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돈/가금

■ 한돈

 

도축량 증가에도 돼지값 상승세 보여

 

유례없는 장기간 폭염

고지방 다이어트 효과

돼지가격 상승세 견인

돈가 계절 편차 줄어

제주·연천 열병 발생

기업 자본 진출 확대

출하 절식 내년 시행

 

올해 돼지가격은 역사상 최고 많은 도축마릿수 기록에도 불구하고 연중 높은 가격대를 유지했다. 수산물 콜레라로 인한 사망사고 발생, 국제 돼지가격 상승 등이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가축질병 청정지역인 제주도에서 돼지열병이 발생해 방역당국과 한돈농가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FMD 예방 백신 독점 공급 체계에서 벗어나 수입업체 다변화를 이룩했다. 기업 자본의 양돈장 인수 확대에 농가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돼지가격 상승에 따른 농가 사육의지 향상은 사육수 증가로 이어져 도축수는 사상 최고인 1653만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돼지 도축수는 2011년 1083만 3000마리, 2013년 1613만 마리로 정점을 찍은 후 가격 안정을 위해 실시한 모돈 10% 감축 캠페인 영향으로 2014년 1568만 6000마리로 줄었다. 2015년 1590만 6000마리로 늘었고 올해 사상 최고 도축수를 기록하게 됐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20만마리 가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대한한돈협회는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도축수 증가에도 불구하고 돼지가격은 일정 수준을 유지했다. 주요 원인으로는 올 여름 사상 유례없는 장기간 폭염(무더위 스트레스)으로 인한 출하 돼지 부족, 수산물 콜레라 발생,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 효과, 국제 돼지고기 가격 상승 등의 영향이란 분석이다. 특히 중국의 돼지고기 가격 강세가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확산되는 고병원성 AI 발생으로 인한 가금산물 소비 감소는 돼지고기 소비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돼지가격의 계절별 편차도 크게 줄었다. 매년 추석 이후 10월부터 돼지가격이 급락했는데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지 않고, 돼지가격이 당초 예상 가격을 크게 웃돌았다. 이러한 현상이 3년간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계속된다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지만 계절별 가격 편차가 크게 줄어든 것은 확실하다.

양돈용 배합사료 생산량은 1월부터 9월까지 459만 6573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연말까지 양돈용 사료 생산량은 사상 최고치를 갱신할 것으로 보인다.

품목별로는 젖먹이와 번식용 수퇘지, 번식용 암퇘지 사료는 큰 폭으로 증가한 반면 육성돈 후기와 비육돈 사료 생산량은 감소했다. 높은 돼지가격 유지로 출하일령을 앞당기려고 어린 구간 사료를 길게 급여하는 경우가 발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올 여름 폭염의 영향을 크게 받아 임신돼지와 포유돼지용 사료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에 그쳤다. 번식용 암퇘지 사료 생산량이 크게 증가한 것은 후보종돈 입식이 올해 많았다는 것을 말한다. 이는 모돈수 증가로 이어진다.

제주도(6월)와 경기도 연천(9월)에서 돼지열병이 발생해 방역당국과 한돈농가들을 긴장하게 했다. 돼지열병이 제주도에서 발생한 것은 1998년 이후 18년 만이다. 다행히 추가 발생 없이 38일 만에 종식 됐으며, 제주도는 돼지열병 비 백신 청정지역을 유지하게 됐다. 또 경남 사천 등 내륙지역에서의 돼지열병 발생은 2013년 이후 3년 만이다. 근본적인 재발 대책이 없다는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FMD 예방 백신 공급 다변화가 이뤄졌다. 메리알사 독점 공급 체계가 무너졌다. 정부 효능 심사 결과에 따라 러시아의 ‘프로모스키’와 아르헨티나 ‘캠포스’ 수입이 최종 결정됐다. 지난 10월 이후 38개 시군에 겨울철 대비 일제접종 기간에 공급됐다.

기업 자본의 양돈장 인수 확대가 다시 관심을 모았다. 한돈협회를 비롯한 한돈농가들은 기업들의 양돈장 인수의 경우 전업농의 소득 기반 침해, 기존 농가의 위탁농 전락, 기업과 위탁사육 불공정 계약 우려 등을 주장한다. 한돈협회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 계열화 내용(연간 출하마릿수, 작업장, 계열 및 협력 농장 개수 등)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내년 1월 1일부터는 출하시 절식준수 집중 단속이 실시된다. 출하 전 절식을 유도해 돼지고기 품질을 높이고 도축장 폐기물 처리비용 절감을 추진한다. 현행 법에서는 출하 전 12시간으로 되어 있으나 과도한 절식이라는 의견이 대두된다. 한돈협회는 절식문제로 인해 농가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한정희 기자 penergy@chukkyung.co.kr

 

■ 가금

 

고병원성 AI 전국 강타…후폭풍 우려

 

상반기 가금산물 가격하락

사육마릿수 증가 등 원인

여름 장기 폭염 호재 작용

육계·계란 가격 반등 전환

삼계탕 대중국 수출 물꼬

H5N6형 고병원성AI 창궐

늑장대응 등 문제점 노출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병신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가금산업에서 올해만큼 빛과 그림자가 극명히 갈린 한해도 없을 것 같다.

올해 가금산업은 육계나 계란, 오리 모두 사육마릿수 증가에 따른 공급과잉과 생산성 향상으로 인한 가격폭락이 농경연의 공통된 전망이었다.

실제 육계 산지가격은 하락을 거듭해 지난 5월 초 대닭 기준 kg당 900원까지 폭락했고, 계절적 성수기임에도 불구 초복 이후 또다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급기야 양계협회와 육계협회는 8월 1일부터 환우병아리 입식 거부운동을 공동으로 진행했다.

계란도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가격 하락이 상반기까지 지속돼 어려움을 겪었다. 게다가 베트남 수출 부진으로 산란성계육 가격까지 고꾸라져 계란자조금 납부를 거부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오리 역시 수급안정을 위한 자구책으로 연초 종오리 10만1000수에 대한 감축을 진행했지만, 가격은 당초 예상보다 더 하락한 연 평균 3kg당 5000원대에서 머물렀다.

그러나 지난 여름 지속된 폭염에 따른 가축 폐사가 오리를 제외한 육계와 계란업계에 호재로 작용했다. 농협 가축재해보험에 접수된 폭염피해 분석 결과 8월 3일 기준 닭 209만455마리, 오리 5만5996마리가 폐사했다.

폭염으로 인한 폐사 및 증체율 하락 등에 기인해 육계와 계란가격은 생산비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뒤엎고 가파르게 상승했다. 육계농가는 모처럼 시세보너스를 받는 등 쾌재를 불렀다는 후문이다.

계란의 경우 폭염과 함께 와구모로 인한 생산성 하락이 가격상승을 부채질했다. 실제 양계협회가 전국 농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와구모에 의한 가금티푸스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 언론사에서 보도한 ‘살충제 계란’ 문제도 올해 계란업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다.

식약처가 계란의 안전관리 강화를 골자로 한 ‘축산물 위생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으며, 농가들의 반대에도 불구 하림과 계란유통협회가 대형마트와 SSM에 등급란을 납품할 수 있도록 합의한 사실이 알려져 비난을 받기도 했다.

닭고기자조금 예산은 우여곡절 끝에 반년이 지난 7월 4일에야 최종 승인을 받았다. 9월에는 백색육 닭고기의 우수성을 강조한 CF광고가 최초로 TV 전파를 탔다.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기준 강화를 골자로 한 ‘친환경농축산물 및 유기식품 등의 인증에 관한 세부실시 요령’ 개정안이 행정예고 됐지만 현실성이 없어 가금관련단체의 질타를 받았다.

‘전국 종계장 난계대질병 일제검사’ 결과 농가의 75%가 MS에, 47%가 MG에 감염됐다는 충격적인 결과도 드러났다. 닭고기업계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삼계탕의 중국 수출길도 열렸다.

하림, 참프레, 농협목우촌, 사조화인코리아, 교동식품 등 수출업체 5개사에서 생산된 삼계탕 20톤이 6월 말 중국으로 첫 수출됐다. 이후 수출 물량이 꾸준히 이어져 대중국 삼계탕 수출이 정상궤도에 오른 것으로 평가됐다.

이에 앞서 육계협회는 중마이그룹 임직원 8000명을 대상으로 서울 반포 한강공원에서 삼계탕 환영만찬을 실시해 호응을 얻기도 했다.

대홍콩 계란 수출도 재개됐다. 지난 4월 한국양계농협 계란 24만개가 올해 첫 홍콩수출길에 오른데 이어 5월 무지개농장이 5만개를 수출하는 등 홍콩으로의 계란 수출이 급물살을 탔다.

그러나 지난 11월 발생한 고병원성 AI가 어렵게 물꼬를 튼 삼계탕과 계란 수출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가금산업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고병원성 AI다.

지난 3월 말 경기 이천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됐지만, 확산 우려와 달리 4월 5일 경기 광주에서 마지막으로 발생한 뒤 종식됐다.

그러나 지난달 16일 전남 해남과 충북 음성에서 국내 최초로 발생한 H5N6형 고병원성 AI가 전국을 휩쓸고 있다. 특히 이번 바이러스는 오리에서도 치사율이 높고 인체감염 사례까지 있어 농가들을 패닉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또한 정부의 늑장대응으로 인한 초동방역 실패와 살처분 보상금 감액, 살처분 인력 부족, 살처분 비용 농가부담 조치에 이어 살아있는 가금류 유통금지로 산닭시장이 마비되는 등의 문제점이 노출돼 파문이 일고 있다. 김기슬 기자 kimkija@chukkyu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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