 수입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때문에 닭고기 수입단가는 지난해 kg당 1750원보다 20% 가까이 저렴한 kg당 1450원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닭고기 수입이 국내 닭고기 가격안정으로 이어질 개연성은 거의 없다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수입닭고기의 경우 부분육 등 별도의 시장이 존재하기 때문.

한 업계관계자는 “수입닭고기 사용처는 닭날개나 닭봉 등을 사용하는 패밀리레스토랑이 주를 이룬다”며 “정부가 타겟으로 잡은 치킨프랜차이즈업체는 국산 닭고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수입과의 연관성이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때문에 외국산 닭고기에 할당관세를 적용할 경우 최대의 수혜자는 수입육을 원료로 사용하거나 납품하는 업자”라며 “본 취지인 닭고기 가격안정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못박았다.

다른 업계관계자 역시 “이같은 정부의 닭고기 할당관세가 수입업자의 배만 불려줄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입업자가 이번 할당관세를 통해 낮은 가격에 닭고기를 들여와 비축해놓았다가 가격이 오르면 물량을 풀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국내 냉동닭고기 가격까지 덩달아 요동칠 공산이 크다”고 우려했다.

 

# 미국산 계란수입…업계 혼란만

지난 1월 미국산 계란 수입 결과도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계란 수입이 가격안정이라는 본 취지와는 달리 유통기한, 원산지 표시 등의 논란만 일으킴으로써 오히려 업계에 혼란만 가져왔다는 것이다.

특히 계란 수입이 국내 물가안정에 기여한 효과가 거의 없었다는게 업계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지난 1월 미국산 계란수입이 계란가격 안정에 기여했다는 주장은 정부의 주장일뿐 실상은 다르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1월 미국산 계란이 시중에 풀림과 동시에 계란가격이 떨어진 것은 맞지만, 이는 계란수입이 아닌 다른 요인들이 작용해 가격이 내린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계란가격 주기를 그 근거로 내세웠다.

계란은 수요가 많은 설이나 추석 등의 명절 이후 가격이 떨어지는 속성을 지니고 있는 것. 또한 설 이후부터 3월 개학 전까지는 계절적 비수기로 올해 뿐 아니라 매년 낮은 가격이 형성돼왔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AI 장기화에 따른 계란 소비감소와 함께 대형업체에서 계란 구매량을 줄인 것이 계란가격 하락의 가장 큰 요인이었다”고 주장했다.

가격이 높다보니 이윤이 적어 대형업체 MD들이 구매량을 줄였고, 구매량이 줄자 불안감을 느낀 유통업자들이 한꺼번에 물량을 쏟아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지난 1월 정부의 주도하에 수입된 미국산 하얀계란은 유통기한 등의 문제로 덤핑 판매되는 등 큰 골칫거리로 전락했었다”며 “정부가 실패한 정책을 왜 되풀이 하려는지 모르겠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 수입지속시 산업붕괴 우려도

때문에 ‘항공운송비 지원’이나 ‘할당관세’ 같은 가금산물 수입지원이 지속될 경우 국내 가금산업 기반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가금산업이 정상궤도에 올랐을 때 자급률 하락과 함께 외국산 계란과 닭고기로 대체된 국내시장을 다시 찾아오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 양계업계 종사자는 “가만히 두면 2~3개월 안에 잡힐 가격이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으로 부정적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물가를 잡으려다 산업을 잡게 생겼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내 가금산물 시장을 외국기업에게 내준 꼴”이라며 “향후 관세인하 등 국내 시장에 대한 개방요구가 거세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업계관계자 역시 이에 동조했다.

한 축산전문가는 “이번 수입지원 조치에 따라 외국업체에서 ‘한국’이라는 새로운 시장에 눈을 뜨게 됐을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덴마크 데니쉬크라운이나 칠레 아그로슈퍼처럼 한국 맞춤형 제품을 앞세워 국내 틈새시장을 공략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수입소고기와 돼지고기도 도입초기에는 반응이 냉소적이었지만 현재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은 많이 달라졌다”며 “가금산물도 소고기나 돼지고기와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때문에 정부의 수입지원 정책이 본 목적인 가격잡기를 달성할 수 있을지, 아니면 국내 양계산업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