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의 모든 경제사업이 내년 농협경제지주로 이관된다. 협동조합에서 주식회사로 완전히 다른 편제로 바뀐다. 정확히 시점에서 말하자면 내년 3월 출범한다. 하지만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은 새롭게 개편된 조직으로 새해를 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인사이동도 3급까지 올해 말에 모두 끝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때문에 농협은 지금 어떤 직원을 승진시키고, 이동시켜 어떤 자리에 놓을 것이냐로 심사숙고 중이다. 김병원 중앙회장이나 김태환 축산경제대표이사 모두 이번 인사가 자신들의 뜻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첫 기회다. 김태환 축경대표는 ‘파격’을 언급했다. 연공서열보다 능력 위주를 더 따지겠다는 의미다.

 

‘혹시나’ 기대 ‘역시나’

 

하지만 매번 농협중앙회 인사는 ‘뜨뜻미지근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혹시나’ 했던 기대는 ‘역시나’로 끝났다. 인사가 모두 끝나고도 예상했던 조직 내의 ‘활력’은 그다지 없어 보였다. 이번 인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것은 체제가 완전히 바뀌기 때문이다.

외견상으로는 농협경제지주는 현재와 마찬가지로 농업경제대표와 축산경제대표가 농업과 축산을 총괄하면서, 축산은 ‘3본부 6부 1국’체제에서 ‘2본부 5부 1국’으로 축소돼 보이지만 사실상 그동안 수행해 온 모든 기능과 역할은 그대로 유지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사업’과 그에 따른 ‘성과’에 있다. 주식회사의 형태를 띠기는 했지만 일반 주식회사와는 또 다르다. 중앙회가 100%로 주주이기에 ‘주주지상주의’의 이익 추구만으로는 흘러가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득과 실’의 결과물은 자본금과 밀접하게 연결되기 때문이다.

마케팅 전략으로 유명한 마이클 포터는 「경쟁 전략」에서 “기업의 궁극적 목표는 성과의 향상”이라고 했다. 그는 경쟁 우위를 구축하고 이익을 낼 수 있는 근원적 경쟁 전략에는 3가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쟁자보다 부가가치를 높이는 ‘차별화 전략’, 경쟁자보다 싸게 만드는 ‘비용우위 전략 또는 원가 우위 전략’, 그리고 경쟁자보다 시장을 좁히는 ‘집중화 전략’이 그것이다. 차별화 전략과 비교우위 전략은 넓은 고객층을 타깃으로, 집중화 전략은 좁은 고객층을 타깃으로 하는 전략이다.

 

‘사고의 오류’ 고쳐야

 

왜 지금 이 대목에서 ‘경쟁 전략’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떠드느냐, 그것은 바로 경제지주체제로의 전환이 피 터지는 전장으로의 진입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제3자의 입장에서 전쟁을 관전하다가 총과 칼을 들고 적과 죽이고 죽는 전장으로 직접 뛰어들었다는 표현이 좀 과한가?

경제지주에서는 모든 전략이 전쟁에서 이기도록 효율적으로 배치되어야 한다. 이전의 축산경제는 말 그대로 ‘경제’라는 부분과 상당한 거리가 있었고, 바라보는 관점도 오류 투성이었다. 비빌 언덕이 있었고, 누적적자가 심각해도 메울 수 있는 여력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느슨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또 계열사를 바라보는 중앙회 집행간부들의 ‘사고의 오류’는 사업이 효율적으로 전개되지 못하는 한 요인이기도 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고의 오류는 이렇다. 중앙회 집행간부는 농협목우촌을 농협이 운영하는 대표적인 ‘축산식품종합회사’로 인식하고 있다는 데서 비롯된다.

때문에 항상 하림이나 사조 등 대기업 식품회사와 비교하곤 한다. “왜 저들은 되는 데, 우리는 안되는 걸까?” 의구심이 들면 “하고자 하는 의욕이 낮은가? 업무에 대한 미숙인가? 나태함인가?”하는 의심으로 바뀐다.

그런 의심이 들면 “이런 사업을 해 보는 것이 어떤가? 요즘 소비트렌드가 ‘혼밥’인 데 그에 맞는 신제품을 개발해 보는 것이 어떤가?” 시험지를 슬쩍 내던져 본다. “사업 조직과 현재의 역량으로는 어쩔 수 없으니 캐퍼를 늘려주던지 기본 설비에 더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뻔한 대답이 돌아온다. 집행 간부의 입장에서 그것은 일하기 싫은 ‘핑계’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자신이 사고의 오류에 빠져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능력 부족이라 오인

 

일반 축산종합식품회사의 사업 방식과 조직 구성 그리고 전략이 농협목우촌과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이를 먼저 인지하지 못하면, 그들의 수익구조와 마케팅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을 ‘능력 부족’으로 여기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사고의 오류’다.

김태환 대표는 지난 10월 업무보고회를 열린 토론회로 바꾸고 각 부서 4급 이하 젊은 직원들과 함께 질의·응답식으로 3시간 가까이 진행했다. 그때 그는 “내년 경제지주 이관에 앞서 전체 토론회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면서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조직 문화가 절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긴박함을 공유하고 싶었다는 말이다.

그런 만큼 사고의 전환은 물론 이번 인사도 중요하다. 멀리서 볼 것도 없다. 박근혜 정부에서의 인사 참사는 좋은 예다.

최소한 인사 대상자들이 누군지, 그동안 무엇을 해 왔는지를 다면평가하지 못하면 다를 바가 없다. 시스템이 좋으면 누가 그 자리에 있어도 좋다고 하지만 시스템도 사람이 관리하고 작동한다. 일은 사람이 직접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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