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적 제약을 장점으로…작지만 강하다

 

군 내 임야가 74%, 그린벨트 제한, 상수원 보호구역이라는 환경적 제한이 심한 곳. 전남 화순군은 축산업을 하기엔 어려운 조건들을 두루 갖추고 있다. 때문에 축산업의 기반도 미약하다. 하지만 지리적 악조건을 극복하고 축산업을 통한 축산농가의 「부농의 꿈」 실현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곳이 바로 화순축협이다.

화순축협이 지향하는 바는 팔아주는 기능을 활성화함으로써 양축조합원 소득 증대를 비롯 지역 경제를 살려 축산업을 지역의 핵심 경제사업으로 한차원 승화시킨다는 「판매농협」의 실현이다. 그것이 바로 ‘협동조합 존재의 가치’라는 것이다.

 

‘지역 발전이 더디고 제약이 많다’는 지리적 약점은 바꿔 말하면 그만큼 화순군이 청정지역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광주와 전남지역의 상수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문화유산인 고인돌 채석장과 조선시대 10대 비경으로 불릴 만큼 천하절경을 자랑하며, 전남의 한 중심에 위치한 교통의 요지다.

화순축협의 지리적 약점을 장점으로 바꾸려는 노력은 1988년 비교적 늦은 출범에도 불구하고 7년 연속 경영평가 1등급을 유지하고 있으며, 2012년과 2015년엔 농협중앙회에서 실시하는 종합업적평가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1200여명의 조합원과 60여명의 직원들이 똘똘 뭉쳐, 작지만 실속 있고 알찬 조합으로 꾸준히 성장해 오고 있다.

조합 설립 초창기부터 장기적 안목으로 추진한 한우개량은 현재 ‘경쟁력 강화’라는 결과를 도출해 냈다. 개량이 미래를 내다보는 사업인 만큼 지역 한우농가들의 남다른 열의가 접목되지 못했다면 힘들었을 사업이다. 인공수정 교육의 적극적인 참여로 자신의 농장에 가장 적합한 형질의 정액으로 수정한 결과 우수한 형질의 한우를 생산해 소득 증대를 꾀하고 있다.

개량의 열기를 더욱 높이기 위해, 화순축협이 2005년부터 시작해 올해 10회를 맞은 한우송아지능력평가대회는 화순의 한우송아지의 우수성을 전국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됐다. 올해 최우수 숫송아지는 460만원, 암송아지는 560만원에 낙찰돼 전국 평균 가격보다 각각 100만원·200만원을 더 받았다.

이렇게 우수한 밑소를 기반으로 체계적인 사양관리를 통해 생산된 화순군의 한우는 ‘고품격’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전남 서부지역 10개 시군 8개 조합이 참여한 녹색한우조합공동사업법인을 통해 올해 무항생제 친환경 한우고기를 홍콩으로 수출하는 쾌거를 거뒀다.

2009년 취임한 송태평 조합장은 축산물 판매의 활성화가 조합원 농가의 소득을 증대시켜 ‘부농의 꿈’을 실현하는 지름길이라는 소신을 밀어붙이면서 유통망 확대 등을 통해 2014년 판매사업 200억원 돌파, 2015년에는 250억원을 달성했다. 축산물을 직접 육가공하기 위해 도곡에 육가공과 축산물 전문판매장을 갖춘 축산물종합판매장을 설립했다.

송 조합장은 “아무리 조합원이 고품질의 한우를 생산한다고 해도 가공과 유통과정이 낙후되어 있으면 ‘사상누각’일 수밖에 없다”면서 “조합원의 노력이 소비자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바로 조합이 할 일”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도곡축산물종합판매장은 조합원이 생산한 축산물을 직접 매입·직접 육가공해 학교 급식으로 납품하는 동시에 인근 농축협 하나로마트에도 공급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화순축협의 무항생 축산물은 우수성을 인정받아 올해 9월부터 친환경농산물 브랜드의 선두주자인 학사농장에도 납품되고 있다.

‘내 가족에게 먹일 축산물을 생산하듯 365일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한다’ 는 개념으로 생산·가공·유통·판매에 전념하는 화순축협은 친환경을 따르는 장인정신을 기반으로 각종 인증과 철저한 관리, 세심한 관심이 조합장부터 임직원 모두에게 체득된 결과다.

화순축협은 외견상 허름한 건물을 임대하고, 지하에 하나로마트를 운영하고 있지만 2002년에 이미 하나로마트 선도조합협의회에 가입돼, 농협중앙회의 우수시범 하나로마트에 선정되는 등 많은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 하지만 내년에 화순축협은 본점과 하나로마트를 신축·이전해 3000평 규모의 축산물종합타운을 건립할 계획이다.

화순축협은 올해까지 예수금 950억·상호금융대출금 755억을 달성했고, 자기자본 94억·총자산은 1442억, 당기순이익 6억4000여만원으로 규모는 작지만 강한 조합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성장의 가속페달을 더 힘차게 밟는다는 복안이다.

송태평 조합장이나 임직원들이 자신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서로의 모습에서 ‘하고자 하는’ 의욕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답’이라는 조합장의 경영 철학은 직원들의 전문화를 위한 통신 교육과 사이버 교육을 필수적으로 이수케 했지만, 결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송 조합장은 농협중앙회에서 실시하는 직무 교육은 무조건 참석하게 하고, 연도 중에 업무와 관련된 자격증을 취득할 경우 50만원을 지원하고 있으며, 연도말 결산으로 바쁜 와중에도 오전 7시에 전직원이 참석한 CS교육을 4일 동안 실시했다. ‘하면 된다’는 의식의 고양은 사업추진의 발판이 됐다.

하나로마트의 현대화를 추진하기 위해 기존 하나로마트의 운영방식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형태로 운영하고자 선진 유통업체의 견학도 실시하고 있다. 농축산물 등 1차 상품의 취급 비율을 60% 이상으로 운영하고 농축산물의 생산과정을 소비자들이 직접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도 도입할 예정이다.

 

“마트는, 특히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하나로마트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이어서는 안됩니다. ‘진실’을 파는 곳이라는 사실을 모든 직원들은 염두에 둬야 합니다. 소비자가 손에 든 축산물은 어디서 어떻게 또 어떤 방식과 경로를 통해 왔는지 그 진실을 알려줘야 한다는 뜻입니다.”

‘판매농협’ 구현을 제일목표로 삼고 있는 송태평 조합장의 소신이다. 그 목표를 위해 직원들의 전문화 교육, 각종 인증, 사양관리시스템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합원들이 생산한 고품질의 축산물을 그대로 유지해 소비자에게 전달해 주는 일이 판매농협으로 가는 길이고, 소비자의 신뢰는 결국 조합원들의 소득 증대로 이어진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내년 본점 이전과 마트 대형화를 함께 병행해 축산물종합타운을 건설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생축장을 처분해 자기자본을 확충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업무처리, 추진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임원·대의원을 비롯 건축전문가와 유통전문가가 참여하는 ‘건축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사업 추진 테스크포스팀을 본격적으로 가동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출자금 배가운동을 전개해 10억여원의 출자금 증대도 거뒀다.

송 조합장은 “현재 임대해서 사용하고 있는 본점과 마트가 주차공간이 없어 조합원들이 내 집 드나들 듯 할 수 없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러운 소통이 힘들었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도 농축산물 구입에 많은 불편을 겪어왔다”면서 “접근성이 좋은 지역으로 나아가 판매가 보다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외형이 커지는 만큼 직원들의 사고방식도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송 조합장은 “조합장의 지시만 따라서는 안되고 항상 ‘왜’라는 의문을 갖고 질문을 통해 업무를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의성이나 개혁과 혁신은 바로 ‘왜’라는 의구심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송태평 조합장은 “교육은 한 것과 하지 않은 것과는 결과에서 천양지차”라며 “교육은 직장에서 조합원에 대한 겸허한 자세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됨됨이’를 만들어준다” 고 강조했다. 그것이 “항상 신중하고 투명하고 겸허한 자세를 유지하라”고 자신 뿐만 아니라 임직원들에게도 되풀이하는 이유다. 권민 기자 alex60@chukkyu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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