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는 최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피해로 실의에 빠진 농업인 피해복구 자금 지원을 위해 ‘농림수산업자 신용보증기금(이하 농신보)’이 적극 나선다고 7일 밝혔다.

농신보는 AI 피해를 입은 가금류 농가의 입식 지원을 위해 특례보증을 지원하기로 했으며, 지원 대상은 행정기관에서 정책자금을 배정 받은 농업인, 농수산단체(법인 포함)다.

우선 피해복구비 지원을 위한 ‘농어업재해대책자금 신용보증’을 피해금액 범위 내에서 최대 3억원까지 100% 전액 보증지원하고 신용조사를 간소화하되, 동일인에 대한 보증한도 개인 10억원, 법인 15억원과는 별도로 추가 지원한다는 것이다.

 

농협 ‘원 스톱’ 지원

 

또한 사료비 경감을 위해 별도 특례 보증으로 운용하고 있는 ‘농어가특별 사료구매자금 신용보증’의 책임분담비율을 현행 85%에서 95%로 변경해, 한시적으로 상향하며 피해 축산농가가 입식 후 사료비 등을 더욱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와 관련 농협중앙회 농신보를 담당하는 이종수 상무는 “AI 피해지역을 관할하고 있는 농신보 보증센터에서 최초 상담부터 보증서 발급까지 전담하는 창구를 개설해 적기에 피해농가에 대한 최우선 보증지원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농협중앙회는 AI 발생 직후 중앙회 지하 3층에 AI비상대책위원회를 마련했다. 기존 농협경제지주 내 축산경제가 주축이 되어온 것과 달리, 김병원 중앙회장의 ‘강력한 방역체계 구축’ 지시에 따라 허식 전무를 본부장으로 해 금융은 물론 중앙회 전체 조직이 함께 참여한 명실상부 ‘범농협 비상대책위원회’가 운영되고 있다. 때문에 전국에 걸쳐 산재해 있는 축산관련 사업장, 전국지역본부, 시군지부, 일선 농·축협이 참여하고 금융지주까지 포함됨으로써 ‘맞춤형 지원’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농협의 이 같은 움직임과 달리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산하 해당기관과 지자체 그리고 생산자단체에 보낸 ‘2017년 농가 사료직거래활성화자금 지원 계획’에는 FMD와 AI 발생농가는 사업지원 제외대상으로 명시됐다.

이는 AI 발생원인이 뚜렷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됐다는 이유만으로 보상금 삭감 처분을 받게 될 농가가 또 다시 이중으로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사실이다.

 

이중으로 불이익

 

2월 6일 현재 농축산부의 AI 방역 일일보고에 따르면 발생농가수는 340호로 전체 살처분·매몰이 완료된 810농가의 41.5%에 해당된다. 농축산부의 이번 조치가 적용되면 살처분·매몰농가의 절반에 해당되는 농가가 사료구매자금 지원에서 배제된다는 의미다.

이동제한에 따른 손실을 보전해 주는 정부의 소득안정자금 지원과 관련에서도, 지방자치단체들이 임의적인 조치로 방역대를 그어놓은 결과, 그에 따라 가축입식을 하지 못한 농가들은 정부의 이동제한지역 외의 농가로 분류돼 소득안정자금 지원이 현실적으로 어렵게 돼 가금농가들은 이미 충분히 혼란스럽다.

정부는 AI 발생의 원인이 철새라고 밝혔다. 그리고 재앙 같은 확산의 원인은 가금농가들의 ‘부도덕’에서만 찾을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방역당국의 늑장 대응으로 인한 손실까지 농가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당국의 부도덕이다.

질병이 초기에 진압되지 않고 확산되는 이유는 초동방역의 실패에서 비롯된다. 초동방역에 성공하려면 준비된 매뉴얼이 완벽하게 작동돼야 한다. 그것이 가능하려면 먼저 자금과 인력동원 그리고 매몰지가 확보되어 있어야 한다.

농축산부의 한 관계자 “13년 동안 우리는 7차례의 AI를 겪었다. 관련법과 SOP(긴급행동지침)는 완벽하게 개선됐다”면서 “이번에는 분명하게 농가 소홀로 인해 인근 농장까지 피해를 주는 경우 손해를 본다는 원칙이 성립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말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정부가 갖춰놓은 완벽한 시나리오가 현장에서 어긋났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이번 AI재앙의 원인은 전적으로 농가의 책임이란 것이다. 그러니 발생농가 너희들은 그만큼의 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일까?

 

책임 회피 되풀이

 

7차례나 겪으면서 완벽했다면 5번째 아니 좀 더 이해해서 6차례 땐 왜 근절되지 않았을까? 왜 이번 7번째는 대형으로 발생됐을까?

많은 수의전문가들은 농축산부의 이런 인식과 관련 “사상 최악의 피해를 불러온 이번 AI사태의 원인은 정부의 늑장대응이 분명하지만 정부는 처음이나 7차례의 AI를 겪는 동안 항상 똑같이 책임 회피에 급급하다”고 꼬집었다.

대부분 현장의 농가들은 자신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철저하게 소독하고 노력한다. 왜냐하면 말 그대로 7차례를 겪는 동안 AI가 발생하면 그동안 축적해놓은 전 재산을 잃게 된다는 사실을 몸으로 익혀서 잘 알고 있다. 그런 그들을 방역에 무심한, 돈만 아는 이기적 농가로 모는 것은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GP를 중심으로 한 계란 유통구조 개선이나, 철새들의 도래지와 인접한 지리적 구조를 갖고 있는 서쪽 지역의 ‘벨트’를 이전시키는 방안 등이 검토되지 않고 무조건 농가가 소독과 방역을 잘못했다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말 그대로 ‘억지’다.

방역체계가 효율적으로 작동되려면 처벌 위주의 대책이 아니라 신고지연에 중점을 둬야 한다. 처벌이 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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