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AI가 다소 진정되는 모양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매일 10~14건에 달했던 의심신고 역시 지난달 28일 이후 일일 1~3건으로 진정추세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AI가 소강국면에 접어든게 아니냐는 주장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다음 주로 다가온 설명절에 민족 대이동이 시작되면 다시 AI 바이러스가 활개를 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잠시 주춤한 상태지만 2월 들어서며 ‘세컨 피크’를 맞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는 등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때문에 일각에선 AI 백신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AI 백신도입에 대한 전문가들의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정부는 백신보다는 살처분 정책을 고수한다는 입장인 반면, 가금단체들은 백신정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해 양측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 살처분이 옳다

먼저 정부는 살처분 정책을 고수한다는 방침이다.

백신보다는 살처분 정책의 장점이 더 높다는 것.

정부 관계자는 “AI는 백신을 접종하더라도 증상을 낮출 뿐 100% 치료는 불가능하다”며 “이 경우 증상이 잘 안 나오기 때문에 AI 발생개체를 발견하기 어려워진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이어 “FMD는 바이러스 유형이 7개에 불과하지만 AI는 이론상 144개에 달한다”며 “바이러스 유형에 맞는 맞춤형 백신 공급도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범용백신을 공급할 경우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어 백신정책의 성패가 불투명하다”며 “백신접종은 바이러스가 너무 많이 확산돼 살처분만으론 박멸하기 어려운 중국이나 베트남 같은 나라에 사용하는 것이 맞고, 우리나라는 신속한 살처분 정책이 옳다”고 역설했다.

AI 백신이 오히려 상재화를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검역본부 관계자는 “백신을 접종할 경우 증상은 없지만 바이러스는 계속 배출되는 무증상 감염을 통해 순환감염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이 경우 FMD와 마찬가지로 백신 미접종 개체에서만 AI가 발생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인체감염 우려도 백신 정책을 지양해야 하는 이유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이집트 등에서 AI 백신을 사용하고 있는데, 공통적으로 백신접종을 하는 국가에서 인체감염 사례가 있다는 것.

한 질병 전문가는 “2011년 유행했던 신종플루(H1N1) 역시 돼지에서 발생한 호흡기질환의 원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인간에서 질병을 발생시킨 것”이라며 “특히 AI 바이러스인 RNA 바이러스는 변이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다른 동물과 접촉시 어떻게 변이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또한 SOP와 신고, 살처분 원칙도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백신을 도입하면 오히려 농가들의 혼란이 가중될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도 거론되고 있다.

 

# 백신 검토해야 한다

반면, 양계협회와 가금수의사회는 백신정책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AI가 주춤하고 있지만 언제 다시 불씨가 살아날지 모른다는 것. 또한 AI 바이러스의 온상인 중국에서 매년 겨울마다 철새가 들어오는 상황이기 때문에 사전에 대비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때문에 양계협회와 가금수의사회는 백신 정책에 원칙적으로 동의하진 않지만, 살처분과 이동제한만으론 한계가 있는 만큼 백신정책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가금수의사회 관계자는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닭·오리의 20%가 감염됐을 경우 직간접적 피해는 약 9800억원, 30%가 감염됐을 경우 피해액은 1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며 “매년 되풀이되는 AI에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관계자는 이어 “최근 발생한 AI는 과거와 달리 동시다발적이고 확산속도가 빨라 살처분만으론 한계가 있어 백신정책도 고려해야 한다”며 “살처분 정책을 펴고 있는 미국도 비상상황에 대비해 AI 백신을 확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HA유전형만 일치해도 교차방어가 설립되기 때문에 바이러스 유형이 144개에 달해 백신이 어렵다는 주장은 성립되지 않는다”며 “백신정책으로 가자는게 아니라 비상사태에 대비해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AI 백신에 대해 선제적으로 효능평가를 실시해달라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만약 백신을 도입한다 치더라도 살처분 정책과 병행해 품종과 지역에 맞는 제한적 백신이 맞다”며 “오리와 육계는 종전처럼 살처분을, 국내 가금산물 수급에 영향을 미치는 산란계와 종계는 링백신을, 국내 가금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원종계나 희귀가축은 상시백신이 옳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인체감염 우려에 백신을 기피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나친 억측이라는 주장도 대두되고 있다.

한 가금수의사는 “인체감염 사례가 있는 국가는 국내와 사육환경이 다를 뿐 아니라 일부 지방에서는 닭피를 받아 샐러드 소스로 뿌려먹는 등 국내와 비교할 대상이 못 된다”며 “소문만 무성한 인체감염 때문에 백신 정책을 검토조차 안 하는건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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