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양돈장 맞아?”…꽃·나무 즐비 펜션 온 듯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한돈농장이 있다. 농장에 들어서면 잔디·꽃·나무·돌·건축물이 고급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최고급 가든이나 펜션에 온 듯 한 느낌이 든다. 돈사 안을 보지 않고 주변만 본다면 돼지 키우는 곳이라고 믿기지 않는다.

이 농장은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중앙회 축산경제가 축산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인 인식 해소 일환으로 실시하는 ‘국민에게 사랑받는 축산업 실현’ 캠페인을 먼저 실천하고 있다.

충남 천안시 동남구 병천면 소재 충무농장이 그 곳으로, 박영서 대표의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로 인해 해를 거듭 할수록 아름다움과 위용을 더하고 있다. 돼지 1만 7000마리를 사육 중인데도 농장에서 악취가 나지 않는다. ‘한돈농장 악취 발생은 어쩔 수 없다’는 고정 관념을 깨며, 농가 스스로 자신의 농장을 깨끗하게 가꾸는 ‘자정운동’의 모범사례가 되고 있다.

김태환 농협중앙회 축산경제대표는 축산 환경 개선과 관련한 본지 인터뷰에서 “환경문제 60%는 축산농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농가 스스로의 자정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말한 바 있다.

또 “축산업이 미래산업으로 지속되기 위해서는 국민으로부터의 신뢰와 사랑이 중요하다”며 “새로운 시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나’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악취 없는 한돈농장 실현

 

충무농장 입구에는 차단방역 시설과 함께 돼지분뇨 발효장이 있다. 신기하게도 발효장 안에서 악취가 나지 않는다. 박 대표는 “한돈농가에 있어 악취 저감은 풀리지 않는 어려운 문제와 같다. 우리 농장도 악취가 심할 때가 있었다”며 “지금도 효율적인 악취 제거 방법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돼지분뇨 발효장을 지나면 한돈농장 전경이 펼쳐진다. 고급스럽고 깔끔하게 정리된 조경을 보면 ‘여기가 한돈농장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농장 한편에는 인공연못과 원두막도 있다. 이곳 충무농장에는 구석구석에 박 대표의 14년 노력이 배어 있다.

충무농장이 고질적인 악취에서 벗어난 것은 2011년 가축분뇨순환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부터다. 이는 미생물 순환시스템 방식으로 탱크에 모아둔 분뇨에 미생물을 넣는 방법이다. 박 대표는 이 시스템의 단점을 보완해 비용과 노동력을 절감시키기 위해 늘 고민하다가 현재는 정화·방류 시스템을 함께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효율적인 악취 저감을 위해 300평 가량 되는 가축분뇨 처리 시설을 덮는 작업을 실시했다.

박 대표는 “가축분뇨 처리에 정답은 없는 것 같다”며 “끊임없이 연구해 내 농장 실정에 맞는 시스템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돈사에서 악취가 나지 않게 되면서 직원들이 돈사 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졌다”며 “돼지 관리 시간이 늘어나면서 출하 성적이 좋아졌다. 특히 약품 및 사료첨가제 비용도 절감됐다”고 전했다.

 

# 독불장군은 없다

박 대표는 2007년 4월 축산농장 HACCP 인증을 획득했다. 충청도에서는 첫 번째이고, 전국에서는 일곱 번째 인증 획득이다. 이후 매뉴얼에 근거한 직원 교육 및 사양관리는 물론 농장 주변을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농장은 동물복지를 생각한 모돈 군사사육 시스템을 운영 중이며, 최신식 2층 돈사시설을 갖추고 자돈을 생산·육성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 농장에서 16km 떨어진 신사리에는 박 대표 소유의 비육전문 농장이 있다. 두 농장에서는 현재 17명의 직원이 근무를 하고 있다.

박 대표는 “고 2때 가축을 키우기 시작했으니 축산경력이 35년을 넘겼다. 16년 전 온양에서 현재의 주소로 이전했는데 그 후 취미로 농장 주변을 가꾸고 있다”고 말했다.

또 “빠른 도시화 속에서 독불장군으로 돼지를 키우는 것이 힘든 환경이 왔다”며 “인근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 더불어 살아야 한다고 늘 생각한다”고 전했다.

 

# 쉽지 않은 관리습관 정착

박 대표는 돈사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데 가장 힘들었던 일에 대해 “전 직원이 정리정돈을 습관화 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농장 관리에 필요한 물품을 항상 그 위치에 놓는 것부터 시작했다. 꾸준한 노력으로 지금은 전 직원이 주변을 항상 청결하게 유지하려 노력하게 됐다.

박 대표는 “돈사 환경 개선에서 가장 어려웠던 사항 중 하나는 정리정돈을 습관화하는 것”이라며 “정리정돈 습관화 정착을 위해 직원들과 소통시간을 많이 가지려 노력했다”고 전했다.

또 “농장주가 환경개선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농장은 저절로 깨끗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 한돈에 인생을 걸다

박 대표는 외국인 직원의 실수로 최근 2년 동안 돈사에서 세 번이나 불이 나 큰 손해를 봐야 했다. 다행히 좋은 돼지가격 유지가 재기에 도움이 됐다. 그러나 그 때 힘들었던 여파가 지금까지 박 대표의 몸과 마음을 괴롭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농장 성적을 높이고 주변 환경을 가꾸는데 더욱 전력을 다해보지만 아직도 악몽에 시달린다.

그러면서도 박 대표는 “한돈농장에 인생을 걸었다”고 밝혔다. 20년 동안 돼지를 키워 아이들을 공부시켰고, 축산학과를 졸업한 두 아들이 가업을 잇기 위해 농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두 아들이 때론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도 있고, 어이가 없는 일을 해 놓을 때도 있지만 한명은 종부사에서, 한명은 가축분뇨처리를 전담해 나름 노력하는 모습이 대견스럽다.

박 대표는 “1996년 돼지 몇 마리로 한돈농장을 시작해 상시 사육두수 1만 7000마리 규모로 성장시켰다”며 “두 아들이 대를 이어 한돈농장을 더욱 발전시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지속 가능한 한돈산업 영위를 위해 악취제거와 농장 가꾸기의 중요성은 계속해서 강조될 것”이라며 “전국 한돈농장들이 내 농장 가꾸기에 동참해, 떳떳한 축산농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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