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면 1. 9월 26일 오후. 서울 정부청사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외교부 국정감사장.

(위안부와 관련된 일본 정부의 출연금 10억엔의 성격과 관련)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 일본 정부의 출연금 10억엔이 배상금입니까? 치유금입니까?

김태현 화해·치유재단 이사장: 10억엔의 법적 성격은 배상금인지 치유금인지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합의문에 딱 나와 있지 않아서…(잠시 우물대다가) 배상금적 성격을 띤 치유금입니다.

(일순 좌중에선 일부 폭소가 터져 나왔다. 이날 오전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답변을 피한 바 있었다. 시간이 좀 흐른 뒤)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부에서 처음으로 김태현 이사장이 배상금이라고 인정했다.

김태현 이사장: 배상금 성격의 치유금이라고 말했지. 배상금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웅성거리는 소리. ‘웃음’과 ‘한숨’이 이어졌다.)

김태현 이사장의 약력은 무척 화려하다. 여성학회와 노인 문제와 관련된 기관·단체 등에서도 중요한 자리를 역임했다. 그런 그가 왜 위안부 할머니들이 반대해 오고 있는 ‘화해와 치유재단’의 이사장직을 맡아 말 같지 않은 언어를 사용하는가. 참 알 수 없는 일이다. 그 정도의 학식이면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정말 국민들이 자신의 말을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할까?

 

# 장면 2. 9월 2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방송기자클럽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초청토론회.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를 위한 단식 사흘째되는 날이다. 미르와 K-스포츠재단의 모금의혹에 대해)

기자: 기부에 인색한 재벌들이 어떻게 단기간에 770억원을 모금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느냐?

이정현 대표: 세월호 사건이 났을 때는 1000억원에 가까운 모금도 금방했다. 전경련이 전적으로 주관해 책임지고 문화체육계에 돈을 거둬준 것이다.

기자: 신청 하루 만에 두 재단 모두 허가가 났다. 이는 일반적인 기준과 크게 달라 특혜 의혹이 있다.

이정현 대표: 사전과정을 다 해 놓으면 신청하고 허가가 나는 건 하루면 된다.

이후 국민의 자발적인 애도 분위기 속에서 이뤄진 세월호 참사 모금과 미르·K-스포츠재단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올바른 사고가 아니라는 비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시간을 조금만 뒤로 돌려보자.

 

# 장면 3. 9월 21일.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농축산부는 농협법 개정안은 현재 법제처에 심사 중이며 차관회의, 국무회의 등을 거쳐 10월 중순께 국회에 제출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날 농축산부는 당초 농협중앙회장 ‘이사회 선출제’에서 현행 ‘대의원 간선제’로 유지하는 한편 삭제하기로 했던 축산특례 조항을 ‘충분히 고려’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존치해야 한다는 축산인들의 주장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당최 몬 말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전혀 관계가 없을 듯한 김태현 화해·치유재단 이사장의 ‘배상금 성격의 치유금’이 연상되는 것이다.

‘충분한 고려’가 무엇인지 살펴봤다. 농협경제지주 내에 없었던 축산경제대표이사 자리를 만들어 주고, 외부인사 3인을 포함한 7명의 인사추천위원회에서 선출하는 것과 지주회사가 조직 및 인력을 운용하거나 사업계획 수립 및 시행 등을 할 때는 축산경제의 자율성과 전문성이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는 제161조 11의 1.2항이다.

2항에는 ‘정관으로 정할 때 축산특례 취지 즉 통합의 목적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으니 얼핏 보기에는 농축산부가 정말 축산의 독자성이나 전문성을 ‘충분히 반영’한 것으로 보일 것이다. 특히 김재수 농축산부 장관 내정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축산특례 존치 의사를 분명히 밝힌 것과 연관이 있어 보이기도 하다.

농축산부 관계자는 5월 입법예고한 후 생각지도 못했던 전국의 축협조합장의 반발과 심지어 생산자단체들까지 가세한 것에 놀랐다고 한다. 축산특례 조항이 단지 농협법의 한 대목으로 간과했었음을 인정했다. 이후 범축산업계 공동비상대책위원회와 머리를 맞대고 수 차례의 협의를 해 왔고 당연히 순리대로 될 줄 알았다.

혹자는 말한다. 정관에 명시하고 따르면 될 것을 그게 무슨 문제냐고, 조합장들이 추천하는 인사추천위원회에서 대표를 뽑는데 왜 반발하느냐고. 그러나 정관이 이사회 결정에 따라 언제든지 변경이 가능하다는 사실과 이사회 구성비율에서 축산을 대변하는 축협조합장의 비중이 전체의 12.3%이고, 경제지주 이사 1/9, 중앙회의 경우 4/30의 편차임을 알게 되면 ‘제 밥그릇 챙기기’라고 왜곡하지는 않을 터다.

 

# 장면 4. 전국 조합장을 대상으로 한 교육장서 한 조합장의 푸념.

김병원 중앙회장의 긴 강의 시간 동안 절반의 조합장들이 자리를 떴다. 한 200여명의 조합장이 남았었나. 뭐 협동조합 이념에 대한 회장의 강조는 아무리 강조해도 틀린 것은 아니었지. 하지만 저녁 식사 자리에서 호주산 도가니가 나왔을 땐 갑자기 멍해지더라고. 도대체 이게 뭐지.

축협의 한 조합장은 주변의 조합장들을 살펴보니 축협조합장들의 얼굴이 잿빛이더라고 회상했다. 바로 이것이 농협중앙회 내에서 축산에 대한 이해도의 현주소라고 말한다. 왜 정관이 아니라 법으로 정해 달라고 줄곧 주장하는 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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