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학기가 시작할 때면 유업체들이 분주해진다. 돈이 안 된다면서도 서로들 학교를 차지하기 위해 야단법석이다. 마치 전쟁을 방불케 한다. 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들 간의 싸움의 연속이다.

몫이 큰 곳에서는 혈투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경제성이 떨어진다면서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시장 점유율이다. 제살 깎아먹기의 최저가 전쟁에도 학교를 차지해야만 한다.

학교는 값싼 가격에 우유를 공급받을 수 있으니 이들의 전쟁이 나쁘지만은 않다. 다만, 선택조차 할 수 없는 농촌, 도서산간지역의 학교들이 문제다. 모두 다 똑같을 순 없는 게 현실이다.

유업체들은 수도권의 주거 밀집지역이나 계획도시를 선호하는 반면 나 홀로 떨어져있는 분교나 섬마을 등에는 관심이 없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기 때문이다. 우유 값 보다 물류비용이 더 든다는 이유로 유업체들의 기피대상이다. 특히 물량이 많은 유업체일수록 관심사 밖이다.

실제로 경남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수차례 공고를 낸 후에 업체를 선정할 수 있었다. 두 차례 공고를 냈을 때까지는 단 한곳의 대리점도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엔 중소규모의 유업체들의 우유를 모두 취급하는 종합 대리점 한곳이 일자별로 브랜드가 다른 우유를 공급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할 수밖에 없었다.

공급업체나 브랜드를 선택할 권한이 그들에겐 주어지지 않았다. 이 학교 관계자는 매번 계약이 어려워 학교우유급식을 포기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기숙학교이다 보니 학교우유급식이 일반학교에 비해 비중이 높아 어쩔 수 없이 공급업체를 찾고 있다고 푸념을 쏟기도 했다. 정작 우유를 원하는 곳이 있어도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도 공평한 기회로 학교우유급식을 공급받을 수 있는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최저가 입찰제 폐지를 요구하는 이들은 공익성과 공평한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과연 공평한 기회와 가격이라는 것이 있기는 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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