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차례의 집회, 70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대한민국의 주권은 부정하고 부도덕한 소수의 것이 아니라, 이 땅 위에서 정직하게 사는 우리들의 것”이라는 선언의 촛불을 들었다. 그리고 12월 9일 마침내 국민의 손으로 대한민국 역사상 첫 ‘대통령 탄핵’을 이끌었다. 12년 전 국민의 ‘탄핵 거부’를 무시하고 국회에서 통과시킨 ‘탄핵 주역’이 그 대상이 됐다.

거짓 해명과 술수, 진보와 보수 진영의 갈등 조장 등 눈물겨운(?) 저들의 안간힘도, 도도하고 거센 주권 주장의 촛불 앞에서는 백해무익했다. 진보고 보수고 진영과 관계없이 광화문에서 흐느꼈고, 여의도에서 감격의 울음을 울었고 기쁨의 소리를 질렀다.

 

우리 스스로의 감격

 

70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참여한 촛불집회에서 한 건의 불상사도 일어나지 않았던 사실에 현장의 우리들은 스스로 감격했다. 해외 언론들은 찬사를 보냈다. 일본 침탈에 비폭력으로 맞선 1919년 3·1운동은, 인도의 간디에게 영향을 줌으로써 ‘비폭력 저항’의 계기를 마련했던 것처럼 앞으로의 저항운동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식자층이나 언론들은 이후의 일들을 걱정한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우려다. 정치인들은 향후의 이익을 따진다. 하지만 도대체 걱정할 일이란 뭔가? 그러한 말 자체가 ‘자신들이 국민 위에 있다’는 자만이나 편견의 표현일 뿐이다. 그러한 사실을 ‘촛불 집회’에서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 바라기’로 일관했던 정부 각 부처의 장들은 자신들이 받아 적었던 훈시가 대통령의 것이 아니었다는 의심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알고 나서도 자괴감조차 갖지 못한다. 말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국민을 위해 일 하겠다’고 했던 그들이 아직도 버티고 있는 사실에 오히려 국민들이 자괴감을 갖는다. 그러한 그들이니 누구를 위한 정책을 수립했을 것이며 집행을 했을지 이제 우리는 안다.

‘위대한 국민의 승리’로 기억될 12월 9일 바로 전날인 8일 농협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농축산부 소관 법률안 12건 중 하나였지만, 6개월 이상 농축산인들의 저항이 일부지만 마침내 그 뜻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승리’다.

일선축협·생산자단체·학계 등 범 축산인들이 ‘정부 개정안’의 부당성을 지적하면서 하나로 뭉쳐, 경제지주 내 축산경제대표를 축협조합장들의 직접 선출방식을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는 특히 그렇다.

 

범 축산인 한데 뭉쳐

 

또한 농협 개혁을 앞세우며 정부가 추진한 개정안은 비민주적이고,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반개혁’이었다는 점에서 각계로부터 많은 질타를 받았다. 그럼에도 충분한 설명도 없이 밀어붙이기로 일관했던 것은 ‘이류 정부’의 단면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림축산식품부는 그동안 온갖 혼란과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소요된 범 축산인들의 비용과 노력에 대한 진솔한 사죄도 없다. 오히려 ‘농협법 개정안 국회통과, 6년간의 사업구조개편 이행 완료’라는 보도자료를 내놓고 마치 자신들이 주도한 양 자화자찬이다.

일정규모 이상인 조합은 감사 2인 중 1인을 전문성을 갖춘 상임감사를 두도록 하고, 중앙회 감사위원장은 외부 전문가인 감사위원 중 선임해야 한다며 이는 농협 감사시스템의 전문성과 투명성을 강화한 것이라고 했다.

또 농축산부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 통과로 “수 년 간의 후속절차를 차질 없이 이행해 농협이 농업인을 위한 사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어 뜻 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향후 농협은 ‘농업과 농업인을 위한 농협’으로서 유럽 등 선진 협동조합 기업처럼 우리농업의 경쟁력을 갖추는 한 축으로써 발전해 나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도 했다.

그토록 반대해 온 현장의 목소리에 맞춰 마치 맞춤형 농협법을 개정했다는 투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농협이 개혁의 대상이 되어 온 것이 과연 농협 내의 부조리 때문일까? 현장의 농민들과 아픔을 같이하고, 그들 속에서 울고 웃으며 고락을 같이해 온 그 ‘협동조합의 정신’이 왜 개혁의 대상이 되었을까? 그냥 가만히 있는데 스스로 썩은 것일까?

 

농협 개혁 대상 이유

 

농협의 개혁을 주장하는 정부나 일명 ‘외부의 전문가’들의 지적은 정부 주도하의 협동조합이 태생적으로 독자성을 갖추지 못하고, 정부 관료들이 지도·감독·지원하면서 ‘하부조직’으로 인식해온 과정을 간과한 것이다.

그러니 농협이라는 거대한 조직을 단순하게 외부전문가를 영입하면 개혁될 것이라는 오류를 범하며, 함께 개혁에 동참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도 없는 것이다.

오늘날 협동조합이 개혁 대상으로 몰락한 것은 바로 전혀 전문적이지 못한 직원들이 책상머리에 앉아 사사건건 참견하는 ‘간섭’ 때문이라는 사실에는 주목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한번의 ‘승리’는 힘없는 국민과 농민을 자각하게 한다.

이 작고도 강한 일련의 사건들은 앞으로 정부의 그릇된 대국민과 농민에 대한 자세를 반드시 바꾸게 할 것으로 확신한다. 무시하고 폄하하는 생각이 두려움으로 바뀔 것이니까. 화합하고 소통한 마음은 그 누구도 무시하지 못 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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