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포곡읍, ‘축산 악취와의 전쟁’ 선포 1년

 

축산업을 영위하며 발생하는 가축분뇨 등 악취 문제는 각종 민원을 야기시켜 지속가능한 축산업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2015년 기준 가축분뇨 자원화율은 90.2%임에도 불구하고 축산 악취 문제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축산 악취 발생으로 인한 민원이 끊이질 않자 이 문제 해결에 사활을 건 싸움을 시작한 지자체가 있다. 경기도 용인시는 지난해 9월 ‘축산 악취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원인 분석과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변화된 모습을 기대하며 용인시 축산 악취 민원의 중심에 있는 처인구 포곡읍 일대를 찾았다.

 

# 악취 민원 다발지 포곡읍, 냄새 줄긴 했지만…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전대리)에 위치한 용인에버랜드를 기점으로 여러 갈래로 나눠진 지방도로를 따라가면 유운리와 신원리가 나온다.

이 지역들은 용인에서도 가축분뇨 민원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으로 꼽힌다. 유운리와 신원리에는 현재 58개 양돈농장이 자리 잡아 총 4만여 마리의 돼지를 사육하고 있다. 사육마릿수로는 용인시 전체의 약 16%에 달한다.

기자가 취재를 위해 방문한 9월 초, 마을 입구에서부터 달갑지 않은 분뇨 냄새가 코끝을 스몄다.

이곳의 토박이라는 한 어르신은 “주변 양돈농장들이 대부분 80년대에 지어진 오래된 축사들이기 때문에 돼지를 키우는 환경이 좋지가 않다”며 “그런 농장들이 많아 냄새가 심하다”고 했다.

도로를 중심으로 양옆으로 들어서 있는 재래식 돈사들이 눈에 띄었다. 한눈에 봐도 사육 환경이 열악해 보였다. 실제로 이곳 농가 중 90% 이상이 지은 지 30년 이상 된 시설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유운리와 신원리 일대의 축산 농장을 살펴보기 위해 인근 배우개뒷산과 도래골, 시루봉 등 서너 곳의 산중턱에 올랐다. 지방도로인 곡현로를 사이로 유운리와 신원리 일대에 오래된 돈사들이 군데군데 밀집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하산 길에 만난 한 주민은 “마을 주변으로 돈사뿐만 아니라 우사, 계사, 견사, 용인레스피아, 음식물적환장, 에버랜드, 하우스농가, 노후된 하수관 등이 있어 냄새가 심한 편이다”면서 “이 곳에서 태어나 쭉 살고 있다. 냄새 문제가 한해 두해가 아니니 그냥 그러려니 하며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는 용인시에서 악취에 대한 대책을 세워 추진해서인지 냄새가 줄어들었다는 부언도 이어졌다.

그는 “지난해 용인시가 악취저감 대책을 수립, 시행하면서 이전보다 냄새가 꽤 줄어든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주민들과 관광객들의 악취에 대한 민원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면서 “악취 저감을 위한 용인시와 축산인들의 더 절실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산을 내려와 한 농장 입구를 지나는 길, 바닥에 널브러진 쓰레기 더미가 보였다. 다가가 무엇인가 살펴보니 쓰고 난 가축분퇴비 포장지였다. 퇴비가 남았는지 묵직한 포장지도 있었다.

그것들을 보며 아직까지는 축산인들의 실천 의지가 부족한 것은 아닌가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악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절실한 노력이 필요하다던 조금 전 주민의 말이 머리를 스쳤다.

 

# 축산인도 피해자…대기업의 희생양이 된 포곡읍

 

19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이 곳 포곡읍(당시 포곡면)은 산 좋고 물 맑고 인심 좋던 평온했던 시골 마을이었다.

그러나 40여 년 전 과학영농과 대규모 축산단지 조성이라는 이름으로 산중턱을 깎아 세운 대규모 양돈농장은 조상대대로 살아온 마을을 폐촌화 시켰다.

포곡읍 유운리 야산중턱(이 후 자연농원 내)에 제일제당양돈부가 들어선 것은 1973년도 5월, 9만9173㎡(약 3만여 평)의 산비탈에 촘촘히 늘어선 대형돈사에서 기르는 3만여 마리(최대 6만)의 돼지들이 쏟아내는 배설량은 엄청났다. 3만 마리에서 발생하는 배설물은 하루 60톤, 돈사세척에 쓰는 물도 매일 수십 톤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처럼 거대한 양의 분뇨가 처리되는 시설은 고형분과 물을 분리하는 산화폭기조 단 2기 뿐이었다.

철을 가리지 않는 악취, 들끓는 파리와 코를 찌르는 냄새로 주민들은 문을 닫고 살아야 했다. 특히 당시 분뇨가 땅속으로 스며들고 개천으로 흘러내려 해마다 쭉정이 농사를 거두는 등 농민(당시 주민 대다수가 농민)들의 피해가 커졌다.

조사 결과 열악한 분뇨처리 시스템으로 인한 인근 식수와 용수, 토양 등의 오염이 심했다. 이에 따른 피해가 잇달아 주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아온 자연농원(제일제당양돈부) 측은 돈사를 지으면 자돈과 사료를 분양해 주겠다고 1978년 회유책을 내놨다.

떠나는 주민들도 일부 있었지만 대다수 주민들은 그러지 못했다. 농사를 포기하고 마을을 떠나려 해도 이 일대의 논밭을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 떠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결국 주민들은 하나둘 돈사를 지었다. 생계유지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대기업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현재의 포곡읍 일대의 양돈단지는 이 같은 슬픈 과거를 품고 있다.

 

# 용인시·축산농가 악취 줄이기에 ‘총력’

 

국내 최초 양돈업 규모화·산업화로 단백질 식량 공급원의 발원지로 여겨졌던 포곡읍 일대는 1990년대 이 후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빠른 도시화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고질적인 악취 민원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때문에 축사 시설에 대한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대부분의 축사가 임대로 운영되고 있어 악취방지시설 등에 대한 투자가 어려운 실정이다.

용인시 관계자는 “개별 돈사에 악취방지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대책이 될 수 있지만 수백억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만큼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악취 민원으로 인한 주민과 양돈농가의 갈등은 심화됐고, 대형 관광단지와 호텔 건립 프로젝트 등 관광지로 발전하고 있는 포곡읍의 환경개선을 위해 정찬민 용인시장은 지난해 9월 5일 ‘악취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용인시는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합동점검반을 편성하고 양돈농가 사료 급이 형태, 음식물 폐기물 반입 여부, 불법건축물 현황, 돈사 현황 조사 등을 실시했다.

이 결과를 토대로 일반 사료 대신 쓰인 음식물 찌꺼기 반입을 금지시켰고, 하루 수백톤에 달하는 축산폐기물관리 단속도 강화했다.

또 인근에 위치한 가축분뇨공공처리장(용인레스피아)의 악취를 줄이기 위해 유입되는 가축분뇨 농도를 측정해 반입을 제한하는 한편 악취저감제와 생균제 공급을 확대하는 등 총력을 기울였다.

이 과정에서 일부 축산농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축산농가들이 악취 제거를 위한 노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포곡읍의 한 양돈농가는 “대다수의 양돈농가들이 스스로 농장 환경을 청결이 함은 물론 돈분장 수리 및 가림막 설치에 이르기까지 냄새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1년이 흐른 지금 악취 농도는 70% 가량 줄었다. 지난해 수십 건에 달했던 악취 관련 민원도 올해는 대폭 줄었다.

악취 민원이 속출했던 포곡읍 일대가 용인시와 축산농가의 노력으로 새롭게 변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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