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의 비선실세로 지목돼 온 나라를 뒤짚어 놓고, 전 국민을 자괴감에 빠뜨린 ‘최순실 게이트’의 정중앙에 있으면서도 집중적인 조명을 받지 않던 마사회와 승마협회가 마침내 압수수색을 받았다.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에 대한 특혜지원 의혹에서다.

지난 8일 최순실 의혹 검찰특별수사본부는 대한승마협회의 회장을 맡고 있는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과 부회장인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 사무실과 주거지 등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와 관련된 의혹이 잇따라 제기됨에도 불구하고 겉돌기만 했던 수사의 칼 끝이 마침내 승마협회와 마사회로 향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관성 있다” 증언

 

박 사장이 회장을 맡고 있는 대한승마협회는 오는 2020년까지 186억원 상당을 정유라 씨 종목인 마장마술에 지원한다는 ‘중장기 로드맵’을 발표해 사실 정 씨 개인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이 ‘중장기 로드맵’의 초기 작성자로 지목됐다. 그 중심에 현명관 회장이 깊숙이 개입돼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씨 일가 부당지원 논란에 휩싸인 삼성과 전경련, 마사회 모두에 현 회장이 직간접 연관성이 있다는 마사회 내부 증언도 나왔다. 이 증언을 바탕으로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 회장을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회 위증죄 고발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현 회장은 지난달 13일 국정감사 종합감사에서 “중장기 로드맵 작성 초기에 한국 마사회가 참여하지 않았느냐”는 김 의원의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고, 마사회에서 정유라 씨를 위해 승마감독을 파견했다는 것은 천만의 말씀”이라고 딱 잡아 뗐다.

그러나 정유라 선수를 포함한 2020년 도쿄올림픽 승마 지원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은 한국 마사회가 먼저 작성한 것으로 지목받았다. 이 파일의 문서정보를 조회하면 초기 작성자가 ‘한국마사회(KRA)’로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마사회가 당시 정씨의 ‘맞춤형 지원’인 줄 알면서도 대한승마협회 요청으로 독일에 파견된 박재홍 전 마사회 승마감독이 “최순실 측으로부터 현명관 회장이 승낙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주장해, 김 의원은 “국감 당시 현명관 회장의 대답은 명백하게 국회 위증죄에 해당한다”고 고발 사유를 설명했다.

 

국회 위증죄로 고발

 

김 의원은 “올림픽에 출전해서 메달을 노릴만한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정유라를 지원하기 위해 세계 수준에 근접한 국내 최고의 선수를 두고 삼성과 마사회 그리고 승마협회가 갖고 놀다시피하면서 정작 올림픽 메달 유망주가 선수생명을 상실할 위기에 처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그 중심에 선 현명관 회장을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 회장은 마사회장 취임 직후인 2014년 1~5월 마사회 소유 마방과 승마장을 정씨에게 무상 사용하게 하는 특혜도 제공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또 내달 4일 퇴임을 앞두고 현 회장과 전영해씨 사이에서 태어난 어린 딸의 승마지도를 도왔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언론책임자 박진국 커뮤니케이션실장을 서울본부장으로 승진시키는 파격적인 부정기 인사까지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명관 회장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10년 간 감사원에서 근무한 후 호텔신라 부사장으로 삼성과 인연을 맺고 15년간 ‘삼성맨’으로 주요 계열사 대표직을 역임했다. 또 전경련 부회장, 한나라당(현재 새누리당) 제주도지사 후보 등을 지냈으며,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에 합류했다. 정권 출범 이후 2013년 5월 ‘창조와 혁신’이라는 연구단체를 설립했다. 그 해 12월 임기 1년을 남기고 돌연 사퇴한 장태평 회장의 후임으로 마사회에 입성했다. 이후 마사회는 운영상의 잘잘못보다 개인적인 돌출 행동과 비정상적인 운영으로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사항이나 감사원 감사에서의 시정은 무시되기 일쑤였고, 인사전횡으로 지속적으로 ‘사조직화’ 한다는 비난도 받았다. 그때마다 아무 일 아닌 듯 ‘배짱’을 부릴 수 있었던 것을 두고 주변에서는 “도대체 누구의 권력을 등에 업고 그럴 수 있는 거냐?”고 갸웃거렸다.

 

퇴임 전 부정기 인사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마사회가 고객 편의시설 위탁대상자를 선정할 때 장애인·독립 유공자·노인 등을 우선 계약자로 선발하고, 퇴직 임직원 등에게 후생복리 수단으로 임대하지 말라’는 감사원 시정처분에도 그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특히 사회공헌사업을 목적으로 설립한 ‘렛츠런재단’의 이사들 대부분을 삼성 또는 전경련 등 현 회장과 경력이, 삼성·전경련 출신 등 중복돼 있는 것으로 나타나, 마사회 안팎에서 제기된 ‘사조직화’의 증거로 제시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잇따른 자유무역협정 등으로 의욕을 상실한 농민들에게, 말 산업을 농촌의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설정해 회생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말산업 육성대책’은 지지부진해졌을 뿐만 아니라, 축산발전기금을 적립해 대한민국 축산업 발전을 지지해 오고 있는 마사회 역시 대수술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연임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현명관 회장이 검찰의 칼 위에 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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