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민 수 애그스카우터 대표 <농경연 해외곡물시장 동향 편집자문위원>

 

대내외 시장 여건은 계속해서 곡물 가격을 위로 떠받들고 있으나 최근 곡물 시장 상황은 다소 위축되어 상승세가 꺾이는 모습을 보였다. 곡물 가격 변동성을 유발할 만한 특별한 이슈가 없는 가운데 선물 시장에서는 최근 가격 상승에 따른 심리적 부담감과 차익실현을 위한 매도세가 증가했다.

주요 곡물의 생산 시즌에 있는 남미 국가들 특히 브라질, 아르헨티나의 최근 생산 상황은 양호한 수준을 보임에 따라 곡물 가격 하락을 이끌었다. 한편 미국은 남미와 동유럽권 국가들과의 곡물 수출 경쟁에서 갈수록 밀리고 있다. 특히 미국산 소맥에 대한 해외 수요 급감으로 인해 소맥 가격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국제 팜유 및 유지작물 가격은 생산 부족과 수요 증가로 인해 한동안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으나 향후 생산 증가 전망과 중국의 수요 둔화 등으로 인해 급격히 하락하였다. 그 영향으로 미국 시장에서 거래되는 대두유 선물 가격은 연중 최저점을 경신하였다. 대두 및 대두박 가격 역시 주요 수입국인 아시아 국가들의 수요 감소 탓에 상승세가 꺾이면서 하락 추세로 전환됐다.

세간의 관심을 받았던 아르헨티나의 기상 악화에 따른 대두 생산량 감소 문제가 기상 호조로 개선되면서 더 큰 피해로 이어지지 않았으며 피해에 따른 손실이 상당 부분 가격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남미의 곡물 수확 이후 저장 및 운송에 관한 문제가 화두로 떠올라 곡물 가격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브라질의 경우 주요 산지에서 수출항에 이르기까지의 곡물 운송 시스템이 열악하고 트럭 운송에 치중됨에 따라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트럭 운전수들의 시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북서부 기상 악화로 곡물의 선적이 지연되는 문제가 발생하여 아시아 국가들의 곡물 수급에 차질을 빚었다. 미국산 옥수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일본의 경우 옥수수 재고 급감으로 정부 비축 비상 재고를 끌어와야 할 상황에 처했다.

주요 수입국들의 수입선 다변화 움직임으로 인해 미국 중심의 곡물 공급 시장이 상당 부분 축소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미 중국과 멕시코는 미국과의 정치적 갈등 및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보복 조치로 미국산 농산물의 수입을 배제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멕시코는 미국산 옥수수 최대 수입국이나 미국의 국경세 부과 방침에 대응하여 남미로부터의 옥수수 수입을 위해 관련 국가들과의 긴밀한 협의를 추진 중이다.

2월 이후 국제 곡물 시장은 새로운 요인들로 인해 시장의 흐름이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미국의 17/18 시즌 곡물 파종 예상 면적에 대해 시장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시장에서는 지난 시즌 대비 미국 내 옥수수 및 소맥 파종 면적은 감소함에 반해 대두 파종 면적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수년간 옥수수 가격 하락에 따른 채산성 악화로 미국 농가들이 대두 파종을 더 늘릴 것으로 파악했기 때문이다. 매년 연 초에 미국 농무부는 ‘농업 전망 포럼’을 개최한다. 올해는 2월 23일부터 24일까지 양일간에 걸쳐 진행됐다. 이번 포럼에서 주요 곡물 및 유지작물 전망에 대한 미국 농무부의 입장이 곡물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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