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방역체계 허점 투성 정부, 상시방역유지 말뿐

 

“가축 방역 시계는 FMD·AI 마지막 발생 당시에 멈춰져 있다. 가축방역체계는 허점이 많지만 추가 조치가 없는 상태다. 상시방역 유지는 말뿐이다” 충남에서 활동하는 A수의사의 말이다.

“거점소독시설을 지나는 것이 불안하다. 다른 차량의 질병 바이러스가 묻을 것 같다. 거점소독시설을 거친 후에는 고객농장으로 바로 가지 않는다” B사료회사 영업사원의 말이다.

날씨가 서늘해지면서 FMD·AI 등 악성 가축전염병 재발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가축방역 시스템은 여전히 많은 허점을 드러낸다. 살처분 후 방역 관리 미비, 거점소독시설 오염 우려 등이 대표적인 가축방역 사각지대로 인식된다.

거점소독시설이 오히려 질병 확산 우려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표준 매뉴얼을 지키는 시설을 찾기 힘들다. 이 시설을 통해 FMD·AI 등 바이러스가 확산될 우려가 많다는 의혹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관련기사 2면 「월요칼럼」>

거점소독시설은 차량 소독 전 실시하는 청소·세척 시설과 세척수·소독수를 별도로 처리하는 시설을 갖춰야 하며, 소독 시간이 충분해야 한다. 이 시설은 축산관련 차량이 모이는 곳이기 때문에 반드시 청결을 유지해야 한다. 따라서 이를 관리·감독할 전문가를 배치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형식적인 소독이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C축산업계 관계자는 “거점소독시설에 전문가는 고사하고 시·군 직원조차 배치되지 않고 있다. 일용직들만으로 운영되는 곳도 있다”며 “소독한 축산차량으로 오염된 도로를 다시 달리는 경우가 없도록 거점소독시설 주변 소독도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D수의사는 “거점소독시설이 매뉴얼대로 운영되지 않을 경우 가축전염병과 각종 질병을 공유하는 장소가 될 수 있다. 반드시 전문성이 있는 사람이 운영해야 하다”며 “유기물을 제거 하지 않은 상태의 소독은 소용이 없다”고 전했다.

전염병 발생에 따른 살처분은 방역의 끝이 아니라, 오히려 질병 확산 방지를 위한 시작점이지만 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살처분에 동원된 인력이나 장비는 바이러스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많지만, 살처분을 마친 후 소독 관리가 미흡하다. 무심히 해당 장비를 다시 사용함으로써 질병확산의 우려를 낳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FMD와 AI 등 악성가축전염병이 한번 발생하면 쉽게 잡히지 않는 것이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E수의사는 “살처분 후 소독 문제는 최근 발생한 2건의 돼지열병을 통해 그 민낮을 드러냈다”며 “돼지열병은 1종 가축전염병이다. 최근 발생한 제주도와 연천군 모두 살처분 작업 후 동원 인력과 장비 소독이 FMD 긴급행동지침(SOP)에 준해서 실시돼야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고 밝혔다.

FMD 긴급행동지침(SOP)에 따르면 살처분 참여 인력은 마스크, 1회용 방역복, 장화, 보호안경 등을 착용하고 작업에 임해야 한다. 살처분 작업 후에는 착용한 모든 의복·신발·모자 등은 소각을 원칙으로 한다. 특히 기타 시계·지갑·화폐 등 반출이 불가피한 물건은 철저히 소독하고 가축방역관의 허가를 받은 후 반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살처분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방역복을 갖춰 입지 않는 일도 허다하다.

작업에 참여했던 인력은 귀가 후 즉시 목욕하고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어야 한다. 살처분 작업 시 착용했던 신발·의복 등을 세척하는 것도 기본이다. 제주도에서는 도지사가 돼지열병 발생 살처분 현장을 방역복도 갖춰 입지 않고 방문한 사례가 있었다.

연천군에서는 돼지열병 발생 초기 대응을 잘 하고도 살처분을 마친 일부 직원이 군청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는 오점을 남겼다.

살처분에 동원된 기구·장비·차량은 비누·세정제 등으로 철저히 세척해 이물질을 깨끗이 제거한 후 소독해야 한다. 타이어, 차량 밑바닥, 운전자와 빈번하게 접촉하는 핸들, 시트, 차량 내부 바닥 등 오염가능성이 높은 부분에 대한 소독이 요구된다. 최소 1주일 이상은 장비를 이동시키지 말고 수세·건조·소독을 반복해야 한다는 전문가도 있다.

가축방역 전문가들은 이밖에도 쥐를 잡는 구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쥐들이 전염병을 옮기는 경우가 아직도 많기 때문이다.

F원로 수의사는 “과거 FMD가 농장 입구 쪽이 아니라 뒤쪽에서 발생한 경우는 쥐들이 옮겼을 것으로 추정됐다”며 “한 농장만 구서를 잘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가축방역 대책 차원에서 전국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기존에 발생하던 돼지열병, FMD, AI 바이러스와 다른 타입이 언제든지 유입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청정화 유지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때일수록 표준 매뉴얼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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