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또 죽었구나. 이제 무슨 수로 생업을 유지하나…”

AI 발생 소식을 접한 가금류 농가들의 푸념이다. 일단 자신의 농장이든 주변 농장이든 한 번 터지면 그동안의 피땀으로 일궈놓은 전재산이 한순간에 날아갈 터이니 당연한 일이다.

발생할 때마다 속수무책인 방역당국의 뒷북 행정은 물론이요, 처음부터 ‘농가로의 책임전가’ 결과가 뻔하니 농가로서는 복창이 터질 일이다. “왜 이놈의 정부가 하는 짓이 다 이럴까?” 화가 치솟지만 어디에 하소연도 할 시간이 없다.

 

책임전가 할 짓 아냐

 

철새가 원인이라는 데 왜 농가가 방역과 소독을 철저히 하지 못했다고 보상 삭감이라는 패널티를 받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다. 더 철저하게 소독하고 옮기지 못하게, 전염되지 않게 관리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관리 소홀 책임에 대한 ‘벌칙’이라는 데, 자기 재산관리에 소홀할 사람이 어디 있겠냐는 하소연은 아무 소용이 없다.

일부 부도덕한 농가로 인한 피해 를 전체로 왜곡해, “보상금을 계속 지급하니까 농가가 크게 경각심을 갖지 않는다”며 “더 강력한 제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소수의 예로 전체 농가를 부도덕으로 몰고 가는 것은 정책이 아니다. 그것이야 말로 책임전가요, ‘화풀이’일 뿐이다.

그럼 이 대목에서 정부의 방역 실태를 한 번 되짚어 보자. 이번의 AI는 H5N6형으로 이전 것과는 전혀 다른 타입의 변종이다. 일단 걸리면 ‘즉사’ 수준이다. 기존에 발생되던 철새도래지인 ‘서해안 벨트’에서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전국 어디고 할 것 없이 폭격 맞는 꼴이다. 11월 30일 현재 무려 300만 마리에 가까운 닭과 오리가 살처분됐다.

방역대책과 관련 시간을 6개월 뒤로 돌려보자. 올 6월 정부는 ‘AI 발생 상황별 긴급조치사항’을 수정하면서 AI가 국내서 발생했을 때 대응수준을 ‘경계’에서 ‘주의’로 한 단계 낮췄다. 위기경보 수준은 신중하게 올리는 대신 사전 관찰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이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8월엔 4월 5일 경기 광주에서 마지막으로 발생한 후 현재까지 추가 발생이 없는 등 세계동물보건기구(OIE) 동물위생규약의 조건을 충족함에 따라 ‘고병원성 AI 자체 청정화’를 선언하고, 청정국 지위를 회복한다고 밝혔다.

 

말은 번지르르 하게

 

당시 농축산부는 “고병원성 AI가 재발생한 이후 가든형 식당 등 취약지역 4561호에 대한 정밀검사를 완료했으며, 공동방제단 450개반을 동원, 전국 소규모 가금 사육시설 등 7만3111개소에 대한 소독을 통해 재발방지를 위한 위해요소 제거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것은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전화예찰 요원의 월 1회 이상 등 주기적 전화모니터링, 생산자단체 주관 하에 소규모 가금농가, 전통시장 등 취약대상 홍보와 직접 조사와 수기에 의존하던 방식을 넘어 국가동물방역통합시스템(KAHIS) 및 빅데이터 분석 등 첨단 ICT 기술을 활용, 질병 확산 방지를 위한 선제적 방역대응 등 정부 3.0에 기초한 가축방역 분야의 일하는 방식의 개선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3개월 만에 박탈당했다. 이런 식으로 AI청정국 지위를 회복했다가 박탈당한 게 2003년 이후 무려 6차례다. 도대체 그동안 정부는 그 많은 방역 실패에서 무얼 배운 것일까? 똑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면서 얻은 결론이 농가에 대한 패널티다.

이번 H5N6타입의 AI에서도 마찬가지다. 건국대 연구팀이 10월 28일 충남 천안시 풍세면 남관리 인근 봉강천에서 야생원앙의 분변 시료를 채취해, 종란에 접종한 후 종란 속 병아리가 죽자 이를 이상히 여겨 농림축산식품부에 정밀검사를 의뢰한 것이 11월 10일이다. 농축산부는 이때가지 까마득히 몰랐다. “민간연구팀의 노력이 없었더라면 AI 방역대책이 시작하기나 했을까?”하는 의구심 마저 든다.

이번 타입은 잠복기가 짧고 ‘걸리면 즉사’할 정도로 폐사율이 높고 전파 속도도 빠르다. 하지만 방역당국의 대책은 항상 뒷북이다. 그래서 방역당국이 “무슨 상황판이냐”는 쓴소리를 듣는 것이다. 10월 28일 분변에서 최초 발생한 이후 21일 지난 후에야 가축방역심의회를 개최한 것만 봐도 얼마나 정부가 방역에 안일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날으는 AI, 뒷북 방역

 

그러니 “위기경보를 격상하고 두 차례의 일시 이동중지 명령을 내린들 AI의 확산을 막을 수 있었겠느냐”는 질타를 들을 수밖에. 농축산부는 각종 언론과 방송으로부터 ‘늑장 대응’이라는 질책에 앵무새식 해명을 하느라 진땀이다.

AI는 겨울철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이 됐다. 2003년 첫 발생 이후 연례행사처럼 찾아와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 한 번 지나갈 때마다 농가의 손실은 말할 것도 없고, 수 천억원의 국가적 손실에, 축산물에 대한 기피까지 그 피해를 일일이 셀 수 없다. 그때마다 정부는 대책이라고 내놓지만 매년 똑같은 몸살을 앓는다.

방역당국은 농가를 계몽한답시고 수선을 떤다. 농가에게 책임을 전가할 것이 아니다. 정부부터 계몽돼야 하지 않을까. 지금 이 시간에도 정부는 뛰는 AI를 뒤따라가기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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